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로 인류 지속 불가” 발언에 비판 성명
“공적 권한 행사 시 ‘정교분리의 원칙’ 따라야”
“차별금지법 외면한 인사...시민 요구에 역행”
野, 이달 25일까지 자녀 특혜 등 문제 제기 예정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성소수자 연구자들이 김 후보자에 대한 혐오발언 및 종교편향 문제를 청문회에서 다룰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24일 한국성소수자연구회·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한국성소수자/퀴어연구학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빛의 혁명은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두의 성취여야 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23년 한 개신교계 단체 모임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모든 사람이 동성애를 택한다면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고 발언했다.
2023년 11월에 열린 ‘사학미션 컨퍼런스’에 참석한 김 후보자는 현재 발의돼 있는 보편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사회적 토론이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동성애의 문제는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는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2022년 국회 앞에서 ‘동성애·동성혼 합법화하는 차별금지법 반대’라는 피켓 시위에 참여한 전적도 있다. 그는 2022년 당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며 이후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이에 성소수자 연구자들은 “김 후보자의 발언은 ‘모든 사람이 동성애를 택하면’이라는 정적인 수사로 시작한다”며 “그는 동성애가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해가 된다는 메시지를 담아 공포를 유도하지만 동성애는 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출생율의 관점에서도 그의 발언은 허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세계 39개국을 예시로 들며 “동성혼 인정으로 출생율이 낮아졌다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그의 발언은 성소수자 이슈를 다양성의 존중과 보편적 인권이 아닌 도구적 관점으로 보는 반인륜적 논리이자 명백한 혐오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7일 외신 기자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어떤 입장인지 질문받았을 때 역시 “인권을 주장하는 목소리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으니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연구자들은 이 같은 답안에 대해서도 “대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계획과 기존 입장을 바꾸려는 반성적인 태도가 없다”며 비판했다.
또한 성소수자 연구자들은 정교분리의 원칙(국가와 종교가 서로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인 영역으로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을 거론하며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공적 권한 행사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내란 국면에서 목격한 일부 극우 개신교 세력은 자신들이 임의로 해석하고 구성한 특정한 종교적 신념에 ‘국교의 지위’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위험했다”며 “내란 극복을 제1의 사명으로 내건 현 정부에서 지명된 첫 총리 후보가 그런 세력과 유사한 정교일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끝으로 ▲국회가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종교 편향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것 ▲여당은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김 후보자가 부합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할 것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으로서 했던 종교편향적 의정활동과 성소수자 혐오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을 위한 국정 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역시 김 후보자를 “광장의 요구에 역행하는 후보”로 평가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정부가 탄핵 광장 이후 시민의 요구로 세워진 정부이며 그 요구 중 하나가 차별금지법 제정이었다”면서 “이를 외면해 온 인사를 총리로 지명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보수 개신교와 입장을 함께해 왔는데, 국무총리라는 자리는 자신의 종교관을 앞세울 자리가 아니라고 본다”며 “대한민국 자체가 엄연히 정교분리의 나라인데 종교적 입장이 정치에 과도히 개입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야당 측은 이번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후보자 자녀 대입 특혜 의혹 및 유학자금 출처, 불투명한 재산 증식 등에 대해 문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날부터 오는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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