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S 140%대에도 개선 권고…비계량 평가 확대 논란
“질적 관리 중심 전환” vs “형평성·기준 불명확” 충돌
매각 추진 속 변수 발생…리스크관리·신뢰 회복 ‘관건’

[사진=롯데손해보험]
[사진=롯데손해보험]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를 받았다. 지급여력비율(K-ICS)이 기준선을 상회하는데도 조치가 내려지면서, 감독 당국이 새롭게 강조하고 있는 ‘질적 평가 중심’ 기조가 현장에서 충돌을 빚고 있다. 회사 측은 행정소송 제기까지 검토하며 평가 기준의 합리성을 문제 삼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정례회의에서 롯데손보에 대한 ‘경영개선권고’를 의결했다. 이는 적기시정조치(적기조치제도)의 첫 단계로, 금융회사의 자본적정성과 리스크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는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약 141.6%로 법정 기준(130%)을 웃돌지만, 기본자본비율이 낮고 내부 리스크관리 체계가 충분히 정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회사는 2개월 내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고,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1년간 이행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수치 평가에서 ‘자본의 질’과 ‘리스크 대응 능력’을 포함한 포괄적 관리체계로의 전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산업의 복잡성이 커진 만큼 지급여력비율만으로는 실질 건전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제재가 아닌 예방적 개선 유도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손보 “ORSA 유예 근거, 형평성 어긋나”…노조도 반발

롯데손해보험은 이번 조치가 재무지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도 내려진 만큼, 감독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특히 금융당국이 법적으로 허용된 제도 유예 범위까지 문제 삼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는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법령상 허용된 ORSA(자체위험·지급여력 평가체계) 도입 유예를 근거로 경영개선권고를 내린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주요 건전성 지표는 모두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평가 근거가 된 비계량 항목의 해석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언급했다.

롯데손해보험 노동조합 역시 “킥스비율이 기준치(130%)를 크게 상회하는데도 비계량 평가만으로 조치를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비슷한 상황의 다른 보험사에는 조치가 없었다면 명백한 형평성 침해”라며 경영개선권고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평가기준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직원과 경영진 모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특정 회사를 표적으로 삼는 듯한 방식은 현장의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주장했다.

‘질적 평가’ 전환기의 충돌…“명확한 기준 제시 필요”

일각에서는 이번 경영개선권고를, 금융당국이 양적 지표 중심의 감독에서 ‘질적 평가’ 중심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 첫 시험대이자 과도기적 충돌 사례로 본다.

한 리스크관리 전문가는 “롯데손보 사례는 새 감독기준을 실제 현장에 적용한 상징적 첫 사례”라며 “자본의 질과 내부통제 중심의 평가 방향은 타당하지만, 구체적 기준과 절차가 불명확하면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보유 지분 77% 매각을 추진 중이다. 회계자문사로 딜로이트안진을 선정해 예비 실사에 착수했으며, 매각 전략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권고로 인해 잠재 인수자들이 리스크관리 수준과 내부통제 체계를 더욱 촘촘히 들여다볼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실제 일정 지연보다는, 실사 과정에서 점검 항목이 늘어나며 디테일한 리스크 검증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영개선권고는 제도상 가장 완화된 조치라 직접적인 사업 제약은 크지 않다”면서도 “향후 자본 확충 방향과 내부통제 개선 계획이 매각 신뢰도와 몸값에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급여력비율 등 수치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내부통제 미비나 자본 구성 취약성이 발견되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며 질적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는 개선계획 수립과 이행 과정에서 리스크관리 체계 정비와 시장 신뢰 회복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