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몰락’이 정치활동 시간 앞당겨
3% 득표 감사...순천에 뿌리내릴 것
‘청년 혜택’ 법안만이 청년정책은 아냐
지자체장 결선투표 필요...대표성 강화
‘지역 거점 국립대’ 정책적 지원 관심
‘청년 정치’는 대한민국 정치에 상수(常數)가 됐다. 20대 대선을 기점으로 역사의 전면에 본격 등장한 청년 정치는 22대 총선에서도 기성 정치의 틈을 파고들며 확고한 위치를 굳혔다. <투데이신문>은 21대에 이어 [청년, 정치에 올라타다]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청년 국회의원들을 만났다. 이들이 어떻게 청년 세대 목소리를 대변할 것인지, 입법 활동 계획과 지향점은 무엇인지, 자신들이 생각하는 미래 비전은 어떤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한국 정치에서 청년 정치가 급부상한 건 지난 2021년 6월 11일이다. 당시 만 36세에 불과했던 ‘청년 이준석’은 ‘자력’으로 국민의힘 대표 자리에 오르며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새겼다. 이준석은 정치 무대 등장 10년 만에 ‘헌정사상 최초 30대, 최연소 제1야당 대표’ 기록을 세우며 명실상부한 현실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임명직과 선출직을 통틀어 공직 경력이 전무한 최초의 제1야당 대표’ 타이틀이 무색하게 이준석은 기성 정치세대의 집단 린치를 버티지 못하고 1년 만에 당대표 자리에서 끌려 내려왔다. 그럼에도 이준석이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다. ‘이준석 효과’는 많은 청년들의 시선을 여의도로 향하게 했다.
이런 ‘비정한 정치 현실’을 지켜본 청년 천하람(38·개혁신당 국회의원)은 “(이준석의 몰락이) 정치 활동 시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는다. 천하람은 이후 자신보다 한 살 위인 이준석(39·개혁신당 경기 화성시을 국회의원)과 호흡을 같이하며 지난 총선 직전 신당을 창당, 나란히 원내에 입성했다.
“변호사 직업, 정치 위해 선택”
2019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일가족 관련 ‘부정 의혹’에 분노한 젊은층과 청년 보수 세력을 대변하기 위해 정치결사체(젊은 보수)를 직접 만들었던 천하람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대통합에 합류, 곧바로 총선 출마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현실정치는 30대 중반 청년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구가 고향이지만 과거 ‘지역감정의 대척점’에 섰던 전남을 정치 무대로 삼겠다며 보수정당 불모지인 순천으로 내려간 천하람은 속칭 ‘맨땅에 헤딩’을 하며 고군분투했지만, 결과는 3.02% 득표(4058표)에 만족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연고도 없는 저에게 표를 준 4000여 명의 순천 시민에게 감사하다”며 순천 지역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 정치적 뿌리를 내리겠다고 마음먹는다. 이런 그를 두고 일부에선 ‘제2의 노무현’이란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22대 청년 국회의원 천하람’을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당장이라도 이사 갈 준비를 끝낸 것처럼 의원실 분위기가 썰렁하다’는 우스갯소리에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추구한다”는 답변으로 응수한 천 의원에게 ‘정치를 해야겠다 마음먹은 계기는 언제인지’부터 물었다.
목회자 가정에서 나고 자란 천 의원은 “어릴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정치를 하고 싶어 했다”면서 “세상을 바꾸거나 사회를 바꾸는 상상을 즐겼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변호사가 된 것도 정치하기 좋은 직업이란 생각에서 선택했다”며 “직접적 계기는 ‘조국 사태’와 ‘이준석 현상’을 접하면서”라고 했다.
그는 “(두 현상을 보면서) 정치 세력 교체 필요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이준석을 보면서 정치도 ‘전문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지만) 이준석이 처음 정치 영역에 등장했을 때는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란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는 반문엔 “(나이가 너무 어려서) 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펙’도 일반 청년들과 괴리감이 컸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이준석을 통해) 정치적 도전을 꿈꾼 건 분명하다”며 “(이준석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는 정치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 정치인, ‘정무 감각’ 훈련 필요”
천 의원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면서 ‘기성세대를 흉내 내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참 어려운 문제”라며 “개인적으론 늘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실수도 많은 것 같다. 패기만 가지고 덤비기엔 우리 정치가 너무 복잡하다”며 “‘정무 감각’을 익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공학적’ 접근 자세를 늘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의 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청년 관련 법안은 뭐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천 의원은 “청년들에게 ‘혜택’을 주는 법안들을 청년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학 등록금이나 원룸 임대료, 취업 지원 문제 같은 한정된 이슈만 얘기하다보면 본질을 벗어나게 된다”면서 자신이 발의한 ‘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를 예로 들었다.
천 의원이 지난달 21일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투표수의 과반 득표자만 선출되도록 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본선거일 7일 후 1, 2위 득표자를 두고 재투표해 당선자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천 의원은 발의 배경에 대해 “사표가 과다하게 발생하고 대표성이 떨어지는 현행 단순 다수대표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설명했다. 법안엔 결선 투표로 늘어나는 선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결선 투표는 선거운동 방식을 선거 공보, 방송 연설, 방송 토론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천 의원은 “결선투표제나 이준석 의원이 최근 발의한 ‘반값 선거운동’ 법안 같은 게 진정한 청년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국민연금 개혁 관련법을 언급하며 “현재의 청년세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가 청년기본법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청년’이라는 제한된 범위로 관련법을 발의하는 방식의 입법 활동 방향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입법이든 청년세대와 직간접적으로 전부 연결돼있다는 논리다.
최근 천 의원이 관심을 두는 사안 중 하나는 ‘지역 거점 국립대학’이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학생활을 해야 했던 천 의원은 지역 거점 대학을 정책적으로 지원, 확대해 지방 거주 학생들이 서울까지 올라오지 않아도 되는 교육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저 역시 지역에서 나고 자랐지만, 대학은 서울에서 비싼 방값 내고 어렵게 졸업했다. 정말 힘들었다”고 밝히면서 “만약 지역 거점 국립대가 과거 수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저는 지역 대학을 갔을 거다. 청년 지원이라는 건 이런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뭔가를 직접 지급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지역균형발전’ 법안을 만든다면 그 자체가 청년 법안”이라고 부연했다.
“채 상병 특검법, 정치공학적 접근 우려”
천 의원은 ‘청년 해병대원 사망 사건’과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천 의원은 정치권이 채 상병 사건을 ‘정치공학적’ 방식으로 접근하려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피 끓는 청년이 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아야 했는지, 그걸 밝히는 수사 과정에서 권력의 외압·은폐 등은 없었는지를 밝히는 게 본질인데 어느 순간부터 정치 공방 소재로 변질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본질은 특검을 출발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당이 공동으로 발의한 네 번째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의 비토권, 재추천 요구권을 넣어 놓은 법안은 제가 처음에 제3자 추천 방식을 제안했던 것과 조금 거리가 있다”며 공동 발의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시도가 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되는 쪽으로 일을 해보려고 한다”며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이 안이 마음에 안 들면 변죽만 울리지 말고 스스로 공언한 안을 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천 의원은 또 윤석열 대통령의 ‘30대 장관 공약’과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천 의원은 먼저, 윤석열 정부의 ‘청년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청년 장관 공약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지 않나. 최근 대통령이 임명하는 분들을 보면, 60~70대가 주를 이룬다. 이런 기조로 볼 때 30대 장관 공약은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청년 장관을) 임명할 순 있겠지만, 그렇다고 공약을 위해 ‘깜냥’도 안 되는 청년을 자리에 앉혀서는 더더욱 문제”라고 경계했다.
천 의원은 최근의 현 정부 인사에 대해 “제정신 박힌 사람은 윤 대통령과 일을 안 하려고 한다”고 직격했다. 지난달 27일 라디오 방송에서 그는 “철 지난 탄핵 부정, 역사 이념 왜곡, 이런 분을 국무위원으로 쓰겠다는 건 제정신이 아닌 것 아니냐”며 “인사권자가 정신을 못 차리고 계신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또 청년들의 정치 참여 확대 방안과 관련해 “우리 정치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긴 호흡으로 정치할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이 정치권에 많이 유입돼야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특히, ‘지방의원 독립’ 시급성을 언급하며 “지금처럼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지역위원장의 하수인처럼 여기는 방식으로는 능력 있는 젊은 정치인들을 끌어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년 지방의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지구당 부활 문제 등과 관련해서 최소 선거 1년 전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렇게 해서 후원금도 거둘 수 있도록 해야 청년 정치 참여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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