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의 가르침』은 기본적으로 그가 예전에 쓴 원고들의 문집이다. 실로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텍스트인지라 그 안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중핵이 자기계발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에 새로 출간하면서 그가 새로 추가한 부분들이 적지 않지만, 그 본질은 유효하다. 세이노가 강조하는 것은 남탓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라는 것이다.
세이노의 친절한 독설
세이노는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먼저 삶에 대한 태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 삶의 노예가 되어 자기 생활과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돈의 주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29쪽) 삶의 주인이 돼야 돈의 주인도 될 수 있다는 소리다. 당연하게 보이지만 막상 현실에서 보기는 쉽지 않은 태도다. 자기주도적으로 사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요즘 세태와는 어울리지 않는 톤을 지니고 있다. 즉 꼰대라고 하는 기조는 분명하다. 그것도 매우 까칠한 꼰대이다. “당신이 스스로의 삶에 대한 태도부터 바로 세우지 않는 한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하면서 당신을 한심한 사람으로 매도하고 독설을 퍼붓는 사람이다.”(29쪽) 격려와 공감으로 특징되는 따스한 멘토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의 삶이 절망스럽고 괴롭고 암흑에 싸여 있는 것같이 보이는가? […] 용수철처럼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당신의 삶을 이 거친 세상에서 우뚝 홀로 세울 수 있도록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피 튀기듯 노력하라. […] 그렇게 하기 시작할 때 당신은 당신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며 그때 비로소 돈이 당신의 노예가 되어 당신을 섬기게 되는 것이다.”(29쪽)
이처럼 세이노의 가르침은 꼰대스럽다. 하지만 꼰대스럽지만, 친절하다. 아니, 그의 메시지를 고려해본다다면 오히려 꼰대니까 친절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가르침은 쉘던 베너컨의 자전적 이야기의 제목처럼 ‘잔인한 자비’(A severe mercy)이다. 나는 그의 독설을 친절한 독설이라고 생각한다.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다는 소리다.
주5일제 시행과 빈부격차 심화
세이노의 가르침은 간단히 줄여 소개하자면 팩트 폭력 그 자체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 바로 <주5일제 근무 좋아하지 마라> 편이다. 나는 이 원고를 맨 처음에 보았을 때, 머리로는 어느 정도 동의했으나 가슴으로 공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무조건 공감하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 역시 이틀이나 되는 주말을 당신처럼 ‘재충전 내지는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쉬면서 보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들 중 일부는 자기 계발을 위하여 그 주말의 황금시간을 거의 모두 바치면서 일과 관련된 능력과 지식을 ‘독하게’ 향상시키고 있다면, 그리고 그런 노력이 2년 정도 지속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163쪽)
이 질문에 답하고자 세이노는 가상의 직장인 두 명을 제시한다. A는 2년 동안 매 주말(2일)마다 하루 10시간 씩 자기 분야를 치열하게 공부하고, B는 평일(5일) 저녁에 한 시간씩 자기 분야를 성실하게 공부하지만 주말에는 온전히 쉬고 논다고 치자. A는 총 2000시간을 공부해 그 분야의 기틀을 확립하고 실전에 적용하는 경지에 도달하지만, B는 워낙 찔끔찔끔 공부한지라 겨우 500시간에 머물러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 산술적으로 정확한 지라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차이가 단지 2년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2년의 집중적인 투자 이후의 삶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B가 몇 년 동안 ‘성실히’ 벌어야 하는 돈을 A는 1년 안에 벌게 된다. 물론 B는 여전히 돈 걱정을 하며 살게 된다. 반면에 A는 10년 전 이미 2년을 희생하여 B 같은 사람들과의 지식 세월 격차를 이미 5년 이상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이제는 느긋한 여유도 누린다.”(164쪽)
그는 이런 상황이 봉급생활자, 자영업자, 사업가, 학자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지적한다. 주변을 보니 그게 맞다. 거의 자연의 섭리와도 같다. 그래서 그는 하루라도 빨리 젊었을 때 자기계발을 하라고 권면한다. 학교와 직장에서 배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 이상으로 공부하고 훈련 받아야 한다. 그것도 조금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이 하라는 것이다.
휴식의 목적 재고(再考)
그렇다고 휴일을 무조건 업무 능력 향상과 지식 축적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자체가 나쁘겠는가. 세이노 역시 초기의 희생을 통한 경제적 성공 이후에 누리는 여유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젊음의 시절에는 여유를 누리기보다 성공을 위해 대가를 치르라고 그는 말한다.
무엇보다 휴일(休日)을 쉬는 날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물론 한자의 뜻을 그대로 풀어보면, 빼거나 더할 것 없이 쉬는 날이 맞다. 그런데 휴식을 영어로 보면 Recreation이다. 이에 따라 보자면, 노동이 생산을 도모하는 활동이고 휴식은 재생산을 위한 근간이 된다. 노동을 했으니 휴식이 필요한 것만큼이나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소리다.
휴식의 시간을 존중하는 선진국은 실상 이러한 발전과 성장에 대한 지향을 이면에 깔고 있다. 주5일제를 시행하는 나라일수록 중산층과 상류층의 소득 격차가 심화되고, 중산층에서 하류층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세이노는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은 늘어난 여유 시간을 휴식과 오락에 바치겠지만, 누군가는 발전을 위해 공부에 시간을 쓰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는 <8시간 근무에 집착하지 말라> 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선진국들에서 하루 8시간 근무와 주 5일 근무 제도를 지키는 것은 대부분 공무원, 육체노동자, 하급 직원들이다. […] 외국의 경우 상급자들의 근로시간과 책임은 무한대이다.”(179쪽) 근로 시간이 늘고주는 것은 자신이 서있는 지점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세이노가 강조하는 것은 일을 많이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에 능숙해지라는 것이다. 평생 일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당연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느 시점에서는 느긋한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그가 가리키는 과녁은 요즘 너도나도 말하는 경제적 자유이다.
제발 좀 공부하라
“처음에 8시간 걸리던 일을 6시간으로 줄이고 남은 2시간에 추가적으로 다른 일을 수행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비로소 몸값을 올라가며 경제적 자유에 좀 더 가까워지게 되기 때문이다. 일을 빨리 마치려면 머릿속에 든 것이 많아야 한다. 그러므로 제발 좀 공부해라. ”(180쪽)
경제적 자유를 위해 몸값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 업무능력을 향상하라는 것이다. 2022년에 새로 추가한 코멘트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일은 8시간을 하더라도 일과 관련된 자기 계발을 추가로 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넉넉한 삶은 어려울 것이다.”(181쪽)
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
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시스템의 공백을 개인의 노력으로 채우게 하는 이념로서의 자기계발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서 개인에게 부당하게 짐을 지우는 체제 순응적 자기계발론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이노의 자기계발론은 설득력이 있고 더 나아가 충분히 귀를 기울일 만하다. 현실에 대해 엄정한 동시에 자기계발의 목적과 과정을 분명하게 제시하기 때문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엄격하나 친절하고, 까칠하나 정확하다. 그의 다양한 조언을 살펴보면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서평에서 다룬 것은 원론적인 부분이지만, 사실 더 재미있는 글들이 많다. 그가 여러 주제들을 어떻게 다루는 지를 유심히 살펴보라. 삶을 살아가는 근본 태도를 돌아보게 되는 동시에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지침들을 얻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