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전망 2분기도 암울...“내수 타격에 관세까지 더해져 쇼크”
“대외무역 정책 새 판 짜야...수입·수출 다변화 필요”
“양적 성장 아닌 신기술 키우는 질적 성장 투자해야”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를 반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 쇼크를 기록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과 해외 IB 등이 연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을 재차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2분기 경제성장률 역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 해외경제연구소가 전날 발표한 ‘2025년 1분기 수출실적 평가 및 2분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할 것으로 전망, 성장률 둔화 우려가 가중됐다.
경제성장률은 민간부문 투자와 정부 투자, 순수출(수출-수입) 및 민간 소비, 정부 소비 등 다양한 요인으로 결정된다. 3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2025년 1분기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이중 대부분 분야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은 1.1% 감소했고, 수입은 2.0% 줄었다. 민간소비도 0.1% 낮아졌다. 정부소비는 0.1% 감소했고, 건설투자는 3.2% 줄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장비 등 기계류가 줄어 2.1%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에서 2분기 EBSI를 84.1로 전망하며 전 분기 대비 한국 수출 기업의 체감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그동안 높았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며 성장률 하방 압력이 커진 것이다.
EBSI란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전분기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 100보다 작은 값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면 큰 값을 가진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전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
자동차·철강, 무역장벽과 원가 상승에 ‘비상’
반도체와 선박의 호조와 반대로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관세 인상(25%)과 유럽연합의 환경규제 강화, 중국 시장 내 경쟁 심화 등으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4분기 대비 2분기 자동차 수출은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28%에 달해 대외 리스크에 취약하다.
지난 3월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24만1000대, 62억4000만달러)했으며, 4월 전체 자동차 수출도 3.8% 줄었다. 2분기 자동차·자동차부품 EBSI는 59.4로, 수출경기가 상당폭 악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에 25% 자동차 관세 중 일부를 2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관세 회피를 위해 미국 내 공장 증설(조지아 전기차 공장 등)을 가속화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출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또한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는 관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한국의 전통적 강점인 내연기관차 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체 또한 시장점유율 하락의 위험이 있다. 미국 내 조립 차량의 85% 이상을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산 부품으로 구성해야 완전한 관세 면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도 원자재 가격 상승(철광석, 석탄 등)과 글로벌 수요 둔화, 보호무역 조치 강화로 수출이 위축되고 있다. EBSI는 88.8로,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3월 철강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0.6% 감소했다. 이는 2024년 6월 이후 최대 하락폭으로, 12일부터 미국이 한국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재부과한 영향이 즉각 반영된 결과로 파악된다.
명지대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는 “내수 타격이 큰데 관세 타격까지 더해져 대응이 되지 않은 쇼크가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 자체는 안 좋지만 성장률은 전분기를 기준으로 추산하기 때문에 또다시 역성장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역성장 美, 대미 의존도 높은 한국 직격타
올해 1분기 미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0.3% 역성장을 기록하며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는 지난 2022년 1분기 이후 처음이며, 시장 예상치(+0.4%)를 크게 하회한 결과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대미 수출액은 741억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기준 1278억달러로 약 2배 이상 늘어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에 육박한다.
상명대 경영학과 서지용 교수는 “대외교역환경이 안 좋아서 수출 부문은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화가치가 상당히 낮아서 수출실적을 기대하기 좀 어렵고 실제적으로 원자재수입을 많이 하는 나라기 때문에 원자재를 제조해서 다시 수출하는 석유화학이나 철강 쪽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에 환율 안정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현재 트럼프의 정책은 전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크게 훼손시키고 있기 때문에 수출과 관세 협정에 대해 빠르게 단기적으로 해결을 볼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대외무역 정책을 다시 짜야할 것”이라며 “어느 한 국가에게 과도하게 무역 흑자를 보는 정책은 이렇게 무역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수출 다변화나 수입 다변화 같은 정책을 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신기술로 기업을 키운다거나 하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기술을 가진 AI 빅데이터 로봇, 양자 컴퓨터 같은 쪽에 정부가 투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