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지난 19일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한 재연 시험이 처음으로 국내에서 진행됐다. 도현이가 사망한 지 501일째가 되던 날이다.
검증을 위해서 선뜻 손을 내민 건 제조사가 아닌, 강릉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하루빨리 ‘급발진 의심 사고’의 진실이 규명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힘을 보탰다.
검증에 사용된 차량은 당시 사고 차량과 동일한 연식과 모델의 차량이다. 이름 모를 한 시민이 기꺼이 자신의 차량을 제공했다.
차량의 파손 가능성이 높은 실험이기에 주저할 법도 한데, 자신의 차량을 내어줬다. 그는 도현이의 아버지인 상훈씨와 아무런 연관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운전대도 상훈씨가 아닌 다른 시민이 직접 잡았다. 당초 운전을 직접 할 계획이었던 상훈씨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이 부분도 전문 면허를 가진 강릉 시민의 도움으로 해결됐다.
어디 이뿐인가. 강릉경찰서와 강릉시, 자율방범대 등 관계자들도 힘을 보탰다. 재연 시험이 이뤄지는 구간을 모두 통제하기엔 경찰력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시민의 힘’으로 보란 듯이 이겨냈다.
재연 시험은 총 4차례, 약 2시간가량 이뤄졌다. 이 과정 속에서 도로가 일부 통제됐음에도, 어느 하나 항의하는 이 없었다. 오히려 이들 역시도 도현이 아버지와 같이 간절했으리라 사료된다.
4번째 실험이 시작되고 차는 그때와 같이 전속력으로 달렸다. 계기판의 바늘은 시속 140km까지 올라갔다. 감정인 분석치도 시속 136.5km가 나왔다. 국과수 분석 근거 EDR에 기록됐던 시속 116km를 훨씬 넘는 속도다.
원고 측은 이날 진행된 차량 RPM속도 및 속도 변화 등을 근거로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낮음을 주장하고 있다. 직접 재연 시험을 진행해 보니, 국과수 발표와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확한 데이터는 제조사에 진단기를 가져가 분석한 뒤 나올 예정이다.
제조사가 나서지 않으니 결국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직접 나섰다. 늘 그렇듯 개인이 기업을 맞서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도현이 아버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기에.
이제 도현이 아버지 한 명이 아닌, 강릉 시민이 제조사를 바라보고 있다. 제조사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관련기사
주요기획: [여기, 사람 삽니다], [H세대], [당신은 알지 못하는 삶]
좌우명: 사람 살리는 글을 쓰겠습니다. 다른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