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제안, 위장평화 아니다"

【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북한이 지난 24일 우리 측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전격 제의한 데 이어, ‘상호비방 중단’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중지’ ‘핵 재난방지 상호 조치’ 등을 요구하는 소위 '중대제안'을 재차 확인시켰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중대제안’이 결코 위장평화공세가 아니라며 무턱대고 의심하지도, 경솔하게 거부하지도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우리 측은 북한의 이산가족 제안에 환영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는 한편 갑작스런 제안에 대한 북한의 속내와 노림수를 분석하기에 분주했다.
그간의 북한 행태를 볼 때 북한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는 불순해 보인다는 지적과 함께 ‘중대제안’을 UN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이슈화 시킨 것은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명분 쌓기를 위한 제스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북한의 긍정적 조치에는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해야한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북한이 남북화해 교류를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이번 이산가족 상봉 장소로 금강산을 제시한 것은 2008년 우리측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중단 됐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산가족상봉 현실화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것이 지배적 생각이다. 북한이 '키 리졸브', `독수리' 등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중대제안을 실천하기 위한 선제적 실천조치를 이행할 수도 있지만, 언제든 백지화할 수도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하게 지켜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군사훈련 일자가 겹쳐진다든지 또는 한미 군사훈련이 예년에 비해서 규모가 커진다면 또다시 이산가족 상봉은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北 “설 지나 남쪽이 편한시기에” 이산상봉 제의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지난 24일 남측 적십자사에 통지문을 보내 "내외의 일치한 지향과 염원에 맞게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실천적으로 열어나갈 일념으로부터 우선 올해 설명절을 계기로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행사를 진행하자"고 제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지문은 "이산가족 만남은 적십자단체들이 합의하였던 대로 금강산에서 진행하되 날짜는 준비기간을 고려하여 설이 지나 날씨가 좀 풀린 다음 남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남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뒤늦게나마 우리의 제안을 수용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구체적 협의 사항은 추후 북측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北 신선호 UN대사 "키 리졸브하면 한미 책임져야"
"우발적 충돌도 전면 전쟁으로 번지는 한반도"
“6자회담 성사, 반대하는 사람들에 달려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제안에 이어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24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천적 조치 등 3개항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며 “제안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선호 대사는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려는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립장’이라는 제목의 회견문을 통해 “오늘 회견은 지난 16일 발표한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과 관련한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고 운을 떼었다. 신대사는 ▲ 남북관계개선 분위기 마련 ▲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중지 ▲ 한반도 핵 재난을 막기 위한 실제적 조치 등 3개항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가 상호 비방과 모든 형태의 심리전을 중지하기로 한 ‘6.4합의’ 10돐이 되는 해로 민족 앞에 서약한 합의를 존중한다면 (남한이) 우리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실천적 조치부터 취할 것을 (지난 16일에) 이미 제안했다"면서 "남한 당국자들은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면 비방‧중상과 반목‧질시의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대사는 "사소한 우발적 충돌도 즉시 전면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 한반도의 현실"이라며 "남한 당국은 `연례적', `방어적'이라는 미명하게 오는 2월말부터 강행하려는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만약 한국과 미국이 키 리졸브와 독수리 군사 연습을 강행할 경우 평화와 안전을 파괴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과 남한은 (한반도) 정세를 고의로 긴장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과의 군사훈련이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면 그것을 조선반도의 영토와 영해 영공을 멀리 벗어난 한적한 곳이나 미국에 건너가 벌려 놓으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는 민족의 공동목표라고 전제하면서도 “우리 핵무력은 미국의 핵위협과 공갈을 종식시키고 세계의 비핵화까지 내다본 민족공동의 보검이며 가장 정당한 자위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6자 회담 성사 시기 등에 대해서는 “북한은 6자 회담에 어제든 응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서 “성사 여부와 시기는 반대하는 사람들(한국과 미국)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번 신 대사의 기자회견은 한반도 긴장의 책임이 한국과 미국에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선전공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회견은 오전 11시 5분경 UN 브리핑룸에서 신선호 대사와 김영성 참사, 김은철 2등서기관이 배석한 가운데 시작됐다. 신선호 대사는 미리 준비한 영문 원고를 15분 가량 읽은 후 CNN 기자 등 세명의 질문을 받았으나 일문일답이 아니라 한꺼번에 뭉뚱그려 원칙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이날 회견은 24일 국방위원회 이름으로 남한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지난 16일 내놓은 ‘중대제안’이 위장평화공세가 아니라고 밝힌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와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전격 제의한데 이어 열려 많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으나 6자회담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우리 정부의 압박을 수용한 모습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북측이 선제적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진정성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