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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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독서를 통해 인생의 갈피를 찾고 싶은 청년들이 독서모임 ‘청년살롱 북갈피’에 모였다. 투데이신문 청년플러스 독서모임 ‘북갈피’는 청년과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고 소통하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얻고자 개설됐다. 북갈피의 첫번째 책은 박권일 저자의 <한국의 능력주의>다. 책을 읽은 청년들이 서로 어떠한 생각을 나눴는지 지금부터 소개한다. 다만, 자유로운 토의를 위해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박권일 교수의 ‘한국의 능력주의’ 책 표지 [자료제공=이데아/그래픽=투데이신문]
박권일 교수의 ‘한국의 능력주의’ 책 표지 [자료제공=이데아/그래픽=투데이신문]

대한민국이 ‘시험공화국’이 된 건 사람들이 시험에 특별한 집착이 있어서가 아니며 그것이 최선의 방식이라 믿어서도 아니다. (...) 그것이 논란의 소지를 가장 줄일 방법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공정성과 정의에 민감할수록 시험주의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험주의는 능력주의와 다른 무엇이 아니라 능력주의의 최종형태, 가장 전형적인 능력주의다_ <한국의 능력주의>中

공정과 특혜, 차별과 역차별, 정의와 부패 등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주제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각종 이슈들 중 공정성은 최대 화두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을 지배한 주류 감성은 ‘개인의 능력 차이는 명백하다. 따라서 불평등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도서 <한국의 능력주의>는 오랫동안 한국인들을 지배해온 이데올로기, 능력주의에 집중한다. 더해 ‘불공정은 용납할 수 없지만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기조가 한국의 능력주의의 핵심이라고 조명한다.

또한, 과정이 공정하다면 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통해 사회구조적 모순을 온전한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한국의 능력주의>는 대한민국에 만연한 ‘능력’에 대한 편견을 과감히 반박하는 책이다.

저자 박권일은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의 <월간 말> 기자 출신으로, 여러 노동, 사회 현장을 취재한 바 있다. 참여정부 마지막 해 국정홍보처 주무관으로 채용돼 <참여정부 경제정책 5년> 집필에 참여, 당시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실패에 대해 가감없이 평가했다. 현재는 독립연구자로서 여러 매체에 다양한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북갈피의 3월 도서로 해당 서적을 추천한 청년 마틴은 <한국의 능력주의>가 한국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이 우울감을 느끼는 한편 행복감은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을 기대했다.

여섯 명의 청년들은 독서 후 “불평등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해결 방법을 고민하게 만든다”, “스스로에게 가졌던 편견을 없애준다” 등의 평가를 남겼다. 한편, 책의 말미에 능력주의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능력주의 사회의 청년들이 평가한 <한국의 능력주의>

‘한국의 능력주의’에 대한 하이디(24·여)와 마틴(24·남)의 감상 ⓒ투데이신문
‘한국의 능력주의’에 대한 하이디(24·여)와 마틴(24·남)의 감상 ⓒ투데이신문

북갈피 리더인 하이디(24·여)는 “현실의 능력주의, 이상적 능력주의를 통틀어 모든 능력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의 재생산이다. 한국의 능력주의는 다원적인 차원에서 보고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엘리트의 부정부패 척결과 국민들의 적극적 단합이 중요하며, 개인의 특성(특히 약자들의 소수성)을 받아들이는 사회 전반의 태도 형성이 중요하다”라고 책의 핵심을 정리했다.

또한, “결국 권력층의 와해와 독점된 자원 분배가 한국의 능력주의를 해소하는 첫 방안인데 저자가 계속 말하다시피 한국의 능력주의는 대중들에게 너무 당연한 가치로 여겨진다.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엘리트들과 그런 엘리트들을 추앙하는, 모두가 ‘당연한 불평등’을 이용하는 기득권이 되고 싶어 하는 우리 민족에게 과연 이런 주장이 먹힐지는 정말이지 미지수다”라 덧붙이며, “우리들은 불평등 위에 군림하기보다 불평등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은데도, 누구나 왕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나는 이런 무서운 꿈을 깨워줄 무언가가 우리 사회에 꼭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한국의 능력주의>를 추천한 발제자 마틴(24·남)은 “이번 독서를 통해 한국 사회가 행복감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내가 살아오면서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것들이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다만, 약간은 보수, 폐쇄적인 우리 사회에서 책이 제시한 대안이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으며 동시에 ‘자유주의, 경쟁시장에서 어떻게 능력주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능력주의’에 대한 토마스(24·)와 이브(23·여)의 감상 ⓒ투데이신문
‘한국의 능력주의’에 대한 토마스(24·)와 이브(23·여)의 감상 ⓒ투데이신문

토마스(24·남)는 “책이 논문에서 비롯돼 처음에는 약간 딱딱한 느낌이 있었으나 뒤로 갈수록 잘 읽혔다. 이 책으로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능력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고 어떻게 우리나라 사회에 대해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이 책에 명확한 해결책이 나와있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이브(23·여)는 “시험으로 수치화된 평가 자체는 공정하다고 생각해 왔다. 이번 독서를 통해 이런 과정 또한 결국 점수 하나로 능력을 결정짓는 ‘불평등’으로 귀인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어쩌면 내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 불평등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우리가 사회에서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지내는 것들이 어쩌면 누군가의 차별과 양극화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넓은 안목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총평했다.

‘한국의 능력주의’에 대한 에일린(24·여)와 영(19·남)의 감상 ⓒ투데이신문
‘한국의 능력주의’에 대한 에일린(24·여)와 영(19·남)의 감상 ⓒ투데이신문

에일린(24·여)은 “예전부터 관심 있던 주제라 너무 재밌게 봤다”면서, “실제로 같은 일을 하는데도 정규 시험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금, 승진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입시를 비롯한 제도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이에 기반한 보상 체계를 공정의 기준으로 삼는 게 모순적이라고 느꼈다”며 한국의 능력주의 기조를 비판했다.

영(19·남)은 “우선, 스스로가 평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 생각을 무너뜨리게 됐다. 이미 나는 능력주의에 물들어 있었고 그 때문에 이게 잘못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던 듯하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어 “무엇이 정의로운가를 고민하며 책을 읽으니 진정한 평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이상적인 평등에 대한 결론을 먼저 내리게 됐다. 그럼에도, 이상적인 평등을 현실에 적용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생각했고, ‘그래서 현실에서의 평등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이 책을 다 읽은 이후에도 이 질문은해소되지 않고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계속 생각해 보면서 답을 내리려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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