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승주 기자】 AI 딥페이크·딥보이스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며 이번 해 피해액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 가운데, 새로운 국가 안전망 구축을 위해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과 책임을 모색하는 포럼이 진행됐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과 서민금융연구원 주최로 ‘2025년도 보이스피싱 공동포럼’이 개최됐다.
금융위원회 김태훈 금융안전과장은 “AI와 딥페이크 등 신기술로 무장한 범죄 수법이 고도화되며, 이제 피해는 개인의 부주의 문제를 넘어 국가 금융 및 통신 시스템의 신뢰 문제로 대두 됐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사기범에게 속아 직접 이체한 ‘승인된 푸시 결제(APP Fraud)’ 피해에 대해 금융회사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는 무과실배상책임 법제화를 연내 추진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기존의 해킹 등 미승인 거래에만 국한되던 은행의 책임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김태훈 과장은 피싱 범죄가 발생 시 금융사와 통신사 간 빠른 정보 공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 보안원이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ASAP)’을 공식 출범시켰다고 소개했다. 이 플랫폼은 약 130개 금융기관이 참여해 기존에 분절되어 있던 90개 항목의 범죄 의심 정보를 실시간으로 집중·공유한다. 특히 경찰청 등에서 확인된 해외 사기 이용 계좌 정보가 전 금융권에 즉시 전파돼 피해 자금의 해외 도피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했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동 AI 탐지 모델을 개발해 AI 인프라가 부족한 제2금융권 등이 고도화된 탐지 체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서민금융연구원 안용섭 원장은 주요국의 금융사기 대응 동향과 시사점을 소개했다. 그는 “영국은 금융기관에 50:50의 의무 배상을 강제하는 배상 중심이며 싱가포르는 금융당국과 통신 당국이 공동 규제하는 규범적 책임 공유(SRF)를 도입했다”며 “개인의 책임에서 시스템의 회복탄력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에는 KB국민은행 김지훈 팀장, 금융연구원 이규복 박사, 국가수사본부 경제범죄수사과 박상현 경정, 금융보안원 조강유 팀장, 카카오페이 오민석 팀장, 더치트 김화랑 대표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KB국민은행 김지훈 팀장은 금융사기 대응 전담 조직 신설을 알리며 대포통장 발생을 억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창구 고액 현금 인출 문진 제도를 통해 20년 1~9월간 236억원의 피해를 예방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이규복 박사는 책임분담 논의가 사기 유형이 아닌 소매 금융 결제라는 기술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기 범죄의 시작점이 통신망인 만큼, 통신사의 책임 참여 논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수사본부 경제범죄수사과 박상현 경정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모든 과정에서 통신망이 유일한 접근 수단”이라며 악성 앱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등은 통신사가 범죄 징후를 탐지해도 자체 차단할 권한을 제약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 개정을 통해, 금융기관의 ‘계좌 임시 조치’처럼 통신사에도 의심 신호를 자체 탐지·차단하는 ‘망 차단’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보안원 조강유 팀장은 ASAP이 금융·통신·수사 정보를 집중, 공유, 활용하는 3단계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청 등에서 확인된 ‘해외 사기 이용 계좌’ 정보가 전 금융권에 실시간 공유돼 해외 이체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 오민석 팀장은 20~30대 피해 급증과 함께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 수법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는 “영역 간 장벽을 허물고 범죄 전 과정을 조망하는 대응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치트 김화랑 대표는 사후 구제보다 사전 예방과 신속한 정보 공유가 핵심이라고 말하며, 범죄 예방 목적의 사기범 정보 공유를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 필요를 제언했다.
좌장을 맡은 정유신 교수는 국가와 민간 기업의 협업을 통한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적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