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세가와 겐페이 지음│448쪽│116×185│안그라픽스│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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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력 책 표지. [사진제공=안그라픽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20세기 말 일본에서 노화의 징후를 ‘노인력’이라는 단어로 승화해 유행시킨 책이 있다. 이 책으로부터 발견된 ‘노인력’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매년 꼽는 유행어 대상 10개 후보에 오르며 그 화제성을 입증했다.

2025년 대한민국은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를 접한 일본 사회는 노인에 대한 고찰이 폭넓게 이뤄져 왔다. 1990년대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신조어 ‘노인력’에 관한 에세이를 도쿄신문에 기고하길 시작으로 1998년 단행본을 내기까지 이르렀다.

일본 사회는 아카세가와 겐페이가 내보인 발상의 전환과 재치있는 필체에 열광했다. 늙지 않는 사람은 없는 세상의 이치 속에서 노인력의 개념은 유쾌하게 늙어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사회적으로 정신적인 저속 노화를 실현함으로써 세대 사이의 간극까지 줄이는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처음 ‘노인력’이라는 말을 발안한 것은 ‘노상관찰학회’의 건축가 후지모리 데루노부와 일러스트레이터 미나미 신보이다. 이 두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내가 먼저 노망 노인이 되는 게 당연하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며 “이런 호칭으로 불려도 별로 거부감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두 사람에게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그 존재로 노인력의 소재를 제시했고, 윗사람을 노망 노인이라고 부르기 찜찜하다는 그 마음가짐에서 ‘노인력’이라는 단어가 태어났다.

노인력이란 건망증이 생기고 비틀비틀 걷고 한숨이 잦아지는 노화의 징후들을 비하하기보다 ‘힘’으로 여기며 유쾌하게 승화한 단어다. 나이가 들수록 기력이 쇠해지고 약해지는 만물의 법칙에 저항하는 대신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힘의 변화”라고 가볍게 여기는 것이 노인력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노인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고, 언젠가 모두가 노인이 돼 살아갈 세상을 더 낫게 만들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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