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철수 등 과감한 사업 구조 재편 단행
회장 취임 후 매출 37.5%, 영업이익 43.9% 상승
AI·바이오·클린테크 등 ‘ABC’ 미래 성장 동력
“중국 넘볼 수 없는 초격차 리더십 만들어 내야”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발 리스크가 시장에 선반영 되며 한국 경제는 지난해 말부터 환율 상승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국내 기업들은 대외신인도 하락 위기 속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많은 기업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3·4세 경영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경영인들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기업의 혁신과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불확실성이 짙은 경제 환경 속에서 과감한 도전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이들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투데이신문>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시대적 과제를 짊어진 오너 3·4세들의 혁신과 도전 이야기를 조명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4세 경영인으로 지난 2018년 취임했다. 구 회장은 지난 6년여 간 젊고 혁신적인 리더십을 통해 그룹의 발전 방향을 새롭게 정의하며 주목받았다. 특히 그의 지난 행보는 ‘선택과 집중’과 ‘고객 중심’으로 요약된다. 이를 통해 LG의 주요 사업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1978년생인 구 회장은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양아들로 2004년 입적됐으며 LG전자에서 근무하다가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09년 LG전자로 복귀했으며 LG 시너지팀 상무와 LG전자 B2B사업본부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을 거쳐 2018년 LG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과감한 사업 구조 재편을 단행했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을 집중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며 자원을 전기차 부품 및 B2B 솔루션 등 전장사업에 집중했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LG그룹의 자원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선택과 집중은 주요 그룹의 실적을 견인했다. 2019년 138조1508억원이었던 LG그룹 7개 상장사 매출액은 2023년 189조9796억원으로 5년간 37.5%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341억원에서 6조6683억원으로 43.9%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LG전자 H&A(생활가전)사업본부의 연간 매출은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한 30조1395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휴대폰 사업 철수는 LG전자 실적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동시에 가전 사업의 외형성장과 B2B 사업 등 신사업도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LG이노텍도 우수한 고객을 기반으로 그동안 고공성장을 해왔고 LG디스플레이도 산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고부가가치 위주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을 추진해 왔다. 올해부터는 적자폭이 유의미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구 회장은 경영 화두는 ‘차별적 고객 가치’다. 그는 취임 이후 LG의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를 쉼 없이 강조하며 그룹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실제 고객 중심 경영 철학은 LG 사업 전략의 기초가 되고 있다. 그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룹 내 모든 부문에서 고객 관점을 최우선으로 삼는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LG는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확대하고, 제품 및 서비스 개발 과정에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고객 중심 경영의 일환으로 LG는 정기적으로 고객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고객 만족도를 분석하고 있다.
2025년 신년사에서도 구 회장은 LG 창업정신에 담긴 도전과 변화의 DNA를 강조하며 미래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와 관련 구 회장은 “고객의 삶에 즐거움과 기쁨을 드리기 위한 LG의 도전은 과감한 혁신으로 이어지며 다양한 영역에서 최초, 최고의 역사를 만들고, 고객의 삶을 한 단계 높이는 차별적 가치로 발전했다”며 “고객을 향한 마음과 혁신의 기반 위에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세우자”고 당부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고객이라는 구심점을 확고히 한 구 회장은 이제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설정하며 집중 육성하고 있다. 먼저 LG AI연구원은 거대언어모델 엑사원을 개발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으며 이를 통해 계열사의 생산라인 최적화, 고객 서비스 혁신 등 실제 성과를 창출로 이어졌다.
LG AI연구원은 AI 기술을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하며 2020년 설립 이후 엑사원 1.0부터 엑사원 3.5까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연구 성과를 실현해왔다. 가령 LG전자는 AI를 활용해 국가별 제품 판매 수요를 예측하고 LG이노텍은 카메라 렌즈와 센서 공정을 최적화해 생산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이 같은 기술 적용은 LG의 전반적인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LG는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세포치료제와 혁신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2023년 매출 1조2000억 원을 돌파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암 정복을 목표로 한 항암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 사업은 구광모 회장의 미래 지향적 전략과 맞닿아 있으며, LG를 글로벌 바이오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클린테크 분야에서는 전기차 충전 기술, 폐배터리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재생에너지 활용 역량 강화를 목표로 신사업을 추진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LG가 ESG 경영을 통해 글로벌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단행된 임원인사에서도 전체 신규 임원 중 23%에 해당하는 28명이 ABC 분야에 배정됐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 1980년대 생 3명이 발탁되면서 조직은 더욱 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 연구개발 부문 임원 수가 역대 최다 수준인 218명으로 늘어나면서 혁신 역량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대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는 “과감한 엑시트 플랜을 통해 AI, 전장 등 재투입으로 사업구조에 변화를 주고 체질을 개선한 부분이 구 회장의 성과다”라며 “조직이 젊어지는 점도 권위주의나 관료주의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게 만든다.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이른바 수평적인 애자일(Agile) 조직 형태로 변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이를 통해 대외 변화에도 기민하게 반응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황 교수는 “LG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중국의 추격 부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국이 넘볼 수 없는 선도적인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구 회장으로서는 LG가 AI를 기반으로 한 초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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