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고령 근로↑...도마 위 노인 복지 연령
당정, ‘정년퇴직·지하철 무임승차’ 등 개편 검토
젊음·돈·전자기기 활용력 지닌 ‘영 시니어’ 등장
“중산층 중심 보편적 노인 복지 새로 고안돼야”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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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우리나라는 국민 5명 중 1명이 주민등록상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이에 노인 기준 연령 상향에 대한 국가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출범할 예정인 인구정책위원회의는 ‘노인연령 상향’을 주요 의제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인구 정책 기본계획’에서 신규 복지사업의 대상이 되는 노인 연령 기준을 유연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경로우대제 등 노인복지 사업의 기준이 되는 노인복지법은 제정될 당시 65세 이상 노인을 경로 우대 대상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제정된 1981년 이후 점차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고령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법안을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당정은 정년 퇴직 나이를 현행 60세에서 65세까지 연장하는 방안과 더불어 관련해 다양한 사회적 제도를 손보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여당에서 발족한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오는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년이 65세가 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만 65세부터 수령할 수 있는 국민연금 특성상, 만 60세에 정년퇴직을 하면 그 사이 발생하는 5년 가량의 소득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올해 상반기 중 발의될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해 10월부터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행안부와 행안부 소속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도록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보건복지부 역시 올해 주요 업무 중 하나로 노인 연령 상향을 설정한 바 있다.

또한 경로우대 제도에 속하는 지하철 무임승차는 노인복지 사업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는 쟁점 중 하나다. 특히 최근 ‘영 시니어(Young Senior 젊은 노인)’가 등장하면서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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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시니어란 만 55세에서 65세 사이의 젊은 노인을 일컫는 말로 주로 1990년대 전후로 사회활동을 시작해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최초의 세대를 말한다. 높은 경제력과 전자기기 이용 장벽을 허물었다는 이유에서 ‘신 소비자 세대’로도 불린다.

최근 국민의힘 윤영희 서울시의원이 진행한 노인 기준 연령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 1144명 중 45.2%는 ‘70세가 지나야 노인’이라고 응답했다. 뒤이어 ‘75세 이상’ 17.7%, ‘80세 이상’ 7.8%로 응답해 응답자 10명 중 7명(70.8%)은 노인 기준 연령으로 70세 이상을 지목했다.

노인들의 노인 인식 연령도 상승하고 있다. 2023년 서울시가 65세 이상 남녀 3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들이 노인으로 생각하는 연령은 평균 72.6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배경 아래 서울 지하철의 적자 문제가 함께 불거지면서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매년 지하철 무임승차제로 인한 적자가 3663억원(2023년 기준)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대구시는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무임승차 제도를 개편해 지난해 7월부터 ‘대구형 어르신 무임승차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되, 현행 65세 이상 어르신 대상 무료인 지하철의 경우 매년 1세씩 연령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65세, 올해 기준 66세 어르신이 지하철 무임승차제 대상에 포함되며, 시내버스의 경우 매년 1세씩 기준 연령을 낮추면 2028년에는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무임승차 대상 연령이 70세로 통일된다. 해당 제도는 포항시, 경주시 등 14곳 지자체가 그 효율성을 인정해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서울여자대학교 정재훈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기존과 다른 양상의 노인 세대가 출현하고 있다”라며 “지금 시행행 중인 노인 정책이 빈곤한 노인을 위한 것이었다면 중산층 중심의 보편적 노인 복지 정책이 새로 고안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불 능력이 있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소득 비례 기준을 차등적으로 적용해 경로 할인을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연령 기준 상향과 함께 무임승차제 개편도 점진적으로 변화를 해나가야 한다. 독일의 경우 완만한 정책 시행을 위해 개월 단위로 노인 연령을 조정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임승차 문제로 서울시를 중심으로 노인 연령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지방에도 노인들이 많이 있기에 지역 맞춤형 노인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 자율권을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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