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청년구조보고서’는 현장에서 듣고, 데이터로 진단해, 구조적 해법으로 청년을 구조합니다.

△ 정수영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br>
△ 정수영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

지난 5월 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반가운 소식이 발표됐다. 헬스장 표준약관을 개정한 것이다. 특히 그간 쟁점이었던 먹튀와 계약해지 분쟁, 사은품 반환 관련 규정의 손질은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꾸준히 증가하는 청년층 피해를 고려하면,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접근이 병행돼 한다. 청년의 경제적 리스크를 방지하는 일은 저출생·고령화 시대를 지탱할 주체인 청년의 경제 기반을 복원하는 핵심 과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헬스장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2021년 2406건이던 피해구제 신청은 2022년 2654건, 2023년 3165건, 2024년 3412건으로 증가했으며, 이중 무려 93.4%가 계약해지 관련 피해였다. 소비자원이 신청받은 피해구제 금액의 평균은 약 117만원이었다. 특히, 신청 연령이 확인된 피해구제 1만682건 중 83.4%가 2030세대였다는 점에서, 중위소득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청년층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는 증가하는 피해구제 신청과 분쟁 조정으로 인한 행정·재정 부담을 계속 떠안고, 청년들이 겪는 재정적 부담과 경제적 손실은 더 커질 수 밖에 없게 된다.

계약해지 분쟁의 본질은 선결제 수익 구조에서 발생하는 사업자의 수익방어 본능이 만들어낸 구조적 딜레마로 볼 수 있다.

헬스장은 미래 매출을 현재로 당겨받는 선결제 구조다. 그러다보니, 이용자가 해지를 요청하면, 사업자는 이미 사용됐거나 사용이 예정된 현금을 돌려줘야 한다. 사용 예정된 현금이라면 조정이 가능하지만, 이미 써버린 상황에 여유까지 없다면, 수익은 위기로 전환된다.

여기에 레드오션 시장과 일부 업장에서 선불금을 창업자금으로 활용하는 행태까지 겹친다면, 사업자의 수익 방어 본능은 더욱 강하게 작동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계약해지 피해가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 정책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직접 규제를 확대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규제가 지나치면 오히려 신뢰받는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가 불편을 겪는다. 세제 지원과 같은 재정 지원도 문제의 본질이 수익 부족과 유동성 위기라면 실효성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핀테크 업계는 에스크로 서비스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에스크로 서비스는 이용자가 낸 돈을 제3자가 보관했다가 서비스가 제공됨에 따라 순차적으로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현금 흐름이 후불로 바뀌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이 불편이 신뢰를 보장한다. 계약해지 분쟁과 먹튀 헬스장 방지를 위한 현실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

최근 일부 헬스장은 에스크로 서비스를 신뢰의 ‘인증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제도적으로 촉진하면 계약해지 분쟁은 줄고, 이용자 자산은 보호되며, 신뢰받는 사업자가 선택받는 시장 질서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제도적으로 촉진한다면, 분쟁은 줄고 이용자 자산은 보호되며, 신뢰도 높은 사업자의 성장을 중심으로 시장질서가 회복될 수 있다. 구체적인 해법이 있다면, 민간에서 운영 중인 에스크로 서비스 인증마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적극 장려하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표준화된 인증마크를 제공한다면 신뢰성과 공신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 구조는 인증마크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높이고, 에스크로 가입 사업자의 시장 신뢰도를 끌어올려, 이용자의 선택이 사업자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결과적으로 누적된 분쟁 구조를 실질적으로 완화해 청년의 경제적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계약해지와 먹튀 헬스장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낮은 진입장벽에서 비롯된 문제를 자격요건 강화나 면허제 도입, 쿼터제로 대응하려 한다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해법은 신뢰받는 사업자가 자연스럽게 선택받도록 시장 질서를 설계하는 데에 있다. 이는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면서도,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이 신뢰도 높은 사업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를 만들어, 계약해지 분쟁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의 자정 작용을 유도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에스크로 서비스의 활용은 헬스장을 넘어 교육, 미용 등 장기 선불계약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업으로 확장될 수 있어, 핀테크 기반 소비자 보호 시장 확대라는 정책적 부가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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