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경영 강조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구조적 허점 드러나
1000억 투자에도 반복된 중대재해…전문가 “형식적 대응 우려”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SPC 계열 공장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산업재해가 일어났다. 지난 5월 19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피해자는 윤활유를 바르던 중 냉각 스파이럴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컨베이어는 30년 가까이 된 설비였던 것으로 전해지며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는 현재 관계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는 최근 3년간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망 사고다. 2022년에는 경기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2023년에는 성남시 SPC 샤니 공장에서 각각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고 유형은 모두 대형 설비 작업 도중 발생한 ‘끼임 사고’로 알려졌고, 반복되는 사고에 구조적인 안전관리 미비 문제가 제기돼 왔다.
앞서 SPC그룹은 2022년 사고 이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전사적인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안전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3년간 총 1000억원의 안전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2024년까지 누적 835억원이 집행됐으며 포장공정 자동화, 노후설비 교체, 위험성 평가 등 설비 중심의 물리적 개선 작업이 진행돼왔다.
지난해 나온 SPC 안전경영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 전문기관의 안전진단을 통해 1400건이 넘는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위험이 높은 설비에 대해 수시 평가와 예방 조치를 병행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45001) 인증도 확대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사고는 여전히 SPC의 안전관리 체계가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특히 최근 사고의 경우 야간 시간대에 단독으로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작업 방식과 근무 체계에 대한 개선이 이뤄졌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SPC 안전경영위원회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교대제 개편, 고위험 공정의 자동화 확대, 야간작업 시 인력 추가 배치, 작업중지권 활성화 등을 권고해 왔다. 교육훈련비 역시 835억원에 달하는 총 안전 투자액 중 가장 적은 4000만원에 그쳐, 근로자 안전의식 제고와 현장 실행력 강화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SPC 측은 2023년 기준 산업재해율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해당 수치가 갖는 설득력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2020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SPC 계열 공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570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되는지를 두고 전문가들은 제도상의 안전관리와 실제 현장 사이의 괴리를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김성희 교수는 “노동자가 설비에 윤활유를 계속 뿌려야 돌아갈 정도면 설비를 교체하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한다. 이는 설비투자가 근본적으로 미흡했다는 방증”이라며 “회사가 그동안 안전 관련 투자를 하고 체계를 갖추는 데 노력했다고 해도 유사한 일이 반복되는 점을 미뤄보면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오세형 부장은 “회사에서 안전 관련 투자를 했다고 하지만 계속해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반복된 사고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또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실질적으로 처벌된 일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번 일은 본보기로 철저한 수사와 사법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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