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인플레 헷지...금 수요↑
中의 금 보유량 17개월 연속 증가세
금값 사상 첫 온스당 2400달러 돌파
중국 금 ETF 총운용자산 ‘사상최대’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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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400달러선을 넘어섰다. 국내 금 거래량도 급증하며 전통적인 안전자산의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는 최근 고조되는 중동 지정학적 불안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기인한다. 특히 중국의 금 수요 확대가 금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 상승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작고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경계심리가 금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 가격 추이 [사진출처=World Gold Council]
금 가격 추이 [사진출처=World Gold Council]

불안을 연료로 고공 행진하는 금

지난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는 뉴스가 확산하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6.37까지 치솟으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온스당 2407.8달러로 거래를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2400달러를 돌파했다.  

달러가 오르면 금값은 내리고 반대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금값이 오르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이는 위험회피 성향이 극도로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금값과 달러인덱스는 나란히 급등한 바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점도 금 가격을 부추기고 있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5%로 시장의 예상을 웃돌아 연준의 금리인하가 올해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금값은 통상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거나 금리가 낮아질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금이 지닌 복합적 성격 때문에 금 가격 급등 현상은 기대와 리스크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 “인플레이션 현상 지속에 대한 헷지 수요 가능성과 주식 등 각종 자산 가격의 과열 리스크를 경계하는 차원의 금 수요 확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분쟁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으며,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불확실성 확대로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금값이 연내 온스당 2500달러, 씨티은행은 온스당 3000달러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 오재영 연구원은 “전통적인 금리와의 상관성보다는 경기에 대한 우려와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연준의 금리인하를 본격적으로 반영하는 2~3분기부터 금 가격이 추세적으로 연내 255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총 외환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 추이 [사진출처=World Gold Council]
중국의 총 외환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 추이 [사진출처=World Gold Council]

못 말리는 중국의 금 사랑

금은 통화가치의 안정화와 인플레이션 대비 그리고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자산으로서 각 글로벌 국가의 중요 자산으로 활용돼 왔다. 한화투자증권 박영훈 연구원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동안 각국 중앙은행의 합산 기준 금 매입량은 약 2700톤이었으나 2022년에는 1082톤, 2023년에는 1037톤의 금을 대거 매입했다”며 “중앙은행의 수요가 금 수요를 견인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다변화와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대안으로 금을 매입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는데 이중 중국의 금 매입 현황은 매우 적극적이다. 

세계금협회 레이 지아 중국 연구책임자는 “중국의 금 보유량은 17개월 증가세가 이어지며 3월 기준 2262톤으로 규모가 늘어났다”며 “현재 금은 중국의 총 외환보유고의 4.6%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인민은행이 보고를 재개한 2022년 11월 이후 314톤이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외환보유고는 달러 기준으로 5%, 공식 금 보유액은 14% 증가해 총가치는 44% 급증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위안화 국제화 및 미국 달러 의존도 축소 등의 차원에서 금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밖에도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 내 부동산 위기 등을 금 매입 확대 이유로 지목했다. 

수요가 높은 중국 내에서 금을 매입하려면 국제 가격에 프리미엄까지 붙지만 중국인들의 금 사랑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금을 기반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중국이 가장 활발하다. 

중국 금 ETF는 지난 2월 기준 약 1억900만달러가 추가 유입되며 총운용자산(AUM)은 43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위안화의 지속적인 평가절하와 지속적인 안전자산 수요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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