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만 되던 ‘애플페이’, 타사 진출설에 소비자 기대↑
수수료와 인프라 확보는 ‘복병’···삼성페이 유료 전환설까지
전문가 “1020 미래고객 확보 목적…도입은 결국 시간문제”

상점 카운터에 붙은 애플페이 안내 스티커ⓒ투데이신문
상점 카운터에 붙은 애플페이 안내 스티커ⓒ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현대카드가 독점 운영하던 애플페이에 신한·KB국민카드도 가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애플페이 선택지 확대를 반기는 모습이지만, 주요 카드사들은 구체적 답변 대신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1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현재 현대카드를 제외한 국내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 중 애플페이 도입을 공식화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카드사가 있음에도 가타부타 명확한 답변을 내지 않는 배경으로는 애플사의 비밀유지 조항이 꼽힌다. 

앞서 현대카드는 2023년 애플페이 국내 첫 도입 후 독점 서비스를 제공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애플페이 효과로 현대카드는 약 150만 명 이상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고, 카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18%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신용판매 규모도 166조2688억원으로 뛰면서 업계 1위인 신한카드(166조340억원)의 실적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고무적인 현대카드의 성과가 후발주자들의 결정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카드가 부가가치통신사업자(VAN사)와 시스템 연동을 논의 중이며 KB국민카드도 애플페이 도입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수수료 적격비용 인하 등으로 카드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현대카드 실적이 크게 뛰었고, 이런 성과가 후발주자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를 포함한 카드사들은 애플페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부 카드사 관계자의 경우 “애플페이 도입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지만, 대부분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와 관련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배경으로는 애플사의 비밀유지조항이 지목되고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현대카드 또한 서비스 개시 직전까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며 “애플사가 보안을 중시하는 만큼 비밀유지조항에 대한 내용도 있을 터라 섣불리 언론에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고민 이유는 수수료와 인프라…‘장점이 상쇄’ 전망도

그간 애플페이 도입이 쉽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로는 국내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단말기 보급률이 10% 수준으로 낮다는 점이 꼽힌다. 애플페이는 무선 근거리 비접촉식 결제인 NFC 방식만 지원한다.

삼성페이의 경우 마그네틱 결제인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방식도 지원하고 있어 기존 단말기 시장에 어렵지 않게 진입한 데다,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돼 대중교통 이용 시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애플페이는 단말기 보급률도 낮고 교통카드 협의도 되지 않아 향후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현재 편의점과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하지만, 중소형 가맹점에서는 여전히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수수료 문제도 중요한 변수다. 삼성페이는 수수료가 없지만, 애플페이는 약 0.1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다. 후발주자들은 현대카드가 체결한 수수료 수준으로 계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애플페이가 타 카드사와 계약을 맺고 시장에서 자리 잡게 될 경우 삼성페이의 유료화도 우려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앱카드 협의체와 계약을 맺고 연 단위 라이선스 비용 외에는 무료로 삼성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이유는 시장 경쟁력 유지 전략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1020세대 등 미래 고객 확보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실제 애플페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서비스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2023년 10월 카드고릴라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및 애플페이 사용자 중 42%가 교통카드 기능 추가를 원했으며, 25.4%는 이용 가능한 카드사의 확대를 희망했다.

전문가는 수수료와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카드사들의 주요 과제가 될 테지만, 결국 애플페이 도입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신한카드의 경우 시장 점유율 1위 유지를 위해, KB국민카드는 신한카드의 도입에 따른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애플페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높은 수수료와 교통카드 불가, 인프라 부족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1020 젊은 고객들의 선호도와 접점 확대 등을 고려하면 장점이 단점을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애플페이 도입은 시간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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