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협치 잉크 마르기도 전에...엄중 대응”..거부권 시사
‘이탈표 단속’ 나서는 與...폐기돼도 22대 국회서 재추진 될 듯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은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법 절차에 상당히 어긋나는 입법 폭거”라며 “대통령께서는 이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앞서 전날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당일에도 대통령실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표명하며 “채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실은 향후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사건에 대해 사법절차가 종료되지 않은 만큼 합의되지 않은 특검법 수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현재 공수처와 경찰에서 철저한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당국의 결과를 지켜본 후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것이 우리 법률에서 정한 특검 도입의 취지일 것”이라며 “따라서 법률에 보장된 대로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특별검사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계기로 여야 협치를 기대했던 대통령실은 “협치 첫 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강행하는 것은 여야가 힘을 합쳐 민생을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추가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추가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민주당의 단독 입법으로 또다시 여야 협치는 물 건너간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의사일정 안건에 없었던 채상병 특검법을 넣은 민주당에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한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 처리 규탄 집회를 열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27일, 28일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통해 통과시키고자 한다. 재의결에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296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서 17표가 이탈하면 의결 정족수(198석)를 채울 수 있다. 여당에서 이탈표를 단속해 이번 국회에서 폐기된다 하더라도 이달 30일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에서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여야 강대강 대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에 잠자던 민생 현안 법안들도 줄줄이 폐기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