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금감원 검사의견서 답변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
송언석 기재위원장 “강한 제재로 기업 투명성·책임 강화해야”
기존 재벌 문화와 선그었던 김범수 ‘초심’ 잃었나 논란 불가피

[사진제공=카카오페이]
[사진제공=카카오페이]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카카오페이가 고객 개인정보 유출 의혹으로 금융감독원과의 공방전을 치르고 있다. 금융회사가 당국에 날카롭게 이견을 제시하고 있는 이례적인 사안인 만큼, 올해 국회 국정감사의 카카오페이 소환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모기업 카카오와 김범수 창업자가 기존 재벌 문화와 선을 그었던 ‘초심’을 잃고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 빠진 게 아니냐는 비판을 이미 받고 있어, 이번 사건의 향배는 더욱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카카오페이에 검사의견서를 전달하고 조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페이가 답변서를 제출하면 검토 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하게 된다. 

카카오페이는 해외 결제대행 업무를 위탁한 중국 알리페이에 고객 신용정보를 동의 없이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6년 간 4000만명이 넘는 고객의 카카오계정 ID와 휴대폰 번호, 이메일 등 약 542억건을 알리페이에 제공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에 신용정보처리를 위수탁한 것인 만큼 이용자의 동의가 필요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또 정보를 제공할 당시 암호화를 한 만큼 알리페이가 이용자 정보를 이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감원 측은 이 같은 카카오페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다음날인 8월 14일 금감원은 자료를 내고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에 제공한 정보가 이용자 동의 없이 처리될 수 있다는 주장을 모두 정면 반박했다.

금감원은 이날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 간의 계약서와 약관, 동의서, 공시 등을 검토한 결과 고객정보 제공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의 회원가입 약관에서는 고객정보 관련 수집 내용만 있을 뿐 제3자 제공에 대한 내용은 없으며, 해외결제 동의서에는 결제승인과 정산을 위해 고객식별정보나 결제정보만 제공한다고 기재돼 있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위탁 업무는 경품 배송과 홍보물 발송, 청구서 중계업무 등에 국한됐다. 신용정보의 처리 위탁은 위탁자의 업무처리와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조건에 맞지 않는다”며 “금융회사가 정보처리 업무를 위탁할 경우 금감원에 사전 보고해야 하지만 이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 사건의 쟁점은 정보제공 자체가 합법인지 불법인지의 여부이지, 카카오페이가 주장하는 ‘철저한 암호화’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카카오페이가 정보유출이 아닌 정상적 위수탁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카카오페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조사 중이다. 시민단체도 카카오페이를 고객 정보유출 건으로 고발하고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대표는 최근 카카오페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지난 9일 해당 사건을 담당한 박주현 변호사는 “개인정보 무단 제공에 대한 엄벌 촉구는 물론 피해자들과 함께 향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회사의 내부 감시 기능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페이 신원근 대표가 올해 국정감사에 소환될지도 관심사다. 예민한 사안이었던 카카오페이 정보유출 사건은 현재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고, 무엇보다 금융회사가 금감원과 이견을 보이는 흔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카카오페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강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카카오페이의 위법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법에 따른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해 달라”며 “고객 동의 없는 정보 이전은 명백한 신용정보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기업의 불법적인 고객신용정보 유출을 막고, 우리나라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법·제도 강화를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기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성실히 임하고 소명할 것”이라며 “조만간 검사의견서에 대한 답변서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정보유출 논란의 원인으로 기업 윤리의식 부재를 지목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이번 사안을 개별 회사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카카오 문화 전반을 반성적으로 살필 계기로 활용하자는 요청에도 힘이 실린다.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는 현재 시세조정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고 지나친 계열사 확장 등 카카오 자체가 상대적으로 윤리의식이 부족한 기업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아울러 “특히 (이번 카카오페이 사태는) 내부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SG 경영이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라는 너무나 당연한 가치를 놓쳐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즉 카카오페이 정보유출 논란은 세부적인 쟁점들에 대해서는 당국과 해당 회사가 치열한 논쟁을 벌일 여지가 있더라도, 카카오 기업 문화에 대한 전반적 성찰이라는 더 큰 관점에서는 반성적 접근이 절실하다는 것. 내부통제, 고객보호와 사회공헌 등의 철학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은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가 과거 재벌과 다른 기업을 만들겠다고 누차 공언했던 ‘초심’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대두된다.  

김범수 창업자는 2017년 ‘바이오그래피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제 노력보다 훨씬 많은 부를 얻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덤인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하지 않으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고, “제 주변을 봐도 벤처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2세와 3세라는 말은 벤처업계에서는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재벌과 달리 후손으로의 기업승계를 하지 않고 이익의 상당분을 사회환원하겠다고 말한 것.

이어 그는 2020년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자”고 임직원들에게 다짐하고, 2021년 1월에는 개인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 계열사들은 문어발식 확장 비판을 받아왔고, 최근 김범수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조정 관련 혐의로 구속되는 등 기존 재벌의 문제적 경영 패턴이나 내부통제 및 준법감시 실패 등과 차별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터에 카카오페이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보태지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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