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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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순매도가 이어지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넘어선 수준에서 추가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5원 오른 1449.4원에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3800선까지 급락했고, 한국거래소는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를 발동하기까지 했다. 

지난달 29일 쟁점이었던 3500억달러 현금 투자를 비롯한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며 환율은 한때 1420원을 나타내는 등 안정을 찾는 듯 보였지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 

가장 큰 원화 약세 요인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급감, 엔화·파운드화 급락으로 인한 강달러가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현재 100선을 넘긴 상태다. 

국내 증시 불안과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매도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 역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간밤 뉴욕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에 부진했고, 국내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맞물리며 코스피 급락을 야기했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AMD, 팰런티어 등 AI 기술주가 4~8%대 급락하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이 여파로 국내 증시도 덩달아 하락 압력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반도체주도 5~6% 이상 하락해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주 중심으로 1조 원 이상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가속화했다. 이 같은 매도세는 4년여 만에 최대 규모에 달하며, 주가 하락과 함께 코스피·코스닥 모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고환율로 수입물가까지 오름세를 나타내며 지난달 2.4% 상승한 물가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 상승을 야기해 석유류와 가공식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은행 민경원 선임연구원은 “달러 실수요는 늘어났는데 공급 주체들은 이전보다 힘이 빠진 상황으로, 환율 상승 요인에는 민감하나 하락 요인에는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AI 성장주 밸류에이션 이슈가 부각되다 보니 원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민 연구원은 “환율 상단 1500원도 가시권이라는 시장 불안 심리가 가중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강하게 실개입에 나설 소지도 있다 보니 1460원 정도를 상단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셧다운이나 미 연준의 금리정책에 대한 불안감, 달러화 강세가 크게 작용했다”며 “추가 상승 여력은 있으나 상승폭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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