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무기 잃은 박 대통령, 고립무원으로

   
▲ ⓒ뉴시스

우병우 논란으로 사정기관 무너져
공천 개입 논란으로 친박 붕괴

사정기관+친박 무너지면서 레임덕으로
현재 돌파구는 없어 보이는 것이 현실

최근 각종 이슈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고 있다. 그야말로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이 이슈들은 두 가지를 향하고 있다. 하나는 사정기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집권여당이다. 이 두 가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무기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무기를 모두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대통령 임기 4년차가 되면 레임덕에 빠진다. 이런 레임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사정기관을 동원해서 공직기강을 바로 잡는 것이 그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집권여당이 탄탄하게 받쳐주는 것이다. 사정기관을 동원해서 공직기강을 바로 잡는 이유는 측근 비리 의혹이 불거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집권여당이 탄탄하게 받쳐주지 못하고 대통령 탈당 요구 등이 나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대통령은 4년차가 되면 사정기관과 집권여당을 단단히 붙잡으려고 한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 모두 그렇게 해왔다.

우병우 논란

그런데 최근 들어 각종 이슈가 터져 나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슈가 불거지면서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그야말로 게이트라고 불릴 정도이다. 이 의혹들은 크게 두 가지를 향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처럼 하나는 사정기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집권여당을 향한 것이다. 정운호 게이트를 시발점으로 해서 홍만표 전 검사가 구속·수감된 데 이어 진경준 현역 검사장이 넥슨 주식 의혹 등으로 인해 구속·수감됐다. 헌정사상 현역 검사장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때문에 검찰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문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의혹의 당사자로 몰리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처가의 1000억 원대 강남 부동산을 넥슨이 사들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진경준 검사장이 거래를 주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넥슨이 과연 정당하게 부동산 거래를 했느냐는 의혹도 있다. 또 변호사 시절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사건을 담당하면서 선임계 없이 선임료를 받고 몰래 변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울러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서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아들이 규정을 어기고 복무 두 달 만에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전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모든 것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우병우 수석은 흡사 하이에나에게 물어뜯기는 그런 모습이다. 이에 대해 우병우 수석은 지난 7월 20일 청와대 춘추관에 나와 기자들에게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을 했다. 그러면서 자진사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민정수석이 의혹의 중심에 있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민정수석이라는 자리가 사정기관을 진두지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의혹의 당사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병우 수석이 의혹의 당사자가 됐으며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이는 사정기관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진경준 검사장 때문에 체면을 구겼다. 여기에 야당들은 공직자비리수사처를 8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실상 검찰의 힘을 빼는 작업이다. 여기에 민정수석이 의혹의 당사자가 되면서 사정기관은 힘을 잃게 됐다. 사정기관이 힘을 잃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구심점을 잃게 되는 것이다. 공직자는 권력을 쳐다보고 움직이는 조직이다. 현 정부가 힘이 없다고 생각하면 재빨리 말을 갈아타는 조직도 공직사회이다. 다시 말하면 공직사회에서 박 대통령의 명령이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박의 몰락

이런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탄탄하게 받쳐주면 좋은데, 집권여당 특히 친박계가 무너지면서 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친박계는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 후보를 많이 배출을 하고, 또 많은 수가 당선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그리고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는 당권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왔다. 최경환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도 언급됐었고, 서청원 의원 출마도 언급됐었다. 하지만 최경환 의원이나 서청원 의원 역시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지난 총선 공천 당시 김성회 전 의원에게 지역구 변경 회유와 협박을 한 정황이 담겨진 녹취파일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최경환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역임했고,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정무특보를 역임했다. 또한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김성회 전 의원과 통화 당시 정무수석이었다. 그런 점에서 살펴보면 이들의 전화통화가 단순한 전화통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명백한 공천 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비박계는 당장 검찰에 고발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녹취파일 공개로 인해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가 깊숙이 개입됐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친박계는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녹취파일을 통해 친박계가 공천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친박 세력이 설자리를 잃게 되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당장 친박계 좌장이나 핵심이 이번 일로 인해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최경환 의원은 이번 녹취파일이 공개되기 전에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녹취파일이 세상에 공개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선수 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청원 의원 역시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친박계는 와해되고 있다. 친박계는 전대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 이주영 의원이나 홍문종 의원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대로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친박계가 당권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천 개입 파문으로 인해 민심은 차가워졌다. 민심을 잡으려면 조직력을 동원해야하는데, 그러자면 원외위원장의 표심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총선 공천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때문에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당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대권도 장악하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새로운 지도부가 내년 대선 경선의 룰을 정하기 때문이다. 당권을 장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대권을 장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친박계는 정권재창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친박계의 수명이 아무리 길어봐야 내년 대선까지일 수 있다는 얘기다. 친박계는 점차 세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후폭풍은 박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들이 힘을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박 대통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집권여당의 힘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국정운영에 난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한다는 것을 말한다.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당장 당청관계 재정립을 이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수직적 당청관계가 수평적 당청관계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은 하는 집권여당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청관계의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기조와 새누리당이 새로 추구하는 국정기조가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차기 대권 주자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면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품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박 대통령의 돌파구는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박 대통령의 탈당을 이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정권재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탈당도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차갑게 변하게 되면 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을 향해 탈당을 권유할 가능성도 있다. 역대 정부에서 집권 여당이 집권 대통령에게 탈당을 권유한 사례가 많이 있다. 박 대통령도 그런 신세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정기관과 집권여당의 약화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생각보다 일찍 도래한 듯하다. 레임덕에 빠진 조짐은 이미 4월 총선 참패에서 보였다.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는 것 자체가 레임덕의 시작을 알리는 대목이다. 여기에 홍기택 전 AIIB 부회장이 산업은행장 당시 대우조선해양에게 산업은행이 지원한 것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정해진 것이라고 폭로를 하면서부터 공직기강이 해이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인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공직 기강 해이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게 레임덕이 찾아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사정기관이 무력화되고, 친박이 무력화되면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기정사실화됐다. 박 대통령에게 있어 사정기관의 힘을 사용할 수 없고, 집권여당의 힘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곧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이 명령을 내려도 공직사회에서는 그 명령을 제대로 수행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저 대충 눈치를 보다가 임기가 끝나버릴 수 있다. 결국 공직사회는 현재권력보다는 미래권력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힘든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돌파구로 ‘대연정’ 혹은 ‘개헌’을 꺼내들고 있다. 박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만약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비박계가 당권을 잡게 되면 연정 작업을 해야 하고, 더 나아가 야당과의 대연정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연정을 통해 ‘집권여당+일부 야당’의 힘을 얻어서 임기 후반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개헌이다. 개헌을 꺼내드는 이유는 개헌이 모든 이슈를 매몰시키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이슈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개헌만한 카드가 없을 것이다. 개헌을 이야기하게 된다면 결국 국민적 관심사는 박 대통령에게 다시 쏠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차기 대선을 무력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헌 카드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개헌카드로 임기 후반기를 잘 버텨나가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이 레임덕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인정하지 않고, 국정운영을 독단으로 끌고 가게 된다면 결국 후폭풍이 불 수 밖에 없다. 차라리 레임덕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행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가 무사히 안착되면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정기관이 무력화되고, 집권여당이 무너진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조건 독단적이고 불통의 모습을 계속 보이게 된다면 결국 박 대통령은 힘든 임기 후반기를 보내야 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현재 고립무원의 상태이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마음을 비우는 그런 작업부터 해야 한다. 그야말로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깨끗이 비우는 마음으로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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