뒤늦은 공지와 데이터 연결 오류까지 불편
페스티벌 푸드존, KB카드·PAY로만 예약 가능
현장선 KB카드 없으면 음식·음료 구매 제한
외국인·디지털 소외 계층 차별 논란으로 점화
현행법상 제지 방법 없어 제도적 보완 필요도
인천관광공사“내년부터 결제 수단 제한 안 해”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올해도 뜨거웠던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인천 펜타포트)’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3년간 열리지 못했던 인천 펜타포트는 지난 2022년부터 운영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13만명이 관객이 모인 것에 이어 올해도 15만명이라는 관객을 운집했다.
펜타포트가 진행되던 사흘간 평균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체감 온도는 35도에 달했다. 폭염은 물론이고 수많은 인파가 북적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년간 행사를 진행해 온 주최 측의 노련함 덕에 안전사고 없이 축제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날씨도, 인파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관객들의 불만이 터진 것은 다름 아닌 결제 수단이었다. 펜타포트 측이 행사장 부대시설 이용 시 KB카드, KB PAY 등으로 결제 수단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이어진 KB 천하에 불만 빗발
8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진행된 인천 펜타포트에 KB국민카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이번 페스티벌의 결제 수단도 지난해와 동일했다. ‘공식 화폐’라는 명목하에, KB국민카드, KB PAY, 인천 e음 카드와 문화누리카드로 결제 수단이 한정됐다.
인천 e음 카드는 인천광역시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인천시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카드이다. 특정 카드사의 독점으로 인해 관객의 불만이 일자 지난해부터 추가한 결제 방식이다. 그러나 기존 고객이 아닌 경우 현장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활동 등을 지원하는 카드이다. 사실상 KB국민카드나 KB PAY만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인천 펜타포트는 KB가 결제 방식을 독점했다고 할 수 있다.
펜타포트를 다녀온 관객들은 KB국민카드를 신규를 발급받기 위한 시간도 충분하지 않아 KB국민카드 고객이 아닌 이상 현장에서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KB PAY 역시 타사 계좌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등록 완료까지 2~3일 이상 소요되는 점도 타사 카드 결제를 사실상 막은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한 행사 당일에는 데이터 과밀로 인한 통신망 오류가 발생해 KB PAY를 이용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게다가 공식 화폐와 관련한 공지는 페스티벌이 열리기 전주인 7월 27일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공지한 게 전부였다. 페스티벌 특성상 안전이나 쓰레기 처리 문제로 음식물 반입이 철저히 제한돼 현장에서 음료와 음식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한 적절한 이용 안내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현금결제가 불가해 외국인이나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난도 일었다. 관객 모두가 즐겨야 하는 축제에서 특정 카드사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결제 수단을 제한하는 것은 축제의 취지에 벗어난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푸드존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키오스크와 ‘퀸즈스마일’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야 했다. 현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애플리케이션 이용도 국민카드와 KB PAY로만 가능했다.
펜타포트 공식 SNS에는 현장 음식을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인 ‘퀸즈스마일’과 결제 수단에 관련된 항의가 빗발쳤다.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반응과 함께 차별적인 운영 방식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한 누리꾼은 “디지털 소외 계층에서는 푸드존을 이용하지 말라는 뜻인가. 결제 방식에 대한 안내는 사람들이 한 번에 볼 수 있는 공간에 올려야 한다. 특정 계층만 이용하는 SNS가 아니라 문자로 직접 안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카드가 없는 외국인, 청소년 등에게 차별적이라 느껴질 수 있는 운영 방식이었다”며 운영 방식을 꼬집었다.
카드사 측이 스폰서로 참여하는 만큼 주최사 쪽에서 혜택을 마련해 줄 수는 있지만, 이처럼 결제 수단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카드사의 독점 사용권을 부여해 소비자들의 선택과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카드사 측은 직접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으나, 원인이 무엇이든 소비자가 불편을 겪은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비슷한 예로 국내에서 운영 중인 코스트코 코리아가 있다. 코스트코는 국내 진출 이후로 가맹 계약 체결 카드사를 독점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9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는 삼성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했고, 그 이후로는 현대카드만 결제가 허용된 상태이다. 이에 ‘코스트코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는 마케팅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는 특정 카드만 이용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끼겠지만 현행법상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으니 아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비자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카드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고객을 위한 게 아니다”라며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백기 든 KB국민카드
KB국민카드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펜타포트 메인 협찬사로서 카드 홍보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결제와 관련해서는 사전에 공지했다“면서 “통신망 문제는 기지국 증설로 해결해 나가고 있고 KB PAY 타사 계좌 등록 문제는 최소 3주 1개월 전에 공지 요청해 개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해 당시 현장에 푸드존 음식을 사전 예약할 수 있는 앱인 퀸즈 스마일 설치 및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외국인 전용 키오스크를 운영해 결제 수단 제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에도 불편 사항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며 “록 페스티벌 후원 시 불편 사항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펜타포트를 주관한 인천관광공사 측은 앞으로 결제 수단 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관객들의 불편을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결제 수단 제한으로 인한 관객들의 불만 사항을 인지하고 페스티벌 이틀째 되는 날부터 전 카드사 결제 허용이 가능하게 했다”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해당 행사 진행 시 결제 수단 제한은 없을 것”이라며 “관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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