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지금, AI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발맞춰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총서를 통해 교육, 의료, 산업, 사회, 예술, 철학, 국방, 인문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AI 담론을 폭넓게 조명해왔다.  인공지능총서는 2025년 8월 20일 현재 430종에 이르렀으며, 올해 말까지 630종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핵심 이론부터 산업계 쟁점, 일상의 변화까지 다각도로 다루면서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은 최근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선 어떤 가치와 기준이 필요할까. 투데이신문은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AI 사회’를 향한 제언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인공지능(AI)의 역사는 인간의 상상과 도전, 그리고 좌절과 부활이 이어져 온 긴 여정이다. 지금 우리 손에 쥐어진 AI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연구자들이 흘린 땀과 수많은 실패의 기록 위에 세워진 성과다.

1940~50년대, 앨런 튜링은 “기계가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튜링 테스트를 제안했다. 이 질문은 인공지능 연구의 기초를 놓은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어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며, 기계가 학습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모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전 세계 연구자들을 흥분시켰다. 초기 연구자들은 인간 수준의 사고를 지닌 기계가 머지않아 등장할 것이라 낙관했다.

그러나 곧 냉혹한 현실이 찾아왔다. 퍼셉트론과 같은 초창기 신경망은 단순한 문제를 풀 수 있었지만, 복잡한 연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컴퓨터 성능은 턱없이 부족했고, 알고리즘은 아직 미숙했다. 결국 1970년대와 198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찾아온 ‘AI의 겨울’은 과도한 기대와 기술적 한계가 부딪힌 결과였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도 끊기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다른 분야로 떠나야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시기는 AI 발전을 위한 성찰과 기초 연구의 기간이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역전파 알고리즘이 도입되면서 신경망 연구는 다시 불꽃을 지폈다. 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꺾은 사건은 “기계가 인간 전문가를 능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각인시켰다. 이어 인터넷과 디지털화로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GPU 기반 연산 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2010년대는 ‘딥러닝 혁명’의 시기로 불렸다. 알렉스넷이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알파고가 세계 최정상 기사 이세돌을 꺾으면서 AI는 더 이상 연구실 속의 실험이 아니라 대중과 산업이 체감하는 현실이 됐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AI는 대규모 언어모델과 생성형 AI로 비약적인 도약을 이뤘다. GPT-3, GPT-4와 같은 모델은 인간 수준에 근접한 문장을 만들어내고, DALL·E나 Midjourney는 예술 작품에 견줄만한 이미지를 생성한다. 멀티모달 AI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이해하고, 음성과 영상까지 다루며 인간과의 상호작용 방식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의료, 교육, 금융, 제조업,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AI의 파급력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진보의 이면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들이 존재한다. AI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 또한 학습 과정에서 소모되는 막대한 전력은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나아가 AI의 활용이 특정 집단에만 유리하게 작용하거나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위험도 있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책임 있는 AI’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이렇듯 AI는 수많은 부침을 거쳐 결국 우리 손 안에 들어왔다. 지금은 스마트폰 속의 음성비서, 온라인 번역기, 추천 알고리즘, 자율주행 시스템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한다. 그것은 오랜 연구와 실패, 혁신의 결과로, 마치 사랑스럽고도 신비로운 선물처럼 인류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이제 우리는 이 선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AI 자체에는 선과 악이 없다. 그것은 도구일 뿐이다. AI를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활용할지, 아니면 사회적 분열과 위협을 키우는 방향으로 방치할지는 전적으로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의료 혁신, 교육 기회의 확대, 기후 위기 대응에 쓰일 수도 있고, 동시에 가짜뉴스 확산, 사생활 침해, 불평등 심화에 악용될 수도 있다.

AI 발전사의 교훈은 명확하다. 기술의 진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것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지는 우리 스스로의 결정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은 험난한 여정을 거쳐 마침내 우리의 곁에 왔다. 이제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어디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지혜와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

 

△ 이규택<br>
△ 이규택

필자소개

(재)전북테크노파크 원장이다.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스탠포드대학교에서 eMBA를 수료했다. 서울대학교 겸임교수(2023∼)를 겸하고 있으며 한국공학한림원 일반회원(2025∼)이다.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 신산업 MD · 알키미스트 MD(2019∼2022)를 역임했고, KOSDAQ 투윈글로벌의 플랫폼개발원 원장(2017∼2018)으로 근무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임베디드SW PD · 스마트공장 PD · 센서산업 PD(2013∼2017)를 역임했다. KOSDAQ (주)맥스브로 대표와 (주)인터브로 대표(2007∼2013)를 지냈고, 이때 세계 최초로 WiBRO EGG를 개발했다. (주)디지털웨이 부사장(2005∼2007)과 (주)디지털앤디지털 대표(1999∼2005) 등 창업가로서 활동했다. 대우전자(주)에서 팀장 · 책임연구원(1991∼1999)으로서 사회 첫걸음을 시작했다. 주요 업적으로는 임베디드SW산업 유공자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수상(2019), EGG 발명으로 대한민국 멀티미디어기술대상 수상(2010), 세계 최초 대화형 멀티미디어 시스템 개발로 중소기업청장상 수상(1998), 300여 건 이상의 특허 출원으로 대우그룹 발명왕상 수상(1995) 등을 했다. 국제 표준화 활동(1994∼1999) 당시 DAVIC의 Committee 위원 그리고 OPIMA의 설립 멤버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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