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고사인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14일 경기 수원시 효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문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고사인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14일 경기 수원시 효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문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교사 부부입니다. 배우자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감독관으로 가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와 배우자가 수능 감독관을 가게 되면 아이들을 봐 줄 사람이 없습니다. 오전 7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데 그날 아이들을 새벽부터 등원까지 맡아줄 사람이 없습니다._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의 ‘교육감에게 바란다’에 올라온 문의글 일부

31일 최근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의 ‘교육감에게 바란다’에 올라온 문의글에 따르면 수능 감독관 시스템이 강제 차출을 기본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아이를 양육하는 맞벌이 교사들의 경우 돌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세종시교육청에 속해 있는 고등학교 교사인 위 글 작성자는 “저는 고등학교 교사로 수능 시험장인 학교에서 감독을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제는 제 배우자도 중학교 교사인데, 그 학교에서는 수능 감독관을 ‘호봉순’으로 선발하고 있어 예비 감독관으로라도 선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성자의 배우자는 학교 측에 사정을 설명하고 배려를 요청했지만 ‘임신 중이거나 진단서가 있는 경우 외에는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작성자 부부의 아이들은 4세와 6세로, 안전한 돌봄이 필수적인 연령대다. 이 때문에 이들은 휴직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성자는 “이런 문제는 저희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육청 자체 시스템에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수능 감독관 차출 문제는 매년 11월 수능 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수능이 대학 입시의 당락을 결정짓는 국가적 시험인 만큼, 감독관들이 법적 분쟁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 큰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하 중등교사노조)이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전국 중고등교사 3195명을 조사한 결과 ‘수능 감독 업무로 중압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99.7%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에서는 부정행위를 한 수험생의 학부모가 수능 감독관의 근무 학교를 찾아가 피켓 시위를 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위 중 수능 감독관은 학교에 출근할 수 없어 병가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중등교사노조는 교사 1만4080명에게 서명을 받은 ‘수능 종사요원 6대 요구안’을 교육청에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수능 감독 수당 인상 ▲감독 환경 개선 ▲감독관 직군 다양화 ▲방송 및 장비 등 외부 변수 부담 완화 ▲특별휴가, 근무시간 단축 등 휴가권 보장 ▲직군별 위촉 현황·지침 공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올해 2026년도 수능 응시자는 30년 만에 역대 최고치인 55만명이다. 수능이 2주 남자 전국 교육청은 수능 감독관 투입을 포함한 2026학년도 수능 세부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수험생이 약 16만3600명으로 가장 많은 경기도교육청에서도 수능 감독관 약 2만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교육청들도 감독관 인원을 계속 보강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여건 개선은 교육부 차원의 지침 변경이 필요하다”며 “시험실 수와 감독관 배정은 계속 변동 중이라 확정 수치는 아직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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