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兆’ 라인 프로젝트 가동…인구 대국, 젊은 나라 ‘인니 공략’
수출 다변화, 신시장 지배력 강화, 정부發 석화 구조조정 속도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가운데)이 인도네시아 반텐주 찔레곤시에서 개최된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OTTE Chemical Indonesia·LCI)’ 준공식에 참석했다. [사진=롯데케미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가운데)이 인도네시아 반텐주 찔레곤시에서 개최된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OTTE Chemical Indonesia·LCI)’ 준공식에 참석했다. [사진=롯데케미칼]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롯데케미칼의 선구안이 적중했다. 인도네시아 내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이른바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뉴 에틸렌(LOTTE CHEMICAL INDONESIA New Ethylene Complex·LINE)’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재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중국 수출 의존도 축소 및 시장 다변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 전략이 국내에 불어닥친 석유화학 산업 침체기에 탈출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보조를 맞춰 사업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한편 동남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실적 반등을 노릴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24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라인 프로젝트는 착공 3년여 만인 올해 5월 완공과 11월 준공을 거쳐 현재 85%의 가동률로 운전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연간 기준으로 ▲에틸렌 100만톤(t) ▲프로필렌 52만톤 ▲폴리프로필렌 35만톤 ▲부타디엔 14만톤 ▲BTX(벤젠·톨루엔·자일렌) 40만톤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이 생산된다. 이로써 예상되는 매출은 연간 20억6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인도네시아는 에틸렌 생산량을 감축하고 있는 국내와 달리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높아 생산량 증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매력적인 나라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인구수가 올해 2억8500만명을 넘어선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거대한 내수시장이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평균 연령이 29세에 불과해 시장 성장 잠재력이 높다. 반면 에틸렌 자급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해 기준 에틸렌 자급률은 44%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절반 이상을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배경은 롯데케미칼의 라인 프로젝트 출발점이 됐다. 중국발 저가 공세 위기로 수출 다변화가 필요했던 롯데케미칼에겐 최고의 선택지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니는 2030 세대 비율이 높은 젊은 나라로, 플라스틱 소비 여력이 크다”면서 “높은 수요에 비해 자급률이 절반 이하인 점을 파악하고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롯데케미칼은 라인 프로젝트에 총 39억5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했다. 반텐주 찔레곤 110ha(약 33만평) 부지에 대규모 신공장을 세웠다. 이는 인도네시아 내 한국 기업의 최대 규모 투자다. 더욱이 지난달부터 가동을 시작해 상업생산 개시 목표 시점(2025년)을 달성해 현지 정부와 신뢰를 구축했다. 이를 발판으로 ‘메이킹 인도네시아 4.0’ 로드맵에 롯데케미칼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석유화학산업을 5대 핵심 육성산업으로 지정,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인도네시아 에틸렌 자급률이 최대 90%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인 프로젝트의 핵심이 바로 납사(나프타) 분해설비(Naphtha Cracking Center·NCC)다. 플라스틱, 합성섬유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 사용되는 에틸렌이 NCC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인도네시아 내에선 최초 가동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수입하던 인도네시아는 라인 프로젝트를 통해 높은 자급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라인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대부분 인니 내수시장에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를 주요 거점으로 삼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 내 시장지배력 강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동시 추진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국내 석유화학사업은 합리화를 지속하고, 스페셜티 소재의 확대 전략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생산 지역 다양화에 따른 생산 효율화 측면이나, 신공장 가동에 따른 생산 증대 등 국내 침체 상황에 대한 긍정적 보완이 있을 수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화단지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先 자구 노력·後 지원’ 기조를 앞세운 정부는 올 연말까지 NCC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최대 370만톤, 국내 전체 생산량의 25% 감축 계획을 공표했다. 이를 골자로 한 사업 재편 계획을 각 기업별로 요구한 상태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 NCC 설비 등을 현물 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해 설비를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 출자를 통해 합작사를 세운 뒤 양사 지분을 비슷한 수준으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구체적인 날짜가 정해지진 않았으나 최대한 속도감 있게 자구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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