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까지 하면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며 발표한 공급대책을 보면 ‘이 시기에 왜?’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정책 수립 목적과 예상효과 모두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지난 8일 제8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번 공급대책을 보면 서울과 인근지역 그린벨트를 풀어 8만호 규모의 신규택지를 공급하고 3기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는 토지이용 효율화를 통해 2만호를 추가한다. 또,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가칭)을 제정해 정비사업 추진 기간을 3년가량 앞당겨 향후 6년간 서울 도심 등에 17만6000호의 주택의 조기 착공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은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이파트는 선호지 위주로 가격이 상승하고 비아파트와 지방 주택시장은 침체가 지속되는 등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실천적인 방안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오세훈 시장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등의 집값이 반등하고 있으니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도이나 지금처럼 입지와 시세에 따라 선호도가 극명하게 나뉘는 시장에 적합한 조치일지 의문이다. 이와 함께 재건축‧재개발도 더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공사비 상승으로 시공사나 정비조합 모두 사업성을 자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이 부동산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며 “사람들의 관심을 부동산으로 쏠리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획기적인 방안, 큰 공급숫자 등이 시장에 별다른 효과를 끼치기 어렵다. 이미 발표된 공급계획과 규제완화를 꾸준하게 현실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기존 3기신도시 물량 30만호 공급도 계획대로 진행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3기신도시 사전청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결국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해야만 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역시 치솟은 공사비로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사업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건설사들 역시 계속된 부동산경기 침체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며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는 흐름이다. 입지가 검증된 정비사업마저 ‘옥석가리기’를 통한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9일 성명에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려면 부실 PF사업의 확실한 구조조정 및 우량사업 지원, 3기신도시 등의 산업을 제 일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라며 “기존 270만호 공급대책도 이행하지 못하면서 그린벨트 해제 등 신규택지 공급을 거론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제 주택이 공급될지도 모르는 신규택지의 추가 공급 대책이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할 대책인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주택공급을 늘려야겠다면 보다 설득력 있는 목적과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자칫하면 후대에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애물단지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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