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신문협회 허윤철 사무국장(언론학 박사)

2023년 2월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 홈페이지 도용에 손석희까지 사칭하는 온라인 광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와 언론인 손석희를 앞세운 배너를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를 무단 캡처해 만든 조악한 사이트로 연결되며 허위정보로 사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보도였다.

같은해 4월 한국경제는 “JTBC 법무팀이 구글코리아에 해당 광고물 차단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으나 구글은 신고된 내용에 ‘조치했다’는 답변뿐 자세한 경위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유명인 사칭 ‘가짜광고’ 범람 문제가 공론화된 지 일 년이 넘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이러한 사기 광고를 단순히 비웃어 넘길 분별력 있는 온라인 이용자가 대다수겠지만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은 온라인에서 의외로 인기가 높다. 파리 올핌릭 이후 메달을 딴 선수들이 포상금과 광고료를 전액 기부했다는 미담기사를 가장한 가짜광고는 선의를 가진 이용자들이 종종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AI를 이용한 화려한 딥페이크 영상 기술은 이러한 ‘낚시’를 통한 사기광고의 위험성을 더욱 키울 것이다.

최근 호주의 비영리기관 리셋 테크(Reset Tech Australia)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호주 연합통신(Australian Associated Press)이 거짓으로 판명한 “호주 선거가 조작됐다”, “투표용지가 도난당했다”와 같은 허위정보를 페이스북, X(트위터), 틱톡 등 플랫폼에 신고한 후 이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폈다. 그 결과 페이스북과 X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틱톡 정도만 신고한 콘텐츠의 32%를 삭제 조치했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또 허위정보가 포함된 정치광고를 구글, 페이스북, X, 틱톡에 제출해 이를 얼마나 걸러내는지 파악했다. 그 결과 구글과 X는 제출한 15개의 허위광고를 모두 게재했고, 페이스북은 20개 중 95%인 19개, 틱톡은 10개 중 70%인 7개를 게재승인한 것을 확인했다.

호주는 정부와 민간이 상호 협력해 인터넷 자율규제 시스템을 정착시킨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사업자의 자율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정부 규제를 강제하는 것을 입법으로 정하고 있다. 리셋테크의 이번 연구 보고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법적 규제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정부와 시민들도 허위정보가 시장의 혼란을 유발하고 민주주의를 겨냥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할지 모른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은 대개 글로벌 수준에서 서비스와 정보의 유통이 이뤄지고 있어 국가의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허위정보 확산을 비롯해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대부분 문제들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기술적 조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도 자율규제의 중요성이 클 수밖에 없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과도한 법적 규제와 정부 개입을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피해는 우리 개인과 민주 제도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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