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청년구조보고서’는 현장에서 듣고, 데이터로 진단해, 구조적 해법으로 청년을 구조합니다.

△ 정수영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
△ 정수영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

‘노무사 시험을 그만두고 HR직무로 취업을 희망하는데 뭘 하면 좋을지 조언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취업 사이트에 한 청년이 남긴 글이다.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으로 일하며 다양한 청년 정책을 다뤄온 나로서는 낯설지 않은 고민이다. 전문자격 시험에 도전했다가 출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의 사연은 현장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개인의 고민은 집단의 딜레마가 되었고, 수많은 청년이 입구와 출구 사이에서 길을 잃고 있다.

실제로, 공인노무사 시험은 2015년 250명 선발에 3400명 시험응시, 3000명이 탈락한 반면, 2024년 330명 선발에 9600명 시험응시, 9200명의 탈락이 있었다. 7.5%의 합격률은 3.4%로 대폭 하락했고, 수험생은 누적해서 상승해왔다. 이는 단순한 경쟁률 문제가 아니라 과잉 진입과 적체의 시장구조로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개인이 자율적으로 진입하는 전문자격사 시험에 출구전략 지원이 왜 필요할까? 표면적으로 공정한 경쟁의 이면에는, 과잉진입과 적체로 인해 수험생 청년이 부담하는 시간과 비용이 대폭 증가했고, 이러한 비용들은 고스란히 사회적 손실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의 구직기간이 6개월을 넘어서고, 쉬었음 청년이 50만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시험제도의 개선은 청년과 사회 모두에 바람직한 조치일 것이다.

수험시장의 패러다임은 ‘예측 가능한 시장’으로 변해야 한다. ‘규제’보다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구조 설계’를 통해 수험생의 합리적 판단을 돕는 정보 제공의 기능을 해야하고, 수험시장 이탈 인력이 쌓은 지식과 경험이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해야한다.

첫째, 수험시장의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노무사, 관세사, 회계사 등 전문자격시험 전반에 대해, 큐넷 등 공적 플랫폼이 수험과 합격에 관해 연령별, n수 응시 등으로 인포그래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수험생 개인의 진입결정을 돕는 동시에, 민간 수험시장도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안내체계를 갖추도록 유도하는 구조적 장치이다.

둘째, 경력 전환 지원이 필요하다. 인터넷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현장에서까지 청년의 수험시장 이탈 수요는 높아졌다. 1·2차 시험의 점수를 기반으로, ‘법률 지식’을 인증하고,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등지에서 관련 직무의 전문 인턴과 계약직으로 일경험을 지원해야 한다. 경력기반 채용 풍토에서 마중물이 될 것이다. 일반 취업준비로 전향해 시간과 비용을 다시 소모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부채를 키우게 될 뿐이다.

제도는 현실수요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변화해야 한다. 바뀌지 않으면, 점점 더 많은 청년의 시간과 자원을 소모시키는 블랙홀이 되고, 우리사회가 감당할 비용은 커질 것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탈락자라는 이름으로 남기보다는, 전문지식과 준비과정을 축적해 온 청년 인재들로 기억돼야 한다. 이들이 새로운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회복 가능한 경로를 설계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는 제도의 공정성과 자율성은 존중하면서도, 청년의 성장과 복지를 함께 실현하는 전략적 기회가 될 것이다. 수험시장에 있는 청년과 전문가, 정부가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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