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프리미엄 카드…‘부의 상징’서 ‘가성비’로
높은 연봉·자산 기준? 희소성 부각돼 더 큰 매력으로
업계 타개책으로 작용할까…수익성과 고객 확보 ‘과제’

더 블랙 카드 [사진=현대카드]
더 블랙 카드 [사진=현대카드]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프리미엄 카드가 진화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연회비를 뛰어넘는 혜택과 정교한 타겟 마케팅은 물론, 희소성 전략까지 활용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낮은 수수료와 높은 연체율 등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프리미엄 카드를 강화하는 이유는, 우수 고객을 확보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안정적인 영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지난해 9월 말 누계 기준 1조756억원으로 9852억원이던 전년에 비해 약 9.2% 증가했다.

실제 체감 연회비도 늘었다. 카드고릴라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주요 신용카드 44종의 평균 연회비는 11만3225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63% 증가한 수치다. 

이는 카드사들이 알짜 포인트 적립형 카드는 물론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카드에도 공을 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프리미엄카드는 통상 연회비 10만원 이상의 카드를 말한다. 대부분 카드의 연회비가 1만원대에서 5만원을 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편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에는 사회적 지위를 갖춘 초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정적으로 운영되던 상품이었지만 최근 들어 연회비와 혜택을 다양화하며 소비층을 넓히는 추세다. 특히 항공과 호텔, 명품, 프리미엄 레스토랑 등에서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초고가’에서 ‘합리적 고급 카드’로…다양해진 선택지

국내 프리미엄 카드는 1990년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 카드 도입을 시작으로 전환점을 겪었다. 고급 소비층 겨냥 서비스가 부족했던 가운데 아멕스는 높은 연회비와 특혜를 제공하며 눈길을 끌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등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하며 경쟁이 본격화됐다.

오늘날 프리미엄 카드 시장은 카드사의 초청을 받아야만 가입 가능한 초호화 카드와, 다소 엄격한 심사 기준을 요구하는 실속형 프리미엄 카드로 나뉜다.

초호화 카드의 경우 극소수의 유명인과 고액 자산가만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블랙카드로 대표되는 이 카테고리는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초청을 받아야만 발급이 가능하다. 배우 이정재나 블랙핑크 로제, 아이유 같은 유명 인사들이 사용하는 카드로, 연회비만 수백만 원에 달한다. 카드 소지자에게는 최고급 호텔과 항공 서비스, 전담 컨시어지 서비스 등 차원이 다른 혜택이 제공된다. 이점 때문에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사회적 지위와 특권을 상징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1000명만 초청을 통해 발급 가능한 현대카드 더블랙이 대표적이다. 연회비가 국내 출시 카드 중에 가장 비싼 300만원이며, 최상위 회원에게만 제공하는 서비스와 문화행사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회비 200~250만원대의 신한 ‘더 프리미어 골드에디션’, 삼성 ‘라움 오’, KB국민카드 ‘헤리티지’, 하나카드 ‘클럽1’ 등이 대표적인 프리미엄 카드로 꼽힌다.

초청을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한 상품이 아니더라도 허들은 높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연소득이나 금융 자산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급대상은 금융사 별 내부 기준에 따르지만 주로 상장사 CEO나 고액자산가 등으로 알려져 있다. 서비스는 해외 명품 쇼핑이나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항공권 일등석 업그레이드 서비스, 특급호텔 숙박 서비스, 골프 부킹 대행 등 주로 여행과 레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속형 프리미엄 카드 또한 여행과 공항, 쇼핑 혜택을 주로 제공하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앞선 블랙카드 등에 비해 높은 연회비만 감수하면 비교적 높은 승인율을 보인다는 점에서 일반 직장인들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선택지다. 

연회비는 주로 10만~30만 원 수준인 경우가 많고 항공 마일리지 적립이나 여행자 보험, 공항 라운지 이용 등의 혜택이 포함돼 있다. 과거에는 40대 이상의 우량 고객만을 주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는 연회비와 심사 허들을 다소 낮춰 MZ세대까지 공략했다는 평가다.

신한카드 ‘더클래식플러스’는 연회비 12만원에 호텔 이용권과 백화점 상품권, 주유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현대카드 ‘더 그린’은 연회비 20만원에 친환경 소비 리워드를 제공하며 공항 라운지 이용 혜택도 포함하고 있다. 

신상품 출시도 돋보인다. 롯데카드는 올초 연회비 최고 50만원의 힐튼 아너스 아멕스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했고 KB국민카드 또한 지난해 12월 연회비가 최대 15만7000원인 프리미엄 상품 ‘헤리티지 클래식’을 내놨다. 신한카드는 6년 만에 우수 고객 대상 프리미엄 카드 ‘더 베스트 엑스’를 출시했다. 연회비는 30만원대로 혜택은 역시 호텔·항공·여행에 집중돼 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카드를 단순한 연회비 수익을 넘은 전략적 도구로 평가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초청을 통해서만 가입하는 초호화 카드의 경우 엄밀히 말하면 연회비 수익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초우량 고객의 선택지를 넓힘과 동시에 카드의 희소성을 강조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임으로써 미래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의 경우 고액 소비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점에서 연회비 수익을 넘은 전략적 도구라고 본다”며 “최근 1위 자리를 빼앗긴 신한카드가 6년 만에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한 점 또한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또한 프리미엄 카드 마케팅이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프리미엄 카드가 높은 연회비와 발급 문턱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이 꼽힌다”며 “과거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연령과 선호도 면에서 막연한 추측에 기반했다면, 최근에는 초개인화된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무엇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봉과 자산 기준 등 높은 허들에도 프리미엄 카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 희소성을 통해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만족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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