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에 33세 사회주의자 당선 화제
맘다니 당선의 정치적 의미와 그의 미래

△ 성기노 기자/투데이신문 미디어콘텐츠본부장<br>
△ 성기노 기자/투데이신문 미디어콘텐츠본부장

지금, 지구 저편 미국에는 맘다니(Mamdani)라는 이름의 뉴욕시장이 새롭게 탄생했다. 1991년생이니 33살이다. 맘다니는 자신을 ‘democratic socialist’(민주사회주의자)라고 지칭한다. 렌트비·생활비·대중교통 무료화(버스 무료) 등 비용부담 경감과 자본주의 구조 개혁을 핵심으로 내세워 뉴욕시민들을 사로잡았다.

미국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세계 자본주의 심장 뉴욕에서 첫 사회주의 시장 당선은 사상 초유”라고 평가하며 호들갑이다. 하지만 “민주당세가 강한 뉴욕에서 맘다니의 당선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는 신중한 반응도 나온다.

필자 또한 맘다니의 당선에 대해 놀람과 함께 의문이 들었다. 뉴욕에서 사회주의자가 시장이 되다니! 서울시장에 정의당, 아니 그보다 더 소수강경파인 진보당 출신 젊은 뉴 페이스가 당선된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면 뉴욕이 바닥부터 뒤집어지는 것은 아닌가?

이런 질문과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한국도 ‘맘다니 현상’이 곧 불어닥칠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맘다니로부터 촉발된 정치의 ‘전도(顚倒) 현상’이 경제산업 전반에도 몰아치는 것은 아닌지 상상이 증폭돼 갔다. 일단 한국에서의 짧은 레이더로는 내가 상상하는 미국(뉴욕) 정치의 변혁과 ‘붕괴’에 대한 진실성과 구체성을 포착하기 어려웠다.

정치신인의 급부상에 과몰입돼 그것이 지면을 타고 ‘미국 정치의 붕괴 전조’라는 타이틀로 소비되는 것에도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뉴욕에서 27년째 살고 있는 오랜 지인 S씨가 마침 한국을 방문중이어서 그에게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해 물었다.

S씨가 털어놓은 맘다니 당선의 ‘소회’는 일단 “그리 호들갑을 떨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맘다니의 당선은 ‘운과 뉴욕청년들의 분노가 버무려진’ 결과라는 ‘정치적 해석’을 내놓았다.

먼저 뉴욕의 정치지형이다. 뉴욕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이 강세를 보여 온 곳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 등 호남지역에서 ‘내부 경선’이 곧 당선인 것처럼 뉴욕도 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시장 직행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에서 전임인 에릭 아담스(흑인, 경찰 출신)와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 등이 모두 개인 비리와 추문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맘다니가 운 좋게 당선이 된 것이다.

사회주의자의 뉴욕시장 등극은 뉴요커들의 조직적 저항과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이라기보다 ‘운빨’이 컸다는 게 다소 김빠지는 해석이기는 했지만 이는 향후 그의 공약 이행과 정책 실행 가능성 등에 대해 엄격한 점수를 매길 만한 요소를 받아들여진다. 이준석의 ‘운’을 떠올리다 보니 정치는 어디나 비슷하다는 불길한 생각도 스쳤다.

두 번째는 ‘반 트럼프’ 정서다. 미국은 ‘노킹’(No King) 시위에 7백만명이 참가할 정도로 트럼프라면 치를 떠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시장 선거에서 ‘Anyone but Trump(트럼프만 아니면 누구든 된다)’라는 뉴요커들의 분노 표출이 맘다니라는 전혀 예상 밖의 인물 당선으로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뉴욕 시민들이 ‘트럼프만 아니면 된다’는 감정적인 투표 행위를 했다면 이는 정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와 갈망이 반영됐다기보다 특정인을 혐오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대안으로 ‘반대 진영’의 후보를 선택한다면 이는 ‘혁명’의 출발이 아니라 체념의 변주곡일 뿐이다(개인적으로 ‘반 윤석열’과 ‘반 이재명’이 맞붙었던 20대 대선이 역대 선거 사상 최악이었다고 본다).

사람들은 점점 “투표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가장 많이 양산하는, 가장 골치 아픈 ‘폭망의 시스템’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간다. 필자가 우려스러운 것은 뉴욕의 맘다니가 상징하는 것이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이라기보다 정치 효능감의 붕괴가 가져온 씁쓸한 ‘체념’이라는 점이다. 앞서의 S씨는 “뉴욕시민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맘다니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냥 정치에 대한 염증과 분노를 표출한 것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맘다니가 공약한 임대료 동결과 대중교통 무료 등도 뉴욕시장이 일거에 사회 공적 ‘무료’ 시스템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S씨는 보고 있다. 하긴 서울시장이 아무리 똑똑하고 출중해도 서울 부동산 폭등을 잡을 수는 없다. 더욱이 ‘대권주자’라는 타이틀까지 얹어있다면 중앙정부의 견제와 질투로 무사히 임기를 마치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맹비난하며 앞으로 ‘조지겠다’는 점을 공공연히 밝힌 점은 맘다니의 향후 역할론에 대해 점수를 깎게 하는 불행한 요인이 된다.

S씨가 밝힌 마지막 결론이 가장 가슴을 찌른다.

“사람들이 맘다니의 당선에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고 흥분하는 것을 이해한다. 그렇다고 그가 지금 뉴욕(미국)이 처한 상황을 척척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뉴욕 젊은 층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회의적이다. 아버지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평범한 직장을 다니며 집도 장만하고 자식들 교육도 시키며 비교적 온화한 삶을 누렸다.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은 아버지가 누렸던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이 없는 그들 인생에 뉴욕시장이 누가 되든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아침에 일어날 때 희망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고통일 것이다. 그게 뉴욕의 젊은 세대가 사는 오늘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서울의, 지방의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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