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만으로는 실질적인 자산 이동 어려워
유동성 공급보다 자본시장 구조적 신뢰 회복 우선
【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정부가 자산 유동화 정책을 통해 증시 자금 유입을 가속화하면서 ‘코스피 5000 시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조적 제도 개선 없이 유동성만 공급될 경우,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금융당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자산은 자산분위 별 편차가 뚜렷하다. 상위 20%가 전체 주식 자산의 대부분을 보유한 반면, 하위 40%는 투자 여력조차 부족한 수준이다. 자산 유동화 정책의 수혜가 자산가층에 집중될 경우, 금융자산의 편중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부동산 규제만으로는 실질적인 자산 이동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소수의 투자자가 아닌 국민 다수가 안정적으로 주식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자산 편중 문제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주식시장 활성화를 이끈 해외 제도 개혁 사례도 주목된다. 미국은 퇴직연금·연기금 등 제도권 자금의 주식시장 참여가 활발하고, 중산층의 광범위한 주식 보유 구조 덕분에 증시 상승이 곧 국민 자산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광수네복덕방 이광수 대표는 “금융자산 보유 비율이 높은 미국은 중산층이 폭넓게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에서 증시 상승이 이어졌다”며 “중산층이 증시의 중심에 있어야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주력해왔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배당 확대 등의 정책을 통해 기업이 보유한 부를 시장에 환원하는 구조를 강화한 결과, 지난 10년간 주가는 3배 이상 상승했다.
신영증권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은 ‘기업이 가진 부를 시장에 돌려주자’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했고, 그 결과 증시 체질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상법 개정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긍정적인 변화”라며 “지배구조 개선의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적 기반, 금융 교육 뒷받침 돼야
정책 효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단순한 유동성 공급보다는 자본시장 구조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계 투명성, 소액주주 보호, 불공정 거래 해소 등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자산 이동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코스피 5000 목표 설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급속도로 오르는 것은 리스크가 뒤따르기 마련”이라며 “국내 증시가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성장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업 투명성, 소액주주 보호, 시장 불공정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 금융 접근성의 계층 간 격차 해소와 함께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높이는 포괄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주식투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국내 증시는 단타 매매 성향이 강하고, 장기 투자자가 손해 본다는 인식이 깊다”며 “우리 증시가 장기 우상향할 수 있는 체질로 바뀌어야 자산의 증시 이동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는 문자 문맹률은 낮지만, 금융 문맹률은 주요국 중 높은 편”이라며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 교육을 통해 국민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