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커뮤니티센터·국제학교·행정기관 이전 등 사업 지체
고덕신도시 주민들 “평택 중심 될 거라 해서 왔는데” 한숨
평택시 “예산 넉넉하지 않다” 난색…주민 설명회로 소통
탄약고 이전은 언제쯤…LH “이전 합의하고 사업 추진 중”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2기 신도시인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의 전반적인 도시개발이 지체되면서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원성이 이이지고 있다. 아파트만 지을 게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관공서, 학교, 문화시설, 도로 등 기반시설 건립을 조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고덕신도시는 평택시 고덕동 일대 13.4㎢ 면적에 5만8300세대, 수용인구 약 15만명을 목표로 조성돼 현재 약 2만세대, 4만4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아직 여러 도시기반시설이 미흡해 먼저 입주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 따르면 고덕신도시는 2단계 개발을 마무리한 가운데 약 52% 가량 개발사업이 진행됐다. 상반기에는 본격적인 3단계 개발을 위한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주민들로 구성된 고덕국제신도시총연합회(이하 고덕신도시연합회)는 지난달 26일 평택시청 앞에서 지지부진한 고덕신도시 개발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고덕신도시의 개발사업들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평택시의 무책임한 태도’를 짚으며 “구체적인 해결 방안과 일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고덕신도시에 입주한 주민들은 특히 정장선 평택시장이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내놓은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정 시장은 ▲고덕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 ▲고덕국제학교 설립 ▲도로 개설 및 공영주차장 확대 조성 등을 공약한 바 있다.
고덕신도시연합회 민성진 위원은 “고덕복합커뮤니티는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 체육시설, 도서관, 문화공간 등이 들어갈 계획”이라며 “당초 예정된 부지가 있었는데 그 자리가 기획재정부로 넘어가면서 위치도 정하지 못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정부담을 덜고자 기부채납 받은 자리로 고르려는 것 같은데 공간이 축소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 위원은 “국제학교는 입찰을 통해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정해졌는데 협의가 안되고 있다”라며 “1순위, 2순위가 결렬됐는데 여기까지 벌써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수학교들이 응하도록 하려면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제안했다.
젊은 인구가 모인 신도시로 학생 수가 많지만 정작 초·중·고교 수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현재 고덕신도시 내 고등학교는 아직 없으며 중학교는 1개교, 초등학교는 3개교 뿐이다.
오는 9월에는 초등학교 2개교와 중학교 1개교가 개교하지만 학부모들은 전학 문제 등으로 진통이 불가피하다 보고 있다. 고등학교는 1개교가 내년 3월 이전해 개교한다.
고덕 대광로제비앙모아엘가 입주예정자협의회 신경수 회장은 “초등학교 1곳은 1000명이 수용인원인데 현재 학생 수가 1400여명이다. 추가로 입주할 단지들을 감안하면 다른 학교도 초과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주예정 단지들은 일정이 다가오는데 학교 개교가 늦다”라며 “아이들을 위한 인프라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택시청과 시의회, 평택북부경찰서 등 행정기관 이전 역시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다. 신도시의 한 주민은 “입주를 시작한지 5년 이상 됐는데 아직 살기 만족스러운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라며 “평택시가 평택시민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주민들은 고덕신도시가 평택의 중심이 될 거라 해서 어렵게 청약을 넣었다. 힘들게 대출받아 비싼 금리 물어가며 왔는데 여러 개발이 지지부진하고 약속도 지키질 않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평택시는 고덕신도시 입주민들에게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지겠다는 계획이다. 평택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별도로 설명하는 자리를 열고 수시로 온라인으로 자료도 제공할 것”이라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업 하나하나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들다 보니 행정절차가 많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가 안좋다보니 예산 상황이 넉넉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지연되는 사업들이 있다”라며 “시청사 이전과 경찰서 건립 등은 안정화돼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고덕복합커뮤니티는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다보니 검토할 내용이 많고 고덕국제학교는 현재 3순위 학교와 협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덕신도시 개발의 최대 난제인 미군 탄약고도 이전을 두고 진전된 내용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이전을 위한 한미 당사자간 합의서 체결이 완료됐다. 현재는 미군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전 지역의 시설물 설계가 마무리 되는 중이며 건설단계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탄약고 이전이 완료되면 개발이 제한된 주변부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돼 도로 등의 개설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탄약고 본체부지는 공여구역 해제절차를 거쳐 주민을 위한 문화공원으로 개발한다”고 말했다. LH는 국방부, 미군과 정기적으로 실무검토 회의를 열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가시적인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한편, LH는 오는 하반기에는 ‘LH형 패키지 공모사업’을 통해 적극적인 민간건설자본 유치에도 나선다. LH는 “3단계에 위치한 복합레저단지 개발계획 수립과 탄약고 이전계획 등이 진행 중에 있다. 해당 구간에 대한 기반시설 설치 및 편의시설 입주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주요기획: [청년정책], [탈서울 인지방], [2023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좋은주택 만들기], [건설산업 선진화], [농민권리를 외치다]
좌우명: 지난이진(知难而进) 다른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