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한 이들 중 96%가 시도 전 주변 사람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10명 중 7명 이상은 해당 신호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27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9년간(2015~2023) 진행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이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숨진 사망자(이하 사망자)의 가족 또는 지인의 진술과 고인의 기록을 검토해 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과 변화를 파악해 죽음의 원인을 추정하는 조사방법이다.
분석 대상은 유족 1262명으로부터 얻은 사망자 1099명에 대한 심리부검 면담 자료다.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으며, 올해는 검사 범위를 1인가구까지 넓혀 특별편으로 수록했다.
먼저 심리부검 대상 사망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남성이 64.7%, 여성이 35.3%를 차지했다. 평균연령은 44.2세였으며 1인 가구는 19.2%로 나타났다.
고용형태는 피고용인이 38.6%로 가장 많았고, 소득 수준은 월 100만 원 미만인 저소득층이 46.5%였다.
사망자들은 평균 4.3개 스트레스 사건을 다중적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이를 생애주기별로 나눠보면 청년기(34세 이하)는 다른 생애주기와 비교해 실업자 비율과 구직으로 인한 직업 스트레스를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장년기(35~49세)는 직업과 경제 스트레스 경험 비율이 생애주기 중 가장 높았고, 세부적으로는 직장동료 관계문제, 사업부진 및 실패, 부채 등을 호소했다.
중년기(50~64세)는 실업자 비율이 청년기 다음으로 많았고 퇴직·은퇴·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스트레스 경험비율이 높았다. 노년기(65세 이상)는 다른 생애주기보다 대인관계 단절 비율이 높았으며 만성질병으로 인한 신체건강 스트레스, 우울장애를 많이 앓고 있었다.
특히 사망자의 96.6%가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냈으나 이를 주변에서 인지한 비율은 23.8%에 그쳤다.
경고신호를 드러낸 시기를 분석한 결과, 사망 1개월 이내의 경우 감정상태 변화(19.1%)와 주변정리(14.0%)를 하는 방식으로 신호를 보냈다. 사망 1년 이상 전부터는 경고신호로 수면상태 변화(26.2%)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에 대한 언급(24.1%) 등을 보였다.
유족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의 98.9%는 사별 후 심리·행동(97.6%), 대인관계(62.9%), 신체건강(56.5%), 가족관계(52.2%) 등의 변화를 느꼈다. 이와 더불어 심한 우울(20.0%), 임상적 불면증(33.1%), 복합비탄(37.8%),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에 대한 사고(思考, 56.3%)와 같은 정신건강 관련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의 72.7%는 고인의 사망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했는데, 가장 큰 이유로는 상대방이 받을 충격에 대한 우려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한 부정적 편견 등이 있었다.
1인 가구 사망자 중 청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43.8%로 다인 가구 청년기 비율(28.0%) 대비 높았고, 자택 내 사망 비율 또한 69.0%로 다인 가구(53.2%) 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인 가구가 가족(52.1%)에 의한 최초발견이 높았던 것과 다르게 1인 가구는 가족(25.6%), 경찰 및 소방(25.1%), 지인(24.6%)이 유사하게 집계됐다.
더욱이 1인 가구의 비정규직 비율(43.7%)은 다인 가구(29.7%) 보다 높았으며, 지속적 빈곤으로 인한 스트레스 비율(15.3%) 역시 다인 가구(8.7%)에 비해 많았다. 1인 가구의 상당수가 고용불안정과 낮은 소득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던 셈이다.
복지부 이형훈 정신건강정책관은 “심리부검을 통해 파악한 위험요인을 향후 예방정책의 근거로 활용하겠다”며 “올해 7월부터 의무화된 예방교육에 이 같은 경고신호를 파악하는 방법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위험군이 보내는 경고신호에 대한 가족·친구·동료 등 주변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3년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는 복지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누리집에 게시되며,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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