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피해자 연대, 티몬 본사 앞 집단행동 나서
당정 대책에도…“긴급경영자금, 사실상 대출일 뿐”
“대출해도 피해 금액 10% 보장, 복구안 의미없어”
판매자·소비자 이중 피해자도…“피가 마르는 기분”

티몬 본사 앞에서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피해자들의 검정 우산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티몬 본사 앞에서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피해자들의 검정 우산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누가 우리를 지켜줍니까. 대출이요? 저희는 지금 피해 금액이 1억이나 넘는데 지원 가능한 금액이 1800만원이래요, 1800만원. 어떻게 계산하고 어떻게 책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황당합니다. 의지할 곳은 나라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13일 오전 11시 티몬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환불 지연 현황과 정부 대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폭염 속 거리에 모인 120명가량의 피해자들은 ‘계획범죄 희생양’, ‘보호받지 못한 소비자’ 등의 문구가 붙은 검은 우산을 들어 피해 복구를 촉구했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피해자가 마이크를 들어 사례를 발언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피해자가 마이크를 들어 사례를 발언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피해자 연합은 이번 집회 배경에 대해 “이 자리 외에도 피해 복구되지 않은 많은 피해자가 있으며, 이를 알리고 실질적인 피해규모를 알리기 위해 연대했다”고 밝혔다.

앞서 당정은 판매자 지원 대책으로 긴급 유동성 공급 지원책을 내세운 바 있다.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피해 기업에 2000억원 규모의 긴급 경영안정자금,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3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당정은 티메프에서 신용카드와 PG사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피해 금액 전액을 신속히 환불하기로 약속하며, 이 같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전자상거래 업체 정산 기한을 단축하고 PG사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소비자 지원 대책을 내세웠다.

현장에서 판매자 연합 신정권 대표는 정부가 제시한 판매자 지원은 조건이 까다로운 대출 형식이어서 많은 판매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는 ‘긴급경영자금’은 실상 대출일 뿐이며, 그마저도 대출 신청 자격 요건이 너무 높다”며 “대출 한도제한과 6%에 육박하는 고금리와 짧은 거치기간은 판매자들을 다시 한번 절망에 빠뜨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피해자들이 집회용 우산을 준비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피해자들이 집회용 우산을 준비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티몬에서 믹스 커피를 판매하던 사업자 A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부터 판매대금이 정산되지 않아 4명의 직원과 함께 거리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A씨는 “총 15억의 미정산 피해액과 별도로 받은 대출금까지 약 20억원이 물려 있는 상태”라며 “우리 회사가 지금 15년 된 법인인데도 기존 대출액이 많아 대출 조건에 맞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피해 금액을 그대로 복구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대출이라도 하겠다는데,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조건이 까다로워 그조차 어렵다”며 “대출해도 피해 금액의 10% 정도로만 보장되다 보니 정부가 제시한 복구안은 의미도 없다”고 비판했다.

소비자 연합 주정연 대표는 “현재 피해자들의 수와 피해 금액에 대한 집계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여행사와 상품권 판매처, 금융사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소비자들은 전자 상거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커져간다”고 발언했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집회 참가자가 호소 문구가 붙은 우산을 펼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집회 참가자가 호소 문구가 붙은 우산을 펼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집회에는 이중 피해자도 참석했다. 30대 B씨는 티몬에서 카카오페이 간편결제를 통해 4000만원가량의 일반상품을 구입하면서 소비 피해자가 된 데 이어 현재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피해 업체 직원으로도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카카오페이에서 무조건적인 환불을 대대적으로 약속을 했지만 여전히 환불은 지지부진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며 “문의를 넣어도 서류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기다려 달라는 주먹구구식 답변만 수차례”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일반상품은 환불이 진행되고 있다고 기사가 계속 올라오는데, 큰 금액 피해자들은 전혀 환불을 받고 있지 못한 상태”라며 “피가 말라가는 기분이어서 잠도 안 온다. 어서 소비자들의 선환불이 이뤄져서 숨이 트일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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