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차별 금지’ 헌법 부정”
“교육감 권한 부당히 침해한 것”
시의회, “학생인권조례 대체 안”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 재의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 재의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이 최근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다시 검토해달라며 16일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일종의 ‘거부권’을 행사한 셈이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의회가 대안으로 발의해 통과시킨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을 공포하겠다면서도 학생인권조례의 대체 입법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의 재석 의원 60명 중 60명 찬성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시켰다. 이에 조 교육감은 즉각 반발, 72시간 천막 농성에 나서며 재의 요구를 예고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감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번 재의 요구 법정 기한은 오는 17일까지다.

조 교육감은 “(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가 교육활동을 침해한다는 객관성 있는 근거나 합리적 사유에 대한 구체적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례의 일부 내용을 개정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음에도 폐지하는 것은 학교 현장에 더욱 큰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의 요구 근거를 설명했다.

그는 “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가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등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항목들을 차별 받지 않을 권리에 포함하고 있어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시의회가 헌법을 부정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차별행위는 우리나라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서 명백히 금지돼 있다”며 “평등권은 입법권을 포함한 모든 권력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감 권한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구인 학생인권옹호관 및 학생인권교육센터를 일방 폐지하는 것은 교육감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또 학생을 포함해 인권이 침해당했을 때 이를 구제할 수 있는 학교 구성원의 청구권을 박탈해 공익 침해가 발생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가결된 폐지안보다 먼저(지난해 3월) 발의됐으나 집행정지 상태 중인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언급하며 “현 폐지조례안은 (해당) 효력이 기속되는 동안에 의결됐기 때문에 무효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안 폐지조례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4.04.26. [사진제공=뉴시스]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안 폐지조례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4.04.26.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조 교육감은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학교구성원조례)’에 대해선 “학교 내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조례로 의미가 있어 공포를 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서울학생인권조례와 학교구성원조례는 목적, 성격, 권리구제 방법 등에서 상이하다”며 “대체할 수 있는 입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학교구성원조례는 지난달 26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학생인권조례폐지안과 함께 통과된 법안으로, 학생과 교원 등 학교구성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허용하되 권리 행사에 책임이 있다는 점이 함께 명시됐다.

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교육공동체의 갈등만 조장할 것”이라며 “일방적 폐지가 아닌 보완을 통해 학생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당이어서 조례 폐지안 가결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 지난번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아예 표결에 불참했다.

조 교육감은 시의회에서 조례폐지안을 또 다시 가결시킬 경우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회는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 조례’가 기존의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하게 된다”며 “조례 공포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이 명확해졌고 일부에서 우려하는 학생 인권 사각지대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혀 ‘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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