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지난해 3월, 울산시 고(故) 노옥희 교육감은 울산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첫 등교를 함께했다. 당시 일부 학부모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 교육감은 수차례 학부모들을 설득한 끝에 이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차별 없는 교육 지원을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다.진보 교육의 거목이자,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았던 노 교육감은 2022년 12월 8일 별세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의 빈자리엔 노옥희 정신이 오롯이 남아있다. 빈자리를 묵묵히 메우는 이들은 남목고 여혜경 교사와 가수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머 바 가서니 커르 메코님 케 두스테션 더렘(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지난달 30일 울산 동구의 남목고등학교 교정과 슬도 항구 앞 카페에서 특별한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울산 주민들과 아프간 청소년이 함께 부른 아프간어(다리어) 노래는 가수 하림이 소외된 노동자들을 위해 만든 노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이하 우사일)’였다.이 노랫말은 아프간특별기여자의 가족으로 울산 동구에 정착한 청소년 살림, 와리스, 다우드, 아지미가 번역한 것으로, 가수 하림이 이 소식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최근 가수 하림이 공개한 사각지대 노동자 안전을 위한 노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합니다(이하 우사일)’를 아프가니스탄 청소년이 번역해 공개한다.‘우사일’ 번역에 나선 청소년은 2년 전 ‘아프간 특별기여자’로 울산에 정착한 남목고등학교 살림, 와리스, 다우드, 아지미다. 이 학교의 국어교사인 강귀정 교사의 도움으로 번역이 완성됐다. 남목고의 ‘레인보우 프로젝트’ 동아리 리더인 이다경 학생과 지도교사인 여혜경 교사가 긴 다양성훈련을 수료한 뒤 학교에 돌아가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들어진
키즈카페에 가면 처음 만난 어린이들이 금세 단짝이 되어 몇 시간이고 어울려 함께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몇 시간 전에 만난 단짝과 헤어져야 할 때 무척 아쉬워하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 사회성에 감탄하며, 누구나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아 쉽게 어울릴 수 있다는 새삼스러운 가능성에 놀라기도 한다.어린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양육자들에게도 쉽게 다가가 질문을 하는데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거의 한 번도 어김없이 “성별”과 “나이”다.같이 사는 어린이인 다인이와 키즈카페에 가면 다른 어린이들이 젠더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다인이의 머리
인하대에서 성폭력 사망 사건이 일어난지 불과 열흘 뒤인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 로드맵 조속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대를 기록하며 2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지지율 반등을 위한 카드다. 여성들이 어떤 일을 경험하며 어떤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기에 보일 수 있는 언행이다.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건 학생 안전의 문제지, 또 남녀를 나눠 젠더 갈등을 증폭하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젠더 기반 폭력(Gender Based Violence)에 대
최근 한 중학교에서 진로 시간에 노동인권 교육을 진행하게 됐다. 키오스크,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드론 택배 등을 주제로 소비자로서 누리는 ‘무인 서비스의 편리함’ 그리고 사장님으로서 ‘일하는 사람이 두지 않을 때 늘어나는 소득’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다. 그 후, 자신을 소비자나 사장님이 아니라 ‘일이 필요한 노동자’라고 생각하고 무인 서비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고 했다.처음에는 자신이 “그런 일”이 필요한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가정하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그러다 “일자리가 줄어들긴 하겠네요..”라는 말이 나오긴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이 구로구에 왔을 때 이주민 2세인 한 청소년이 트럭에 올라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미디어에서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넘치고 차별을 조장합니다. 이주민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라며 구로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차별을 끝내기 위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주민이 많은 도시인 구로에서 이 청소년은 중국어로도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담담하지만 절실했습니다.한국계 중국인(조선족)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차별을 익숙한 듯
지난 3월 16일 성공회대학교 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생긴 후 또다시 가짜뉴스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첫째로 여성을 앞세워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LGBT 단체, 국가인권위원회, 페미니즘 단체들 그리고 여성가족부까지 모두 성소수자들의 권리만 우선시하느라 여성의 권리는 뒷전’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여성 인권과 성소수자 인권은 결코 대립하지 않으며 오히려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화장실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불과 몇십
여름이 되면 남구로역에는 새벽에 매일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고는 합니다. 하루 일해서 하루 일당을 받는 ‘안정적이지 않은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매일 천여 명씩 모인다는 뜻 입니다. 그런데 그 중 90%의 사람들은 일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합니다. 안정적이지 않은 일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보다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습니다. 한 달 내내 새벽 4시에 나와도 한 달에 6-7일 정도만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는 무슨 문제일까요? 이 문제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불러야할까요?한국에서 고등학교
혐오를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만드는 천박한 자본주의와 이를 규제할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혐오를 통해 더 많은 표를 얻으려 하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계속해 누군가의 삶을 폭력으로 물들게 하고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정치와 경제에 걸친 구조의 문제는 성별이분법적이고 성역할고정관념에 근거하며 이성애 중심적인 불평등한 젠더문화를 유지, 강화시키며 모두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다양한 성별,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을 가진 동료시민을 낙인하고 배제하고자 했던 이 폭력의 이름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다.지난 2월 4일과 5일, 세상을 달
‘비호감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거대 양당구도의 양자택일의 투표에 익숙한 한국사회에서는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들이 연일 나오고 있다. 정책은 사라지고 가족 검증만 남은 선거에서 새로운 대통령과 만들어갈 미래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러한 가운데 한 방송국이 실시한 세대별 사회 갈등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다른 세대에 비해 20대가 성별 간 갈등이 가장 심각한 갈등이라고 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상정, 안철수, 윤석열, 이재명 등 네 후보의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마치 왕조라도 설립하려는 건지 의구
“선생님, 왜 여자 편만 드시나요? 여자들 편만 들고 남자들이 힘든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네요. 선생님도 페미에요? 이러니 남자들이 오히려 더 차별받는다는 말이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성평등 교육 현장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더 살기 힘들다’는 주장하는 남성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전에도 있었지만, 더 심해졌습니다. 왜 그럴까요?몇 년 전만 해도 이런 학생들이 있으면, 주변 학생들이 “선생님 신경 쓰지 마세요. 얘 남초사이트 해서 그래요” 이런 반응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대체로 남초사이트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는 뜻이죠.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에서 어떤 일을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은 사회구조에 살고 있는) 개개인은 가짜뉴스에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구하고 관심을 가질 의지가 없는 사람들의 게으름은 소수자들을 향한 고정관념과 편견의 강화 그리고 사회구조적 차별과 억압으로 이어지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배제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HIV 바이러스만큼이나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공포와 두려움에 의해 오랫동안 감염인들의 인권, 건강, 안전을 침해하고 차별이 공고히 유지되고 있는 바이러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성별이분법적 화장실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한국다양성연구소는 27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기존의 화장실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오줌권에 대하여’를 발간했다고 밝혔다.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장소인 화장실은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 권리로 제공돼야 한다. 하지만 가장 사적인 공간인 동시에 가장 정치적인 공간인 화장실은 누군가에게는 이용자격이 주어지고 누군가는 철저하게 배제하는 형태를 갖고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또 서울시가 성별, 연령, 국적 신체 능력 등에 의해 제
부당한 일을 강요받을 때 우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회사에서 우리 회사의 공장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정화 처리하지 않고 모아뒀다가 비가 많이 오는 날마다 몰래 흘려 내보내도록 지시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또는 우리 회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허술하게 관리하면서 훨씬 더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방향의 업무를 지시받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또는 많은 노동자를 해고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회사의 부당한 지시를 당당히
목숨걸고 연애해야 하는 사회한국에 사는 여성들에게 폭력이나 살인을 당할 가능성을 가장 높이는 행동은 남성과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는 것이다. 말장난이거나 과장이 아니다. 통계가 말해주는 실제 상황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는 질문에, 그저 ‘나에게 폭력을 쓰지 않을 것 같은 남성’을 찾는다는 답변을 하는 여성들이 많을 정도다. 연애를 할 때 폭력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배제할 수 없고 이별을 할 때도 폭력을 두려워하며 ‘안전이별’에 대한 정보를 찾아봐야만 하는 세상이다. 젠더 불평등이 공고한 사회에서 연애란 자신을 위험에
우리는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에 대해 무수한 선택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거의 아무런 제한이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할 수도 있고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건물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게 농구공을 튀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을 하면 우리는 어떤 저항을 받게 될까요? 지난주에 소개했던 ‘가장 저항이 적은 길(paths of least resistance)’이라는 개념에서 ‘저항’이란 우리가 자신의 위치에 맞게 자신이 놓인 상황에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시민사회단체가 국회에 포괄적 성교육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포괄적 성교육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등 211개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포괄적 성교육 입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포괄적 성교육이란 유네스코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되는 ▲관계 ▲가치, 권리, 문화, 섹슈얼리티 ▲젠더 이해 ▲폭력과 안전 ▲건강과 복지를 위한 기술 ▲인간의 신체와 발달 ▲섹슈얼리티와 성적 행동 ▲성과 재생산 건강 등 8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한 성교육을 말한다.이들 단체
토론은 자기 자신과 공동체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들을 발견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생각과 근거도 들을 수 있는 자세를 갖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의 토론은 신자유주의에 점철된 ‘경쟁에 의한 승부로 인한 승패는 개인의 몫’이라는 관점과 함께 무조건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말싸움’과 비슷한 뜻 정도로 사용되곤 합니다. 그러니 ‘하버드 대학에서는 토론에서 절대 지지 않는 법을 가르친다’고 말하는 이가 나와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
지난 2월 26일 대학에 인권센터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름뿐인 인권센터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인권센터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해 대학의 문화와 구조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로 예산, 전문인력, 권한이 필요하다. 둘째로 학내 구성원들이 사회적 특권과 억압(social privilege and oppression)을 만들고 유지하는 권력(power)에 대해 고찰하고, 권력에 도전하고 해체할 수 있게 하는 인간의 다양성과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