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심사 중단 요구 기자회견
한수원, 고리 2·3·4호기·한빛 1·2호기 등 수명연장 추진
전남 영광·대전·부산 등서 올라와 원안위 앞에서 호소
“지역 주민 안전 위협…심사 중단·원자력 규제 강화해야”
‘방사선환경영향 평가서 초안’ 허점 많다는 지적도 나와

탈핵시민행동 등 핵발전소 지역 탈핵 단체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노후 핵 발전소 수명연장 심사 중단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탈핵시민행동 등 핵발전소 지역 탈핵 단체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노후 핵 발전소 수명연장 심사 중단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환경단체가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은 핵발전소 지역의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전환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며 당장 수명연장 심사를 중단하고 원자력 안전의 규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탈핵시민행동 등 핵발전소 지역 탈핵 단체는 14일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앞에서 ‘노후 핵 발전소 수명연장 심사 중단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을 추진하면서 관련 심사 서류를 규제기관인 원안위에 제출했다. 현재 한수원이 수명연장을 추진 중인 곳은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등 7기다.

관련 서류는 현재 원안위 산하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심사 중이다. 7기 중 한빛 1·2호기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업자가 작성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이하 평가서) 초안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현재 보완 요청을 해둔 상태다.

이들은 한수원이 신청한 수명연장 관련 서류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가 서류를 검토한 결과, ‘사고로 인한 영향’을 기술하면서 중대사고를 제대로 상정하지 않은 점, 최신기술기준(NUREG 1555)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전성과 직결되고 국민의 알권리에도 해당하는 주요 서류를 대부분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를 일관하는 것에 이어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관련한 주민보호 대책, 규제마저 허점이 많다는 것이 단체의 입장이다.

이날 이들 단체는 “한수원이 강행하고 있는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은 지역주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원안위가 오히려 규제절차를 완화하면서 윤석열 정부 임기 내 10기의 핵발전소가 18번 수명연장이 가능하게 됐다”며 “노후핵발전소들에 대해 한수원이 작성한 평가서에는 중대사고를 반영하지 않고 최신기술지침을 적용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으며 수명연장 과정에서의 주민의견수렴과 절차의 투명성 등도 철저히 배제돼 있다”고 했다.

이어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전 세계는 핵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시작하며 탈핵과 에너지전환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오로지 ‘핵발전 진흥’에만 쏠려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대응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부실하게 작성된 평가서를 포함해 수명연장 과정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들이 있음에도 원자력 안전의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인 원안위가 심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탈핵시민행동 등 핵발전소 지역 탈핵 단체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열린 ‘노후 핵 발전소 수명연장 심사 중단 요구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탈핵시민행동 등 핵발전소 지역 탈핵 단체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열린 ‘노후 핵 발전소 수명연장 심사 중단 요구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고리원전 2·3·4호기가 위치한 부산에 살고 있는 탈핵부산시민연대 민은주 사무처장은 “부산의 모 언론사에서 취재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에 소방당국에서 고리원전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 결과, 소방법 위반이나 무단 변경한 건이 무려 110건 이상이나 확인됐다”며 “특히 고리원전은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사고가 300여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고 호소했다.

이어 “여러 인재, 자연재해까지 합치면 노후된 원전의 수명 연장은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원안위는 하루빨리 시민들과의 간담회를 열어 다 같이 안정성, 수용성 여부 등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탈핵공동행동 및 대전환경운동연합 조용준 국장은 “대전은 원전 지역이 아니지만, 올해 딱 30년 된 하나로 원자로가 있고 여러 많은 실험, 연구를 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있는 곳”이라며 “그곳에서는 많은 실험들이 진행되는데, 그로 인한 여러 많은 사건 및 사고들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용 원자로니까 안전하지 않냐고들 하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로 핵연료, 핵 폐기물, 방사성 물질 등이 나오고, 더욱이 하나로 원자로는 최근 10년간 13번의 가동 중지가 있었다”며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노후화된 하나로 원자로 수명을 연장해서 어떻게든 가져가려고 하는 꼼수를 버려야 하며, 원안위도 계속 땜질식으로 승인해 주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모습.  ⓒ투데이신문
서울 중구에 위치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모습. ⓒ투데이신문

원안위의 핵발전소 운영과 관리 감독이 부실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빛 1·2호기가 있는 지역 단체인 한빛핵발전소대응 호남권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이자 전북녹색연합 김지은 국장은 “지금 한국은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 사고가 당장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핵발전소 운영과 관리 감독이 부실한 상태”라며 “이는 핵발전소를 규제해야 할 원안위가 제대로 사고 발생 시 주민 보호 대책을 제대로 갖춰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자력안전법에 의하면 국민 안전과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 기여하라고 명시돼 있지만 원안위는 평가서 초안에 주민의 대피 및 주민 보호 대책을 담지 않은 한수원 손들어 줬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원전 사고가 났을 때 국민의 이 생태계를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최후의 보류는 원안위이라며 이 엄중한 책무를 저버리지 않고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원안위에 한수원이 제출한 평가서를 바탕으로 한 노후핵발전소 연장 심사를 중단할 것과 원자력 규제 체계를 정비할 것을 촉구했다. 더 나아가 국민과 지역주민의 알권리를 위해 한수원이 제출한 수명연장 관련 서류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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