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부동산 중소업체 2곳 인수의향서 제출
회생절차 명분 확보, 새 인수자 등장 여부 ‘주목’

 서울시 강서구 소재 홈플러스 가양점. ⓒ투데이신문
 서울시 강서구 소재 홈플러스 가양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홈플러스 인수전에 두 곳의 기업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일단 ‘무입찰 사태’는 피했다. 그러나 봉투를 열어보니 실속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계에선 “자금력과 경영 역량 모두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정치권에서도 “이대로면 회생이 아닌 청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마감된 홈플러스 공개입찰에는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은 미국 투자자문사 아나리 캐피털을 통해 약 20억달러(약 2조8천억원)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매출 3억원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해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하렉스인포텍의 박경양 대표는 “식료품이나 문화·여가 등 기능을 강화해 홈플러스의 오프라인 사업을 이어가고, 온라인 플랫폼에는 인공지능(AI) 직거래 경제 모델을 적용해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스노마드의 재무 사정도 녹록지 않다. 자산총액 1597억원 가운데 부채가 1375억원에 달하며, 현금 보유액은 1억원에도 미치지 않는다. 두 기업 모두 홈플러스와 직접적인 산업 연관성이 없고 재무 기반이 취약해, 자금 조달 등 인수 실행 가능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 인수에는 최소 2조7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홈플러스의 총부채가 약 2조9000억원에 이르고, 이 중 즉시 상환이 요구되는 채권만 2조7000억원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만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무입찰 사태를 피했다는 점에서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다. 인수의향자가 나타나면서 회생절차를 이어갈 명분이 생겼고, 최종입찰일까지 추가 인수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법원과 주간사인 삼일PwC는 오는 21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한 뒤 26일 최종입찰서를 받을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선 두 후보 모두 법원이 ‘적격 인수자’로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MBK파트너스가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을 전제로 통매각을 계속 추진하거나, 분리매각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인수의향서 업체를 두고 노동계 반발은 거세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 4일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연매출 5억원짜리 AI 기업과 현금 1억원도 안 되는 부동산업체가 인수의향서를 냈다”며 “부적격 기업의 들러리 입찰은 제2의 먹튀 시나리오”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정부의 방관을 문제 삼으며 선량한 인수자 유치와 고용 승계를 위한 정부 개입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공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투기자본에 홈플러스를 넘기는 것은 사회적 재난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지적했고,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공공성을 갖춘 인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원투수로 거론되는 농협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농협경제지주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연 매출 10조원을 넘으며 유통업계 2위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론이 나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이 매년 800억원 적자를 내고 있다”며 “홈플러스의 어려움을 잘 알지만, 우리가 짊어진 짐도 버겁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내부 여론은 인수에 비교적 우호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이 농협중앙회를 통해 지역농협 전문경영인(상무·전무) 1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9월24일~10월17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농협의 홈플러스 인수와 같은 대도시 대형마트 사업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송 의원은 “홈플러스 인수를 통해 연간 2조원 규모의 국산 농산물 유통 공백을 메우고, 농협의 대도시 시장 점유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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