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4회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 대상 수상자
시니어 카페에서 근무하며 열정으로 시작한 인생 2막
"인생은 고난을 이겨내고 뜨는 무지개같아...일단 도전하길"

제4회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충북청주흥덕시니어클럽의 김정옥 바리스타가 우유를 스팀하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제4회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충북청주흥덕시니어클럽의 김정옥 바리스타가 우유를 스팀하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투데이신문 홍승주 기자】“기분이 째진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어요. 늦은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에 정말 기분이 좋았고 졸업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가 좋아서 후련하기도 해요.”

지난 7일 열린 제4회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에서 대상(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은 김정옥 바리스타(76)가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라떼아트를 보는 사람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었다”며 좋아하기 때문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바리스타 자격증 따기 전까지는 그냥 주부였는데 지금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올해 4회째를 맞이한 이번 대회는 시니어 바리스타의 역량을 강화하고, 업무 현장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기 위해 2022년부터 한국시니어클럽협회와 보건복지부가 함께 개최하고 있는 행사다. 평균 연령이 69세인 14명의 시니어 바리스타가 최종 결승전에서 실력을 겨뤘으며, 대상인 보건복지부 장관상과 스타벅스 대표이사상은 각각 충북청주흥덕시니어클럽 김정옥 바리스타와 대구북구시니어클럽 이제구 바리스타가 차지했다.

제4회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충북청주흥덕시니어클럽의 김정옥 바리스타가 라떼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제4회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충북청주흥덕시니어클럽의 김정옥 바리스타가 라떼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2017년 11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 2022년부터 시니어 카페에서 근무 중인 김정옥 바리스타는 “1회 때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아 한 번 더 대상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시니어 카페에서 근무하면서도 교회와 노인복지관에서 바리스타 업무 봉사를 이어가며 대회 연습량을 확보했다. 이른 아침이나 피크 타임이 지나고 난 오후 등 한가한 시간대를 이용해 근무 중에도 연습을 이어갔다. “근무하는 3곳의 커피추출기가 다 달랐는데, 오히려 덕분에 대회에서 새로운 기계에 적응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정옥 바리스타는 라떼아트로 자신의 인생을 표현한다면 무지개를 그리고 싶다고 답했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고난과 극복, 기쁨과 슬픔 등이 다 들어있을 텐데, 비 온 후 보이는 무지개를 그려서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결국 모든 것이 다 잘 됐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나이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는 이들에게는 “일단 한번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꼭 상을 타고 대회에서 이겨야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면서 삶의 활력, 인생에서 하나의 에피소드로 생각하고 나아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작이 참 힘들긴 하지만 저는 그럴 때 스스로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무엇이든 우선 시작하는 것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제4회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대구북구시니어클럽의 이제구 바리스타가 우유를 스팀하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제4회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대구북구시니어클럽의 이제구 바리스타가 우유를 스팀하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또 다른 대상인 스타벅스 대표이사상을 받은 대구북구시니어클럽의 이제구 바리스타(70)는 가족들이 우승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뻐했다며 “특히 손주들이 대단하다고, 할아버지 최고라고 해줘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이 축하 메시지를 많이 보내줘서 감동이었다고도 전했다.

그는 “우승작으로 선보인 라떼아트에 꿈꾸는 백조를 그렸다”며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멋진 존재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본인만의 시그니처 기술로는 핸들링을 소개하며 각도와 속도, 높이, 손의 움직임을 조절해 패턴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부연했다.

시니어 카페에서 근무하기 전 수제화 제조일을 했던 이제구 바리스타는 “7년 전 아내를 떠나보내고 우울한 마음으로 예전에 함께 갔던 커피숍에 방문했다”면서 “라떼 한 잔에 담긴 하트를 보고 나도 이런 예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고 밝혔다. 

제4회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대구북구시니어클럽의 이제구 바리스타가 라떼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제4회 ‘시니어 바리스타 라떼아트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대구북구시니어클럽의 이제구 바리스타가 라떼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2018년부터 지금까지 시니어 카페에서 근무하며 어느덧 8년 차 바리스타가 된 그는 “저번 대회 때도 참가했었는데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그림이 예쁘게 안 나왔었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긴장을 안 하고 잘 만들어서 꼭 우승 하고 싶었는데, 대상을 받으니까 해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고 말했다. 라떼아트 그림을 그릴 때 마음에 안 들어서 버리고 또 버리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냥 계속 연습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열정만 있다면 무엇이든 도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고 서툴러서 익숙해지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오래 하다 보니 지금은 힘든 일이 없다. 나이가 있다고 해도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활기를 얻으며 일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