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11월 첫째주, 투데이신문에서 주목할만한 문화를 엄선해 전합니다.
어느새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꽤나 차가워졌습니다. 어제는 절기상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는 ‘입동(立冬)’이 찾아왔는데요. 따뜻한 실내에 머무르고만 싶은 계절이지만, 문밖에는 예술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을 볼까’, ‘어디로 갈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수많은 문화예술 속에서 특별한 작품들을 골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영화 <세계의 주인>
감독이 기자들에게 직접 쪽지를 건넨 이유
<우리들>, <우리집>으로 인상 깊은 연출을 보여줬던 윤가은 감독의 신작 <세계의 주인>이 지난달 22일 개봉했습니다. <세계의 주인>은 독립예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만으로 누적 관객 수 7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요.
<세계의 주인>은 전교생이 참여한 서명운동을 홀로 거부한 ‘주인’이 의문의 쪽지를 받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세계의 주인> 기자간담회에서 윤 감독은 자필로 쓴 쪽지를 참석한 기자들에게 건넨 일화도 유명합니다. 쪽지에는 “핵심적인 정보 없이 영화를 관람할 때 더 큰 재미를 느끼고 이해가 가능한 구조로 진행된다”며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한국 영화계의 거장 봉준호부터 배우 김혜수와 박정민이 극찬한 영화 <세계의 주인>은 거대한 스케일이나 화려한 장치 없이도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윤 감독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연출 감각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 <세계의 주인>은 현재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시 <강령: 영혼의 기술>
미지의 세계, 미술관에 들어오다
흔히 미술관을 생각했을 때 밝은 조명에 기품있는 그림이 걸려있는 이미지가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강령: 영혼의 기술> 전시는 ‘영혼’, ‘강령술’과 같은 오컬트적인 신비롭고 미지의 세계를 주제로 합니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 혼란기에 부상했던 영적 존재에 관해 조명하며 ‘강령이 미술에 발전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를 묻습니다.
전시에 대한 소식은 SNS가 익숙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이라는 공공기관에서 초자연적 현상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가 매우 드물다는 점이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죠.
세기와 국적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로 준비돼 있는 이번 전시는 미신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단순히 흥미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시대적 불안과 욕망, 인간의 탐구심을 조명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시대를 지나오며 사람들이 생각했던 혹은 매체가 다뤘던 ‘영혼’이라는 개념을 관객들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죠. 전시에는 자극적인 요소가 있다 보니 미성년자가 관람할 때에는 보호자의 동반을 요하기도 합니다.
전시 서문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의 최은주 관장은 “다양한 종교와 믿음의 체계가 존재하는 한반도의 수도 서울에서 영혼이라는 주제는 시대적 문제의식이기보다는 세속적이고 기복적인 가치에만 편중돼 있었다”며 “이번 전시는 ‘영혼’이라는 스크린을 통해 우리 삶의 근원적인 질문들에 더욱 깊이 들어서게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꾸준히 시도해온 ‘동시대 예술의 철학적 확장’의 일환으로 예술을 통해 인간 정신의 깊이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오는 23일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공연 <어쩌면 해피엔딩>
인간과 로봇이 사랑할 수 있을까, 뮤지컬판 <HER>
지난 6월 한국 뮤지컬계의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시킨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는 작품인데요. 토니상의 영예를 안고 <어쩌면 해피엔딩>이 국내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제78회 토니어워즈에서 주요 부문 3관왕을 국내 최초로 수상하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쾌거를 이뤄냈죠. 한국의 문화성이 확장되는 가운데 K-팝에 이어 K-뮤지컬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며 사랑의 본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언뜻 보면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HER>과 유사해 보이지만 무대적 연출과 음악으로 <어쩌면 해피엔딩>만의 세계를 완성했습니다.
돌아오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토니 수상 이후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공연입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초연부터 함께했던 전미도 배우를 포함해 정휘, 방민아, 박진주 등 매체로도 알려진 배우들의 출연 소식으로 국내 뮤지컬 팬들의 기대감을 모았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6일에 열린 티켓 오픈의 경쟁률도 높았다고 전해지는데요. 해외에서 인정받은 작품, <어쩌면 해피엔딩>은 내년 1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긴 추석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달릴 수 있었던 10월 지나 11월은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이죠. 하루하루가 조금 더 분주해지는 시기이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예술과 마주하는 여유를 가질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문화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 일상에 따스한 순간이 스며들길 바랍니다. 다음주에도 색다른 문화예술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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