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APEC 성공으로 '외교안보 비전문가' 우려 불식
대통령 인식과 리더십에 따라 국제행사 성과도 달라져

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내 마련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내 마련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2025년 APEC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한 지 5개월만에 큰 숙제 하나를 끝냈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여러 가지 후일담과 호평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APEC 결산을 통해 ‘한국이 오랜만에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 국격이 올라갔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필자 또한 그런 의견에 동의하면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갖는 책임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특히 국제행사 운영의 성패는 단순히 실무진의 노력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행사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명확한 의중과 목표, 사후 점검 체계 구축 여부가 성과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그런 것까지 챙겨야 하느냐’는 지적보다 ‘대통령이 모든 현안을 꿰뚫고 있고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하부조직으로 그대로 전파되어야 국제행사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참모들이 고생을 많이 했겠지만 대통령의 의중과 이슈 장악력에 따라 APEC같은 국제행사의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한국은 지난 2023년 세계 잼버리 대회를 ‘망쳐’ 국제적 망신을 당한 바 있습니다.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중간에 개최 장소를 옮기는 등 총체적 실패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이 개최한 국제행사 중 가장 엉망이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총괄 책임자였던 한덕수 전 총리는 관계부처 대책회의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새만금 현장도 거의 방문하지 않는 등 무능한 행정력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한 전 총리가 간이화장실 청결 상태를 언론플레이랍시고 보여준 장면은 국무총리가 정작 챙겨야 할 중요한 문제는 놔두고 엉뚱한 지시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굿즈 전시품을 관람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굿즈 전시품을 관람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런 까닭에 ‘한덕수 책임론’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역시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무능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주요 국정이슈를 모두 챙길 수는 없지만 명확한 지시와 사후 점검을 통해 충분히 국제행사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덕수 전 총리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지만 말로만 하고 세세하게 점검을 하지 않는 지시는 ‘말’뿐이라는 것을 세계잼버리대회 ‘대참패’라는 씁쓸한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APEC 행사는 대통령에서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원팀’으로 열심히 뛴 결과라고 자부할 만합니다. 매끄러운 진행과 한국 문화를 알리는 홍보 전략도 눈에 띄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술’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대선 후보 시절 지적을 자주 받았던 외교안보 리더십 취약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가 눈길을 끕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거쳐 대통령직에 올랐기 때문에 중앙정치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다뤄본 적이 없다는 우려를 받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과거 성남시장 시절에서부터 통일외교 분야 등과 관련한 강연회 등을 열고 나름대로 ‘공부’를 해왔습니다. 이종석 국정원장은 분당에 거주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시기를 전후해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8월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6개국 스카우트 대원 선서 때 일어나며 부인 김건희 여상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8월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6개국 스카우트 대원 선서 때 일어나며 부인 김건희 여상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진보진영의 한 저명한 인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임 시절 한 모임에 초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속으로 상당히 의아했다고 합니다. ‘일개’ 시장이 시정과 별로 관련도 없는 외교안보 분야 모임에 자신을 초청한 이유가 궁금했던 것입니다. 시장이 시 운영만 열심히 하지 외교안보까지 챙기는 오지랖은 뭐냐는 생각도 했을 법합니다.

이 대목은 이 대통령이 ‘국정 최고 지도자’라는 먼 꿈을 위해 시장 시절부터 준비를 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대통령(리더)이라는 자리가 단순히 국제행사에서 인사말이나 하는 얼굴마담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됩니다.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내치든 외치든 현안과 주요 이슈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통찰력을 갖춰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도 지금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내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국내 정치가 극단적인 분열과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패권국가임에도 무역수지 등에서 수많은 나라들로부터 ‘뜯겨왔다’는 피해의식을 불식시키고 다시 세계 최강대국 면모를 찾자는 트럼프의 명확한 비전과 인식은 이번 APEC에서 한국이 ‘조공외교’를 해야 할 만큼 그 영향력이 커진 측면이 있습니다(자유무역 질서의 붕괴와 패권주의 팽창 이슈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기존에 제기된 외교안보 취약 지적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데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이번 APEC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치사’가 아니라 대통령의 역할과 리더십이 대통령제 하에서 얼마나 중요하며, 또한 그의 의중과 철학이 국정운영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반영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엄청나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통상·안보 협상 타결, 중국과의 관계 복원 등 실질적인 국익 중심 성과를 일정정도 거뒀습니다. 특히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한반도 안보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소노캄 경주 그랜드볼룸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최고급 바둑판 세트와 나전칠기 쟁반을,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샤오미 스마트폰과 문방사우 세트를 선물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소노캄 경주 그랜드볼룸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최고급 바둑판 세트와 나전칠기 쟁반을,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샤오미 스마트폰과 문방사우 세트를 선물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실제 잠수함 건조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미 의회에서 ‘승인’을 해줄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그동안 핵 이슈와 관련해서 언제나 ‘을’ 입장이었던 한국이 그 사용과 활용에 있어 ‘주권’과 이니셔티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진일보한 안보 환경의 변화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성공은 단순한 ‘행사 성과’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국제사회 속에서 ‘국가 품격’을 증명해 보인 순간이었습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외교적 감각이나 언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정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와 준비의 차이가 결과를 갈랐다고 봐야 합니다.

2023 세계잼버리대회의 실패가 ‘무능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면 APEC의 성공은 ‘집중과 통찰의 정치’를 보여준 셈입니다. 대통령의 확고한 시대 인식과 참여, 그리고 명확한 방향성이 정부 전체가 원팀으로서 추진력을 만든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물론 외교안보 분야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구조화된 시대에 한국이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주적 외교를 펼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APEC을 통해 최소한 우리는 ‘준비된 리더십’과 ‘성숙한 국정 운영’이 외교의 첫걸음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번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무대가 아니라 앞으로 5년간의 국정 리더십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였습니다. 그 시험에서 그는 적어도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신뢰의 문턱을 넘었다고 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리더십 신뢰의 성과를 ‘국민통합의 정치’로 이어가는 일일 것입니다. 외치로 만든 성공이 내치의 통합 동력으로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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