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 혁명이 기존 금융권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등장은 단순한 금융 채널의 변화가 아니라 금융 서비스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모바일 중심의 금융 소비 패턴, 핀테크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인구 구조 변화는 전통적인 시중은행에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인터넷은행의 탄생에 따른 금융권의 지각변동, 그리고 미래 은행의 생존 전략을 조망해 보고자 한다. 또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시대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디지털 금융,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 비대면 금융의 확산 등 미래 금융의 패러다임을 살펴봤다.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은행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인 ‘은행’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변화되고 있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등장 역시 은행권의 변화를 가속화했다.
4대 시중은행의 시작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발생하며 많은 은행의 퇴출과 은행 간 합병을 야기했다. 당시 운영되던 33개의 은행은 부실은행의 퇴출 및 인수합병 등으로 그 숫자가 줄어들었고, 이 같은 구조조정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부실금융기관 퇴출과 건전성 감독 강화가 대규모 금융구조조정의 배경이다. 부실은행을 정리하려는 목적의 인수합병과 일부 우량은행 간의 합병 또한 이러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며, 4대 시중은행 역시 그 결과물이다.
1997년 말,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인 은행들에 대해서 퇴출, 합병, 매각 등의 조치가 실시됐다. 개중 부실정도가 가장 심한 동화·동남·대동·충청·경기 5개 은행이 각각 신한·주택·국민·하나·한미은행으로 통합됐다.
자기자본비율 8%를 넘는 은행들 또한 증자, 외자 유치, 타행과의 합병 등의 방식으로 경영정상화를 유도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합병한 한빛은행을 시작으로 하나은행과 보람은행,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 조흥은행과 강원은행이 합병을 진행했다.
이중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은 수평적 합병,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은 상품확장형 합병, 조흥은행과 강원은행은 지역시장 확장형 합병이다.
2000년 이후 대우기업 해체를 비롯해 부실기업이 증가하자 정부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2차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한빛, 평화, 광주, 경남은행이 우리금융지주로 편입되고 제주은행은 신한은행에 매각됐다. 서울은행으로 합병,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부실은행 정리 목적이 아닌 우량은행 간 자율적 합병을 진행했다. 가장 최근 2015년 9월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됐다.
상업은행(1899년 설립)과 한일은행(1932년 설립)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합병, 2년 뒤인 1999년 ‘한빛은행’으로 출범했다. 이후 2002년 평화은행을 흡수·합병한 뒤 그해 5월 우리은행으로 사명을 바꿨다.
국민은행(1963년 설립)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퇴출은행으로 선정된 대동은행(1989년 설립)을 인수한 뒤 1999년 장기신용은행(1980년 설립)과 합병했다. 이후 1997년 한국주택은행법 폐지로 시중은행 전환된 주택은행(1967년 설립)과 2001년 KB국민은행으로 대등합병했다.
하나은행은 1971년 한국개발금융이 한국투자금융이라는 단기금융회사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1991년 은행으로 전환된 뒤 부실은행으로 지정된 충청은행(1968년)을 1998년 인수했고, 1999년 보람은행(1991년 설립), 2002년 서울은행(1959년 설립)과 하나은행 이름 아래 합병을 진행했다. 이후 하나금융지주가 2012년에 외환은행(1967년 설립)을 인수, 3년 뒤인 2015년 KEB하나은행이라는 이름 아래 통합 법인을 출범했다.
신한은행은 1982년 설립돼 1998년 동화은행(1989년 설립)과 합병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002년 제주은행을 인수한 뒤 이후 2003년 충북은행(1971년 설립)과 강원은행(1970년 설립)을 인수한 조흥은행을 인수했다. 조흥은행은 2006년 신한은행과 통합됐다.
개중 수평적 합병을 진행한 우리은행은 현재까지도 두 은행의 성격이 두드러지게 남아있다. 은행장에는 한일과 상업 출신이 번갈아 이름을 올린 전례가 있고 대내외적으로 상업·한일 양 은행의 계파문화가 은행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이에 최근 우리은행은 상업·한일 동우회를 합병하고 인사자료에서 출신 은행 구분을 삭제하는 등 계파문화를 뿌리뽑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외에도 제1금융권에는 영업 기반을 지방 도시에 두고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특수은행이 있다.
금융의 지역적 분산과 지역 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해 설립된 지방은행은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이 있고, 특수은행으로는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있다.
포용금융 파고든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으로 대표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2015년 금융개혁의 주요과제로 선정돼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함으로써 포용금융을 실천하고,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며,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제시된 혁신성장의 방안이었다.
앞서 2001년과 2008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시도가 있었다. 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은산분리와 금융실명제 등의 제약과 글로벌 금융위기에 막힌 바 있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말한다. 이 규제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막는다는 지적을 받아 2019년 1월 17일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돼 혁신정보기술(ICT) 기업에 한해 한도를 34%까지로 완화 적용했다.
은행 산업이 대형화되며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 이에 인터넷은행은 분기별로 중·저신용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대출을 공급하는 등 중요한 포용금융 역할을 맡고 있다.
2023년까지도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기대치를 하회하던 포용금융 성적은 현재 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30%대를 넘기며 목표치를 상회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신용대출 목표를 강화한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목표를 ‘평잔 30%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규모가 축소되지 않도록 운영 중이었는데, ‘신규취급액 30% 이상’ 기준을 추가해 분기별 실적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은행의 전체 가계 신용대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서민금융대출 중 보증 한도 초과 대출 잔액에서 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 대한 개인신용대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서민금융대출 중 보증 한도 초과 대출 잔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인터넷은행은 설립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확대가 아닌 담보대출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리 경쟁력이 있던 인터넷은행 예·적금 상품 또한 기준금리 인하에 시중은행 상품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2017년 4월 첫 출범한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2017년 7월 카카오뱅크, 2021년 10월 토스뱅크가 등장했다. 돌아오는 4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8주년을 맞이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스마트폰 이용자 급증으로 인한 모바일뱅킹의 성장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비대면 방식의 금융거래가 늘어난 영향으로 크게 성장했다.
인터넷은행은 기존 시중은행과 달리 무점포로 운영돼 이로 절감한 운영 비용을 활용해 금리 경쟁력을 높였다. 무인 비대면과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접근성 또한 확대했다.
현재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세 곳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4600만명을 돌파했으며 당기순이익 합계는 3413억원을 기록했다. 3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는 지난해 가계대출 확대로 이자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에 주로 기인한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향후 인터넷은행은 소상공인들을 위한 포용금융과 앱테크 분야에서 발생하는 비이자수익 강화가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