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읽다.는 20세기 전반 영국에서 유머 작가로 유명했던 맥스 비어봄이 집필한 동화이다. 순수한 본문은 100여 쪽이 되지 않을 만큼 짧지만(조지 셰링엄의 그림이 앞부분에 수록되어 있고, 뒷부분에 실린 부록들도 유용하다) 재밌다.조지 헬에서 조지 헤븐으로줄거리는 단순하다. 조지 헬이라는 사악하고 방탕한 귀족이 있다. 거리에 그가 나타나면 사람들이 피할 정도이다. 그런데 가난한 처녀 제니 미어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조지의 청혼을 거절한다. 그녀가 성자 같은 외모를 선호하는 얼빠라서다
《예수와 권세》를 읽다.기독교의 정치 참여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요즘이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다. 이 번역본이 출간되기 직전에 한국에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곧바로 탄핵안이 가결됐다. 골때리는 상황이 아닌가. 실로 ‘퍼킹 코리아, 어메이징 코리아’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적절한 기독교 “정치신학 입문서”(강영안)가 필요했다.기독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일단 짚어볼 부분은 《예수와 권세》가 두 명이 쓴 공저라는 점이다. 하지만 책표지에 보면 공저자 가운데 톰 라이트라는 이름이 압도적으로 크
《신을 기다리며》를 읽다. 이번에는 이 현대적 고전에 대해 자세히 말하기보다 그녀가 소비되는 방식을 잠깐 생각해보고 싶다.파토스의 시대와 시몬 베유시몬 베유의 책과 관련 서적들을 새롭게 읽기 시작하면서 문득 궁금해서 20세기 후반에 번역된 그녀의 책들을 조사해 봤다. 그러자 나의 예상보다 훨씬 많이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30여 권을 헤아릴 정도로 많은데, 실제로는 중복 번역이 허다하다). 이미 알고 있는 경우들을 제외하고, 이번에서야 알게 된 것들만 아래에 소개해본다.▪ 운명의 시련 속에서(문예출판사, 1972)▪ 영혼의 순례
시몬 베유의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를 읽었다. 이종영 선생의 번역이 유려하고 명쾌해서 단숨에 읽었다. 사실 대학생일 때부터 시몬 베유를 좋아했다. 실로 오랜 만에 베유 누님의 글을 읽게 돼 행복했다. 중력과 은총《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는 시몬 베유의 원고 두 편,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와 〈마르크스주의적 독트린은 존재하는가>를 묶어 펴낸 것이다. 원래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만 번역 제안을 받았던 이종영 선생이 얇은 분량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유사한 〈마르크스주의적 독트린은 존재하는가>를 함께 번역해 수록한 것이다.위의 ‘
라는 특이한 책을 읽었다.저자 트리샤 허시(Tricia Hersey)는 흑인이고, 여성이며, 흑인해방신학자이다(흑인해방신학은 정치신학이라 불리는 진보 혹은 좌파 계열의 신학 사상이다). 낮잠사역단(Nap Ministry)을 설립해 단체 낮잠, 워크숍, 강연, 코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낮잠 주교(the Nap Bishop)로 알려져 있다.한국과 흑인해방를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낮잠으로 자본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극복하자고 주창하는 선언문이다. 실제로 수시로 선언이 쏟아진다. “휴식은
을 다시 읽다. 세 번째인지, 네 번째인지 헷갈린다. 여튼 다시 읽어도 역시 좋다.독일의 선사 오이겐 헤리겔저자 오이겐 헤리겔(1884-1955)은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빈델반트와 리케르트에게 배우고 동대학에서 철학 교수로 일하던 신칸트학파에 속한 연구자이다. 그러다 일본 도호쿠 제국대학의 초청을 받고 일본에 와서 1924년부터 1929년까지 객원교수로 머물면서 선을 배웠다. 결국 그는 신칸트학파를 떠나 독일의 신비주의와 선사상에 경도됐다. 그래서 “Der Zen-Weg”, 즉 라는 제목의 책도
전업 투자자인 친구가 내게 가치투자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지식이 일천하여 이에 대한 판단 자체가 불가능해서 기초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 가치투자는 고사하고 투자 자체를 모른다. 듣기야 많이 들었지만, 정작 나의 경험과 나의 지식은 아닌 거다. EPS니 PER이니 하는 기본 용어도 낯설고 가치주 성장주 분류도 어색하다. 그래서 요즘 이런저런 책을 뒤적거렸다.부자 아빠 가난한 딸그러다 만난 책이 바로 『아빠와 딸의 주식 투자 레슨』 이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를 추종하는 아빠(필)를 투자 멘토로 삼아 가치 투자의 길에 들어선 딸(대
『세이노의 가르침』은 기본적으로 그가 예전에 쓴 원고들의 문집이다. 실로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텍스트인지라 그 안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중핵이 자기계발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에 새로 출간하면서 그가 새로 추가한 부분들이 적지 않지만, 그 본질은 유효하다. 세이노가 강조하는 것은 남탓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라는 것이다.세이노의 친절한 독설세이노는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먼저 삶에 대한 태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 삶의 노예가 되어 자기 생활과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돈의 주인이 될
작년(2023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단연 이다(국내 출판시장을 대표하는 교보문고나 예스24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일단 -연령대가 상당히 높은- 부동의 두터운 팬층과 -저자와 출판사가 경제적 이윤을 포기한 덕분에 가능해진- 엄청나게 저렴한 책값의 덕이 크다.신국판 736쪽에 7200원책값의 부분은 참 흥미롭다. 저자 세이노 씨는 엄청난 갑부이다. 그가 인세를 포기한 것은 놀랍지 않다( 724쪽에 보면 그 배경이 소개된다, “그때부터 가르치는 데 돈을 받지 않는 게 철칙이 된 거야.”
워낙 유명한 책이니 책의 핵심만 간단히 짚고 자세한 내용 소개는 생략하기로 하자. 보보스(Bobos)는 복수형으로, 즉 보보들을 가리킨다. 그리고 보보는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의 합성어이다. 부르주아의 경제자본과 보헤미안의 문화자본을 겸비한 이들이다. 이제 이들이 자본주의의 선두에 서게 되었다는 거다.나는 를 원래부터 매우 좋아했다(동시에 매우 비판적이기도 했다). 동방미디어에서 나온 형선호 역본을 애지중지했고, 강한 애증을 담아 서평도 썼고, 이걸로 독서모임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 가치를 잘 몰라본 것 같다(자
위고 메르시에의 책 《대중은 멍청한가?》를 읽다.책의 제목이 핵심을 찌른다. 대중은 멍청한가? 멍청하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잘 속는다, 쉽게 받아들인다는 뜻일 게다. 저자 메르시에 또한 사기꾼에게 속고 만 자신의 에피소드를 통해 “쉽게 속아 넘어간다”라고 하는 대중에 대한 통념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당연히 저자나 독자 모두 실상 대중의 일원이다). 많은 이들, 특히 지식인들과 엘리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심지어 일부 엘리트들은 대중을 개와 돼지로 여기기도 한다.대중의 속성대중은 정념의 상태에서 움직이는 군중을 가리킨다.
영국의 문인 D. H. 로렌스의 계시록 주해서인 《아포칼립스》를 읽다.한 동안 학계를 주름잡던 묵시와 파국 서사 열풍이 어느 때부턴가 사라졌다. 그것도 매우 신속하게. 원래 이 열풍은 헬조선이라는 자학적 용어가 횡행하던 현실과 궤를 같이 하는 동시에 서구의 지적 상품을 발빠르게 들여온 것이기도 하다.서구의 지적 트렌드에 민감한 탓에 학계의 유행은 몇 년 만에 사라졌으나 대중이 직면한 고통스런 현실은 여전하다. 따라서 대중문화에서 이를 재현하는 양태도 마찬가지로 지속되고 있다. 당장 얼마 전(2023년 5월)에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던
팀 페리스의 를 다시 읽다. 예전에 부키에서 출간한 번역으로 읽었지만, 확대 개정판(updated & expanded)으로 나온 거라서 다시 보았다. 이전 역자 이름(최원형)이 그대로인 걸로 보건대, 아마도 개정된 부분만 다른 역자(윤동준)가 담당한 것 같다.사실 책은 오래전에 구매했으나 거의 즉흥적으로 집어 든 것이다. 아무래도 요즘 직장 생활이 좀 힘들었지 싶다. “주당 노동 4시간(The 4Hour Workweek)”라는 원제를 생각해보면, 내 즉흥적 선택이 이해된다. 아마 여러분도 내 선택을 이해해주시
4세기 기독교를 대표하는 예언자 요한 크리소스토무스(크리소스톰)의 설교집을 읽었다. 본문은 〈누가복음〉 16장에 등장하는 나사로(나자로)의 비유담이다.나사로는 늘상 잔치가 열리던 어느 부잣집 대문 옆에서 구걸하며 살아간 걸인이다. 둘의 처지는 사후(死後)에 역전된다. 집주인인 부자는 죽어서 음부 곧 지옥으로 가고, 나사로는 ‘아브라함의 품’ 곧 낙원으로 간다.“아브라함이 이르되 얘 너는 살았을 때에 좋은 것을 받았고 나사로는 고난을 받았으니 이것을 기억하라 이제 그는 여기서 위로를 받고 너는 괴로움을 받느니라”(누가복음 16:25)
페테르 우스펜스키의 소설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을 읽었다. 이는 러시아의 신비가 우스펜스키와 그의 스승 구르지예프의 신비주의에 대한 관심으로 집어든 책이다.과거로의 회귀를 소재로 한 이 명상 소설은 백여 년 전에 출간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현대적이다. 요즘 널리 읽히는 회귀물 웹소설을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 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웹소설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하다.웹소설의 핵심 장치로서의 회귀웹소설의 주요 경향은 잘 알려진 대로 회빙환, 즉 회귀, 빙의, 환생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회
《암 치료의 정석》을 읽었다. 이제껏 내가 여기 소개한 책들 가운데는 처음으로 내가 먼저 택한 게 아니다. 그러니까 자의적으로 읽은 게 아니라 내가 존경하는 어르신이 강력하게 추천해 마지못해 읽었다는 소리다.암에 무관심해서는 아니다. 내게는 오히려 암에 대해 더 알아야 할 개인적 이유가 있다. 모친이 암으로 고생하셨고, 여전히 조심하셔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으로서 암이라는 병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모친이 암에 걸린 걸 알고 나니 정말 암담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암,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암
요즘 MBTI가 유행한다. 정식 명칭은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로서, 모녀지간인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네 가지 척도에 기반해 구성한 심리검사 도구이다. 설문지에 담긴 93개 문항에 대한 답변을 통해 총 16개의 성격 유형 가운데 해당하는 유형을 찾아낸다.MZ세대를 중심으로 인간 행동과 관계를 이 16가지 유형에 대입해 규명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흔히 하는 말로 개나 소나 다 하는 형편이라 모르면 뒤처지는 것만 같다. 물론 대체로 재미로 하는 것
데이비드 브룩스의 를 읽다. 는 22년 전, 즉 출간되던 해 여름에 읽었다. 우연히 발견했지만, 본 순간 나는 이 책에 반했다. 그 이후로 수도 없이 펼쳐봤다. 책의 숱한 부분에서 나의 사유가 공명하고, 나의 마음이 반응했다. 내 영혼의 책 가운데 하나다.적에서 친구로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미국 보수(공화당) 진영을 대변하는 칼럼니스트다. 미국의 보수적인 칼럼니스트들 가운데 그는 단연 원탑이다. 그의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칼럼들도 훌륭하다. 세련된 문장이나 예리한 통찰, 거기에 균형감각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데
독특하게 불경한 책을 방금 막 읽었다. 바네사 졸틴의 이다. 원제는 이다. 국역본의 부제가 “충분히 깊게 읽는 경이로운 경험에 대하여”인데, -어디까지나 내가 보기에- 저자는 과도하게 혹은 경박스럽게 깊이 읽는 경험을 주저리주저리 나열하고 있다.어느 무신론자의 경건한 독서과도하게라 함은 그 텍스트가 담지하는 그 이상의 신성함을 끄집어내는 것에 있고, 경박스럽게라 함은 저자 자신이 그 텍스트에 신성함을 집어넣은 것에 있다. “만약 그것을 신
유대인은 한국인에게 있어서 다방면에 걸쳐 관심 받고 있다. 음모론(가령 시온의정서), 교육학(가령 하브루타), 성공학(자기계발), 기독교(특히 세대주의적 종말론) 등 실로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되고 활용되는 실정이다. 이는 유대인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경로야 어찌 됐건 이제 한국인의 유대인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의 수준을 넘어서 커다란 산업이 됐다(특히 하브루타 학습법 시장이 그렇다).이스라엘에 대한 환상그런데 이렇듯 유대인이 관심이 되는 이유는 결국 그들이 이룬 눈부신 성취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