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 과잉·중국 공세, 석화업계 위기 심화
정부, 자율적 구조조정·금융 지원 대책 제시
“고부가가치 전환 위한 신속한 정책 지원 필요”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최근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 중국의 저가 공세, 고환율 등의 복합적 악재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산업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친환경 분야로의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일부에서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기업 자율에만 맡겨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석유화학기업의 사업 매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자율적인 사업 재편을 유도하는 한편,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금융·세제 정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속한 기업결합심사와 사전 컨설팅을 제공하며, 정책금융 3조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석유화학 설비 폐쇄로 인한 지역 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 지정을 검토 중이다. 해당 지역에 포함된 기업들은 금융 지원, 고용 안정, 판로 개척 등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협력업체와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보증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관세와 무역 구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할 계획이다.
글로벌 공급 과잉 문제는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대규모 설비 증설과 정부 보조금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자국 내 수요 감소로 인해 초과 생산분을 해외 시장에 저가로 방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고, 주요 화학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탄핵 정국으로 인한 고환율 상황 역시 국내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산업은 환율 변동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환율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번 정부 방안에 대해 업계는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 및 세제 지원 등 직접적인 정책이 기업들의 단기적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각 기업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원 혜택을 확인하며 정책의 세부 내용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지원책이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기업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달라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지원책에 세제 혜택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이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시장 자율에 맡긴 구조조정이 실패로 끝난 사례가 있음에도, 정부가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과잉 설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대비 석유화학 설비를 15%, 9%씩 줄였지만, 같은 기간 한국은 오히려 설비 규모가 70% 증가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 지원 방안에 대해 정부가 과거의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시장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개입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공급과잉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실패 사례에 대한 학습 효과가 작용해 이번 석유화학업계 지원책은 시장 메커니즘을 기본으로 최소한의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재편되는 석유화학 산업의 속도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신속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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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 유지경성(有志竟成) 다른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