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9일(현지 시간) 백악관 스테이트다이닝룸에서 기업인들과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9일(현지 시간) 백악관 스테이트다이닝룸에서 기업인들과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소비자물가(CPI)에 관세 영향이 가시화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연준의 통화 정책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 

17일 AP에 따르면 6월 미국 헤드라인 CPI는 전월대비 0.3%,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Core CPI는 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지만, 관세가 상품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즉각적인 비용 절감을 약속한 것과 달리 기업과 소비자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관세 폭탄을 야기해 인플레이션 악화라는 정치적 고난을 맞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도록 압력을 가하면서 미국에 사실상 인플레이션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물가 상승이 가시화되며 중앙은행이 금리를 현 상태로 유지할 확률이 높아졌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올해 관세 인상은 물가를 상승시키고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6월에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해 전월(2.8%)보다 소폭 올랐다. 이중 휘발유 가격이 1%, 식품류는 0.3% 상승했으며 가전제품 가격은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수입 비중이 높은 장난감, 의류, 오디오 장비, 신발, 스포츠용품 모두 가격이 올랐다. 

백악관은 지난달 전년대비 내구재 가격이 3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한 것에 관세의 영향이 있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와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에도 불구하고 신차 가격이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연준은 금리를 3%포인트 인하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연간 1조달러가 절약될 것”이라고 썼다.

이어 “CPI가 낮다. 지금 당장 연준은 금리를 낮추라”며 재차 압박했다.

반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시장 참여자 중 96.9%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9월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은 52.4%로 절반 가량이며 3.5% 내외까지 연내 2회 이상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경향이 절반 이상이다. 

KB증권 류진이 연구원은 “8월 기본관세 인상이 예정돼 있어 연준의 물가지표 확인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9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재개 확률이 당초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를 당장 인하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연내에 추가 인하를 할 것이냐는 어떤 지표를 보느냐에 따라,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물가 충격이 서서히 반영이 될텐데 이게 일시적 요인으로 내년 이맘때쯤 물가가 내려가있을 거라는 판단이 서면 경기나 노동 시장을 살피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금 고용 지표 중 실업률은 많이 오르지 않는 상황이고, 비농업 고용이 월별로 얼마나 증가하느냐의 잣대로 봤을 때에는 민간 쪽이 굉장히 취약해지고 있다”며 “연준이 취업자 수 증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경우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면 금리를 인하하게 될 수도 있지만 현재는 절묘하게 수급 균형이 잘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7월부터 이민자 추방의 효과가 두드러져 공급이 수요보다 더 빨리 감소해 임금 상승률이 많이 둔화가 못 되는 상황으로 간다면 공급이 줄어드는데 금리 인하라고 하는 수요 부양책을 써버리면 인플레이션 위험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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