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부담 가중...물가 상승 부채질 ‘악영향’
공공 배달앱, 락인 효과 때문에 효과 제약 우려
전문가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전에도 규제 가능”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음식 중개 플랫폼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무료배달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br>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음식 중개 플랫폼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무료배달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음식 중개 플랫폼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무료배달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무료배달이 결국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입접업체의 부담이 가중되며 업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횡포라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정부의 해결책 제시 요청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쿠팡이츠가 배달비 무료를 선언한 이후 배달업계는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에 대한 맞불 작전으로 배달비 무료를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배민의 무료배달이 사실상 입점업체에게 배달비를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배민은 지난 9일 정률형 요금제 ‘배민1플러스’의 중개수수료율을 음식값의 6.8%에서 9.8%로 44% 인상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기존 업계 평균 대비 낮았던 중개수수료율을 업계 수준으로 올린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쿠팡이츠는 지난 3월 스마트 요금제를 출시해 9.8%의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요기요는 기존 배달수수료 12.5%를 책정했으나 이달부터 라이트 요금제를 출시해 중개 수수료를 9.7%로 인하했다.

이에 점주들은 배달앱 사용을 보이콧하거나, 배달 음식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수수료율 인상에 대처하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중개 수수료 인상에 반발해 배달의민족 탈퇴 운동을 진행했다. 광주와 울산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대응해, 공공 배달앱인 ‘땡겨요’, ‘위메프오(광주)’, ‘울산페달(울산)’ 이용을 시민들에게 요청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공운서라이더유니온 등 배달앱 관련 단체들은 지난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배달 플랫폼 규제 촉구 집회를 열었다. 단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자영업자 영업이익률이 6.6%인 것에 반해 플랫폼사의 중개 수수료, 배달 비용, 광고비 비중은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 수수료 인상 등으로 기존 판매가를 유지하면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점주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최근 내수 침체 등을 이유로 소비자들의 외식비는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점주들은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배달 라이더, 상점주, 시민사회공동항의행동 활동가들이 배달플랫폼 규제 촉구 집회를 열며 배달앱 문제 공론화를 위해 나섰다. [사진 출처=뉴시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배달 라이더, 상점주, 시민사회공동항의행동 활동가들이 배달플랫폼 규제 촉구 집회를 열며 배달앱 문제 공론화를 위해 나섰다. [사진 출처=뉴시스]

아울러, 플랫폼 업체의 수수료 인상이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체의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한 점주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이는 외식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배달앱으로 주문받는 음식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더 비싸게 받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는 지난 8월 22일 배달플랫폼 자율규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협회에서는 집회 당일을 ‘가격현실화의날’로 정하고 배달앱 수수료를 감안해 음식값을 차등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의 자율규제가 음식값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세종대 경영학과 김대종 교수는 “무료 배달이 추진되면 그건 모두 소상공인들에게 가격이 전가된다. 마치 '조세의 전가 현상'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달 가격 협상이 어렵게 되면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물가상승 앞에 큰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달 플랫폼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배달비 지원 등으로 자영업자를 직접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에 ‘영세 소상공인 배달·택배비 지원’ 항목을 신설하고 예산 2037억원을 편성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간 1억400만원 이하 소상공인 대상으로 연간 최대 3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배달비 지원 외에도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로 구성된 상생협의체를 구성하며 지원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출범해 입점업체들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고, 불공정관행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진행된 2차 회의에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을 비롯해 입점업체를 대표하는 소상공인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이 참여해 논의 주제를 구체화했다. 협의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10월 중으로 배달비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 입점업체는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공공배달앱 ‘땡겨요’ 등을 대처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배달업계는 각각 60%, 2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지배력이 높은 상황이다. 

플랫폼 업체들은 소비자의 락인 효과가 높은 만큼 공공 배달앱으로의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기존 이용하던 플랫폼을 이동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쿠팡이츠에서 무료 배달 선언을 하기 전까지 배민 점유율이 공고했던 것만봐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중앙회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은 정부의 자율규제 방침 전환을 촉구했다. 오 의원은 “정부는 현재 대형플랫폼과 입점업체에 대해 자율규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하지만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플랫폼 업체와의 거래에서 자율적 의사 결정은 있을 수 없다. 정부의 현 방침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 플랫폼 문제점을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통해 배달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해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와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자유 시장 경제에서 사기업인 배달 플랫폼에 정부가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라며 “다만 정부가 소비자물가지수를 3%로 관리하고 있는 가운데 44%의 수수료 인상을 단행한 배민은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시장지배적사업자의 문제적 행위는 정부에서도 규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한 기업이 시장 점유율 50% 이상일 경우 지배적 시장사업자로 규정된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점유율 60%로 배달앱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소비자 이익 저해행위 등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에 대해 가격인하, 당해행위 중지, 계약조항의 삭제 등을 명할 수 있다.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관련매출액의 6% 이내(산정이 곤란할 경우 20억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지위남용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이 교수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도 공정거래법을 기반으로 정부에서 충분히 규제를 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수수료 인상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문제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아한형제들에서는 “배민 정률제 수수료가 음식 가격을 올려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가게 운영 비용에서 배달 관련 이용료보다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개이용률 개편이 메뉴 가격 인상의 주요인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발간한 2023년 2분기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에서 외식업주 90.3%가 메뉴 가격 인상 원인을 식재료 비용으로 꼽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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