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지금, AI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발맞춰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총서를 통해 교육, 의료, 산업, 사회, 예술, 철학, 국방, 인문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AI 담론을 폭넓게 조명해왔다. 인공지능총서는 2025년 7월 18일 현재 392종에 이르렀으며, 올해 말까지 630종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핵심 이론부터 산업계 쟁점, 일상의 변화까지 다각도로 다루면서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은 최근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선 어떤 가치와 기준이 필요할까. 투데이신문은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AI 사회’를 향한 제언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얼마 전 초등학교 저학년 딸 아이가 회장 선거 연설문 작성을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 “엄마, 챗지피티에게 연설문 어떻게 써야 하는지 물어볼 수 있어?” 생성형 AI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일상화됐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과연 어른들이 회사에서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듯 아이에게 챗지피티를 선뜻 열어줘도 괜찮을까? 

AI 학습 도구로서의 현실과 우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4년 인터넷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12~19세 청소년의 41.3%가 챗지피티, 코파일럿과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주요 이용 층인 20대(58.9%), 30대(50.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직업군별로 보면 학생의 경험률은 50.1%로, 전문·관리직(53.0%), 사무직(50.7%)과 함께 상위권에 속한다. 이미 AI가 학생들의 학습 환경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MIT 연구는 이러한 확산에 우려할 만한 결과를 보여줬다. MIT 연구진이 보스턴 지역 대학생 54명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에세이 작성 실험을 진행한 결과, 처음부터 AI로 에세이를 작성한 그룹은 뇌 연결성이 가장 낮게 나타났고, 두뇌로만 작성한 그룹은 높은 뇌 연결성을 보였다. 특히 AI로 에세이를 작성한 그룹은 복사-붙여넣기 의존성과 함께 자신이 쓴 글을 기억해내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학습의 본질은 뇌 속 신경망을 확장, 강화하는 과정이다. 외부 인지 보조 도구로서 챗지피티는 정보 처리 부담을 줄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처음부터 과도하게 의존하면 인지 경로가 약화될 수 있다. 한가지 고무적인 결과는 처음에는 뇌를 사용해 글을 쓴 뒤 AI로 보완한 경우 오히려 뇌 연결성이 확장됐다는 것이다. AI를 올바르게 잘 활용한다면 교육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교육용 AI의 새로운 시도들

최근 챗지피티가 ‘공부 모드’를 선보인 데 이어 제미나이도 ‘가이드 학습’이라는 학습 전용 기능을 출시했다. 이 두 기능 모두 학습 파트너로서의 생성형 AI를 보여주며, 단순히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이 아닌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도록 유도한다. 직접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힌트와 반문을 통한 소크라테스식 문제 해결 과정을 이끌고, 이해도를 점검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교육전문가들과 협업해 대화 시나리오 설계에 힘썼다고 한다. 이로써 생성형 AI를 통해 개인 맞춤형 학습을 실현하고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비전에 한발짝 더 가까워진 듯하다.

교육적 AI 서비스 설계를 위한 고려사항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부 모드는 여전히 범용형 AI 위에 얹힌 부가 기능에 가깝고, 자기주도적으로 문답식 해결과정을 수행하기 어려운 어린 학습자들이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교육 목적으로 ‘잘 설계된’ AI 서비스가 필요하다. 배우고자 하는 내용과 학습 목표에 따라 각기 다른 학습과정이 있을 텐데 챗지피티라는 범용 서비스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는 것은 학습의 본질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교육적으로 잘 설계된 AI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첫째,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 학습을 지원해야 한다. 정답이나 완성된 글을 주는 AI가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돕는 ‘비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준별 힌트 제공, 반문, 피드백을 통해 학습자가 지식을 재구성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교육방법론에 기반한 학습 시나리오를 설계해야 한다. 글쓰기 서비스를 예로 들자면, ‘주제 이해–아이디어 탐색–구조화–작성–피드백–재구성–자기평가’의 학습 단계를 서비스에 담아야 한다. 특히 단일 대화형 UX로 모든 과정을 풀어내기 보다 각 과정별 학습자의 참여와 편의를 이끌 다양한 UX가 고려돼야 할 것이다. 셋째, 국가 교육과정과 연계된 메타 정보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학습 주제를 여러 교과와 융합해 제공함으로써 학습의 깊이와 확장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 학습 시 역사뿐 아니라 지리·문학 등 관련 과목과 연계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 맞춤 학습을 위해 안전하고 통합적인 데이터 연동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학습 결과와 사용자 프로파일 등 다양한 개인정보·학습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진정한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 특히 공교육 영역에서 이를 실현하려면 국가 차원의 데이터 통합 기준, 보안이 강화된 인프라, 그리고 이해관계자 간 신뢰와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딸의 회장 선거 연설문은 엄마가 ‘비계’를 제공하며 완성했다. “회장 연설문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 “회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거야?”, “어떤 반이 되면 좋겠어?” 등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게 했다. 그 후 딸과 함께 챗지피티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딸의 생각과 챗지피티의 답을 비교해 토론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딸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기도 하고, 챗지피티 의견에 좋은 생각이라며 차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질문과 답의 조각들을 모아 스스로 하나의 연설문을 작성해냈다. 아직은 초등학생 글쓰기의 순수한 날것을 헤치고 싶지 않아 어른들이 흔히 하는 챗지피티를 통한 퇴고는 수행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날 엄마와 딸, 챗지피티가 함께 연설문을 작성해 나간 과정이 생성형 AI서비스에 담긴다면 그것이야 말로 ‘교육적으로 잘 설계된 AI 서비스’가 아닐까.

 

△ 현주은<br>
△ 현주은

필자소개

중앙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 영어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인지언어학 기반의 영어교육 및 교수 학습 설계 연구했다. 이후 교육과정 설계자이자 AI서비스기획자로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을 해왔다. 마음 AI에서 AI기반 영어 말하기 앱 개발,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 기획을 수행하였고, 아이스크림에듀 AI연구소에서 AI서비스개발 팀장을 맡아 LLM 기반 글쓰기 서비스, AI튜터, AI생활기록부, AI맞춤학습플랫폼 등을 개발하며 교육 서비스에 AI를 적용해왔다. 인공지능총서  저자로 현재는 KT 공공교육사업팀에서 근무하며 안전하고 교육적인 AI의 활용과 학습분석 데이터 통합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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