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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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고(三高)’ 현상에 유통가는 올 한 해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연말 특수로 마지막 반등을 노렸던 유통가는 또다시 예기치 못한 시련에 직면했다.

12·3 계엄령과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6시간 만에 종료된 계엄령이지만, 그 여파는 고환율과 내수 부진이라는 형태로 유통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계엄령 직후 주요 국가가 한국 여행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여행업계는 올해 티메프 사태로 인해 영업이익에 직격탄을 맞았다. 불안정한 상황에서 환율 급등으로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행업계는 물론 면세업계도 울상 짓고 있다. 면세업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극도로 악화된 매출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면세업계는 임원 급여 삭감, 희망퇴직 시행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업황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환율 상승은 업계의 또 다른 복병이 됐다.

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식품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지속적으로 토로해 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밀가루,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기자도, 정부도, 소비자도 가격 인상에 예민한 만큼 최대한 가격 인상을 미뤄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재료 수입 부담이 가중되는 고환율은 식품업계에 더욱 큰 고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해 마지막 무렵,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주류업계도 마찬가지다. 주류업계에서도 불황의 여파로 주류 매출 감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4분기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었지만,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가 지속되며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 면세, 식품 전방위적으로 모든 유통업계가 느닷없이 발동한 계엄령의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는커녕 내년 주요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섰다.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소비 위축이 유통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유통업계가 활기를 되찾는 2025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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