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대출 건전성 저하로 리스크↑
내수부진·고물가, 취약계층 직격타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경기 침체로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저축은행 연체율 또한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율이 늘어나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크게 확대돼 리스크관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내수부진과 고물가로 상대적으로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의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됐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의 지난해 상반기 대출 연체율 역시 2023년말(12.6%) 대비 0.5%포인트 상승해 13.1%로 집계됐다.
지난해 저축은행 연체율 평균은 9월말 기준 10.08%로 전년동기(6.75%)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비교적 고신용 차주에게 대출을 내주는 금융권과 달리 저축은행 대출 고객은 중저신용자와 취약계층의 비율이 높아 서민·시장 경제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상호금융이 은행권과 대출 차주 범위를 공유해 저축은행이 감당해야하는 중저신용 차주의 비율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고정이하여신비율 또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4년 9월말 기준 6개사를 제외하고 모두 금융당국 권고치인 8%를 넘어섰다. 고정이하여신은 대출이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는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4년 3분기말 10.56%로 2024년 1분기 대비 0.89%포인트 상승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202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부실 사업장의 상당부분이 2분기 중 실시된 PF 1차 사업성 평가에 포함되면서 2차 평가가 진행된 3분기 중에는 추가 PF 부실이 줄어든 데다 부실채권 매·상각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고정이하여신이 줄어든 영향에서 주로 기인한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3.00% 수준으로 동결하며 부동산 경기 역시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PF 리스크 축소 또한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고환율과 불황이 이어지며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해 착공 지연과 공기 지연이 속출해 건설사업 수익성 개선에도 부정적인 전망이 제시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산연)이 지난 3일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2025년에도 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최근 국내외 경제환경과 건설·부동산 시장 및 사업환경을 고려할 때, 크게 호전되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건산연은 여전한 부동산시장의 과열 가능성과 지속적인 가계부채 증가 등 부동산시장이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급격한 금리 인하 가능성은 다소 낮고, 부동산 규제가 여전한 상황으로 주택시장의 호전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이정현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PF 대출의 건전성 저하로 저축은행의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 빠르게 상승했고 관련 충당금 적립도 미흡한 수준”이라며 “대주주의 지원능력이 약한 저축은행의 경우 추가 손실 대응능력 측면에서 우려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매각 및 재구조화 대상 사업장이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미흡한 사업장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부동산 PF 관련 추가 손실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실적도 지난해에 이어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부실채권 중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부동산 PF 정리를 위해 올해 내로 부실채권(NPL) 회사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저축은행중앙회 오화경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NPL 회사 설립과 더불어 경·공매와 공동매각을 지원하는 등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10% 내외는 크게 문제될 것 없다”며 “PF대출 연체의 경우 부동산 싸이클이 있어 개인 채권처럼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연체율에도 불구하고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저축은행의 BIS자본비율은 2023년말 14.4%에서 지난해 6월말 15%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순손실 규모를 상회하는 유상증자와 여신규모 감소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축소 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22조원으로 대출태도 강화, 부실채권 매각 등의 영향으로 전년동기대비 11.7% 감소했는데, 이는 2024년 1분기말(–9.1%)보다 감소세가 확대된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