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달러보다 많이 풀려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
“美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환율 변동 큰 영향”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역대 최대 유동성으로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환율이 치솟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 매도, 국내 개인 투자자(서학개미) 증가, 주변국 통화 약세 등이 더해지며 원·달러 환율은 1500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21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발표한 ‘2025년 9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9월 M2(광의통화, 평잔)는 전월대비 30조3000억원(0.7%) 증가한 4430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에 풀린 과도한 유동성은 원화 가치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시중 자금은 투자 및 해외 달러 수요 확대에 활용됐다. 이로 인해 원화 대비 달러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환율 상승 요소로 작용했다. 3분기 거주자의 증권투자는 890억달러를 기록하며 대외금융자산 상승을 견인했다.
여기에 해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까지 더해져 원화 약세를 심화시켰다. 11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0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이 같은 대규모 매도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커진 영향이 컸다.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 거품론, 미·중 갈등 등의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한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점 역시 상대적 달러 강세를 야기한다.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00선을 상회하고 있다.
전날 공개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의사록에서 “몇몇(several) 참석자는 경제가 예상대로 전개될 경우 12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한 반면, 다수의(many) 참석자는 자신들의 경제 전망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시장 참여자 중 67.2%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50%선을 오가던 예상치는 FOMC 의사록이 공개되며 크게 올랐다.
국민은행 이민혁 연구원은 “국민연금 환헤지로 방어할 경우 단기적 상단은 1480원 선이지만 1500원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고환율 원인으로는 “전날 FOMC 의사록에서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확인되며 달러 강세가 일어난 영항이 크다”고 짚었다.
이어 “수출기업들 중심으로 달러 매도가 나와야 하는데 환율 추가 상승 불안감에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며 “구조적으로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과 유동성 지표 중 가장 대표적인 M2(광의통화)가 미국은 4~6% 가량 증가한 반면 한국은 7~8% 증가하며 원화가 달러보다 많이 풀려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낮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으나 추세적으로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기본적인 수급 불안은 계속돼왔기 때문에 미국의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환율 변동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