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청년, 미래를 가장 오래 살아갈 세대
범청년행동 통해 정책요구안 준비 중
유니온 출범 15년…성공한 사회적 실험
올해는 ‘프리랜서 자력화’에 집중한다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투데이신문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투데이신문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청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응원봉과 남태령은 변화의 상징이 됐다. 반대편에서도 청년 보수가 부상하고 있다. 청년은 미래의 주역이 아닌 현재를 이끄는 중심이다. 이 흐름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일시적인 반짝 이벤트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386세대 이후 다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오고 있는 미래가 아닌 시작점에 도착한 미래라는 뜻으로 이 기획의 제목을 ‘청년이 왔다’로 삼은 이유다. 수면에 던진 돌이 넓은 원 모양의 파동을 일으키듯 지금의 기록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빛날 것이라 기대한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국내 최초 세대별 노동조합을 표방한 청년유니온이 올해로 15주년이 됐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2010년 3월 13일 “청년노동문제와 청년실업문제를 비롯해 청년들이 이 사회에서 겪는 제반 문제들을 직접 해결해 나가겠다”며 창립을 선언했다.

청년유니온은 만 15세에서 39세의 청년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다. 그동안 활동을 보면 편의점 아르바이트 실태조사(2010년),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집단진정(2011년), 서울시와의 사회적 교섭(2012년), 한국판 블랙기업운동 선포(2014년), 패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 실태조사(2020년) 등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노동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청년유니온은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인천, 대구, 부산, 광주, 대전, 경남에도 지부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이번 탄핵정국에서는 지난 1월 민달팽이유니온,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참여연대 등 22개 청년단체가 참여하는 ‘윤석열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이라는 연대체를 출범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어 지난달 17일에는 청년 프리랜서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 제안에도 나섰다. 청년유니온은 “프리랜서는 노동법의 보호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새로운 노동 관련 담론에서도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라며 “많은 청년이 프리랜서를 진지한 선택지로 고민하는 만큼 불안정한 일자리가 아닌 진지하게 장기적 전망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15년 동안 한결같이 앞장서 온 당사자 단체라 할 수 있는 청년유니온은 청년이 주목받는 현 정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이를 계기로 어떤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지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31)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Q. 오랫동안 광주청년유니온부터 활동해서 지금은 위원장으로 연임 중으로 알고 있다. 청년유니온 활동에 적극적인 이유가 있는가.

처음 청년유니온을 알게 된 것은 4주 과정의 노동법 아카데미를 들을 때였다. 여기에서 근로기준법과 노동인권을 공부하면서 생각한 문제의식들이 유의미하게 다가온 것 같다. 

2016년에 청년유니온에 가입해 2017년에 광주청년유니온 기획팀장으로 활동했다. 이후에 2018년부터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으로 4년간 연임한 뒤에 2022년 서울로 와 청년유니온 위원장을 맡았고 현재 연임 중이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하면 여전히 일하기 위해서 일을 하는 청년, 그리고 일하고 있는 청년들의 권리를 얘기하는 조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와 비슷한 처지와 환경에 놓여 있는 청년들이 모여 떠들고 권리를 주장하고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상상해낼 수 있는 공간이 청년유니온이라고 생각했다.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Q. 비상계엄 사태부터 탄핵 정국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과거의 촛불집회에도 청년들은 늘 있었다. 그리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집단으로 분명 존재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주목받는지 그 이유를 찾는 게 우리의 큰 과제이기도 하다. 

다만 특정 세대나 특정 성별뿐 아니라 시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2030 세대는 공통된 세대적 기반을 가진 특성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인 경쟁에 내몰렸다. 산업화 세대나 민주화 세대는 어떤 목표를 성취한 기억을 공통으로 갖고 있지만 지금의 2030 세대는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를 겪었고 우리 사회에서 최초로 부모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노동과 주거의 불안정성으로 취업 기간이 길어지고 있고 이제 결혼과 출산도 생각하지 못하는 청년이 너무 많다. 

그래서 지금 청년들이 내 삶의 불안정성에 대해 광장이라는 스피커로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들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들여다보면 그런 면이 있다.

Q. 청년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뿐 아니라 각종 정치사회적 사안까지 연대를 확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대가 지속가능 하리라고 보는가.

지금까지의 연대가 지속할 것으로 낙관하기 어렵다. 기존 정당들이 운영되는 방식은 제대로 된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결정되기보다 얼마나 더 많은 지지자의 목소리를 추동하느냐의 팬덤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 시민사회가 어떻게 광장에 나선 청년들을 건강하게 조직해 집단화된 목소리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큰 과제일 것 같다.

지금의 연대가 유지될 수 있을지 다들 불안해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이어 윤 대통령 탄핵 역시 비극적인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탄핵 이후의 사회를 떠올려보면 이전보다 더 극단적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Q.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청년유니온 내부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는가. 조합원들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다.

비상계엄 사태 초기에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기에 최대한 광장과 집회에 참여하고 평소에 연대해 온 청년단체,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했다. 각 지역 지부의 조합원들도 적극적으로 집회에 참석했다. 

지금은 아직 탄핵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탄핵 이후를 논의하고 있다. 헌재에서 파면 결정이 나오기까지 비상행동 등에 참여하면서 그 이후에 우리는 무엇을 요구하고 의제화할 것인지에 관한 토론이 중점이 되고 있다. 의제별로 정책요구안을 만들기 위해 토론하고 있다.

이외에 여성은 탄핵찬성, 남성은 탄핵반대로 비추는 프레임을 어떻게 해석하고 깨뜨릴지, 그리고 집회에는 나오지 않더라도 일상을 지켜내고 있을 청년들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떤 관점으로, 어떤 입장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주목해 보려 한다. 그래서 청년 100명을 릴레이로 인터뷰해 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Q. 탄핵 이후 사회대개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회대개혁의 화두에 청년의 미래에 관한 안건으로는 어떤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청년은 앞으로의 미래를 가장 오래 살아갈 세대이며 지금부터의 정책 결정에 가장 오랫동안 영향을 받아야 할 세대다. 그래서 미래에 집중해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류한다면 교육기를 넘어 노동기로 이행하는 과정에 놓여 있는 공백 기간에 어떤 사회 안전망을 위한 정책과 사회 전반의 초입부에 놓인 시민으로서 사회의 형태가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가 있을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좋은 일자리는 이제 희박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 모두가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기존의 일자리를 어떻게 하면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등 권리의 격차가 실질적으로 벌어지는 문제를 어떻게 좁혀나갈 것인지, 그리고 연금과 건강보험 등 기존 복지체계를 많이 손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이 정쟁 속에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일은 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못 지키는 노동자, 공백 상태에 놓여 있는 일하는 시민들의 사회적 권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프리랜서도 고용보험 가입할 수 있고, 육아휴직 쓰고, 다치면 산재 보상받을 수 있고 감정 노동도 보장받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청년단체들이 모여 범청년행동(윤석열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을 구성해 정책요구안을 만들고 있는 과정에 있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어떻게 모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시기인 것 같다.

사회대개혁, 혹은 어떤 종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이를 실질적으로 관철해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지금 판은 열렸고 에너지는 쏟아지고 있다. 이 한복판에서 이 에너지와 함께 어떻게 녹아 들어가서 어떤 개혁 의제를 잡고 힘을 내야 할 시기다.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투데이신문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 ⓒ투데이신문

Q. 한편으로는 우경화된 청년들의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는가.

세계적으로 우경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기존 보수가 극우와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우경화 흐름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구성원이 다양하기에 청년들 사이에서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청년들이 과거처럼 단일한 목표를 위해 단일한 집단을 이루기보다 의제를 중심으로 모였다가 흩어진다. SNS 등을 통해 유연하게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변화한 사회에 맞춘 방식과 계획을 찾아야 할 때다. 

그럼에도 청년유니온 같은 청년단체들이 청년을 조직화하는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종류의 커뮤니티나 소모임 등으로 시민들을 계속 만나고 설득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매주 탄핵찬성 집회와 탄핵반대 집회가 열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지금 필요한 점은 훈련되지 않은 무능한 정치인에게 우리의 권력을 위임했을 때 얼마나 우리가 상처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다음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 책임 있는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Q. 청년유니온이 출범한 지 15년이 됐다. 청년유니온의 15년을 돌아본다면 어떻게 표현하겠나.

첫 시작은 성공적인 사회적 실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청년구직자도 노동조합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면서 이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사회 안전망과 관리를 얻을 가능성을 열었다.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 관점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2025년을 지나고 있는 지금, 청년유니온은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생각해본다면 적어도 제 임기인 청년유니온 8기에서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시민들이 결사의 권리를 얘기할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지속적으로 노동조합으로서 시민들이 본인의 권리를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의미하다 하겠다.

아무리 사회가 변한다 해도 사회적 의제에 대해 당사자가 시민 집단을 계속 만나면서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하고 동참을 요청하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민 집단이 자력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사회 변화의 주체로 나서는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지금 시기에 청년을 얘기한다고 하면 앞으로 사회를 가장 오래 살아갈 세대로서 이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공동체 회복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Q. 청년유니온이 올해 주요하게 집중할 과제는 무엇인가.

‘프리랜서의 자력화’라는 키워드를 뽑고 싶다. 표현이 생소하긴 한데 지금 노동시장은 파편화된 상태이며 플랫폼 노동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권리의 사각지대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보완하는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논의는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은 하고 있는데 사회 안전망의 밖에 놓인 시민들의 권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아주 중요한 이슈라고 본다. 이미 이들을 위한 정책적 의제는 많이 놓여 있다. 이 의제를 실질적으로 관철할 힘이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시민들이 모여 자력화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청년유니온은 프리랜서를 ‘독립 노동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아니면 노동자라는 구분이다. 그런데 독립 노동자들은 어떤 측면에서는 노동자이면서 한편으로는 1인 자영업자이다. 그래서 하나의 틀로 측정하기 어렵다.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종속된 노동자라고 받아들이지 않기에 사회 안전망의 틀 안에서 더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일하는 모두를 위한 권리 보장법’ 제정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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